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우뚝 서길 간절히 원했다. 바로 이에 답하듯 풍속, 먹거리, 옷, 민속품, 미술, 국악, 철학, 명절 등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를 쉽게 풀이해 나긋나긋 소개한 책이 나왔다.
지난 2004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날마다 쓰는 한국 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12월 3일 현재 2423회)'의 주인공 한갈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이 이곳에 써온 글 중 올해 썼던 글들을 모아 < 키질 하던 어머니는 어디계실까? >(인물과 사상사, 2012년 12월)에 담았다. 김 소장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의 인터넷 글을 모아 몇 권의 책을 이미 낸 바 있다.
일본인 도굴꾼들이 1000원에 팔아넘긴 고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무려 기와집 스무 채 값(2만원)을 주고 산 간송 전형필 선생. 그는 왜 엄청난 돈을 주고 매병을 구입했을까.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보 제68호로 지정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본 한국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외국인들이 천상의 음악이라고 격찬한 '수제천'은 멀리 떠나보낸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애절한 사랑노래 정읍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수제천은 세계 민속악 경연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과연 이 음악을 들어본 한국인은 몇 명이나 될까. 바로 이 책을 펴낸 이유이다.
김 소장은 민족(국민)에게 제대로 문화를 알려보자는 취지로 그립고 소중한 우리 문화이야기를 책 속에 담았다.
술을 마시면 좋은 점과 나븐 폐단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선 임금들은 페단을 맞기위해 금주령을 자주 내렸다. 하지만 조선 성종 때 '술은 백성이 살아가는 힘이니 이를 금하지 말라''고 명한 적도 있다. 서민들의 술은 곧 농사를 지은 힘이라는 것을 임금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물건 '키'는 무엇일까. 잠잔 어린 아이들이 이불에 지도(오줌)를 그리면 '키'를 쓰고 이웃 집에 소금을 얻으러 갔던 이 물건이 과연 어디에 썼던 도구였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어머니들은 키를 위 아래로 흔들으며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했다. 쭉정이는 바람에 날려 땅으로 떨어지고 알곡이 키 안에 고스란히 남아, 우리 선조들의 알찬 먹거리를 해결하게 했다.
그럼 저자가 책 제목 < 키질 하던 어머니는 어디계실까? >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 선조들의 문화 중 우리들이 쭉정이만 바라보다 알곡 같은 전통문화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과거시험 낙방자가 쓴 시험지 '낙복지'로 만든 누비옷은 어디에 썼을까.
낙복지는 옷감과 옷감 사이에 솜만 넣어두면 얼마 되지 않아 솜이 안에서 뭉치게 되기 때문에 선조들은 임금이 내려준 낙복지를 활용해 솜이 뭉치는 것을 방지했고, 보온효과도 뛰어나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는 < 수운잡방 >일까. < 산가요록 >일까. 지금까지 < 수운잡방 >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앞선 책이 < 산가요록 >이다. 이 책은 민가(산가)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기록한 책인데, 배추김치, 송이김치, 토란김치, 동침, 나박김치 등 38가지의 김치 담그는 법이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 말한 식약동원(食藥同源)은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라는 뜻으로 건강을 지키려면 약 못지않게 음식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로길이 184센티미터, 세로길이 8.4미터로 그린 '사계산수도'는 영조 때 화원 김두량이 아들 김덕하와 그린 그림이다. 세로 8.8미터이면 소위 가지고 다닌 명함 가로 길이 정도인데 여덟 장면의 산수화가 좁고 긴 두루마리에 여백 없이 꽉 차게 그려졌다. 하지만 비좁거나 옹색한 느낌이 들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금과 아쟁을 헷갈려 한다. 분명 모양새도 다르고 음역과 연주법도 다르지만 왜 그런 혼란을 주는 것일까. 두 악기는 줄을 이용한 현악기이고 줄을 활로 마찰시켜 연주하는 찰현악기이다. 해금은 두 줄로 구성돼 있는데, 세워서 연주하고, 아쟁은 무릎위에 올려 연주한다. 해금은 고음을 내며, 아쟁은 저음을 내는 악기라는 것이다.
조선 선비들이 공부를 하기전에 왜 '쇄소웅대'를 했을까. 한자어인 '쇄소웅대'란 공부에 앞선 일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개고 물을 뿌려 마당을 쓸고, 집안 어른이 부르면 일손을 놓고 공손히 말씀을 기다리는 것을 일컫는다. 아무리 머리가 명석하고 공부가 훌륭하다고 해도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양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중기 '백의정승'이라 불린 윤증은 임금이 스무 번이나 불러 벼슬을 내렸는데도 마다한 신하였다. 더욱이 우의정 자리를 사양하는 상소를 열여덟 번이나 올리기도 했다. 그의 말념은 벼슬과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그를 두고 '백의정승'으로 칭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유유상종이란 말이 무색하게 실제 어울리지 않는 사람끼리 찰떡처럼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심하게 말하면 적과 적은 동지라는 의미이다. 송강 정철과 율곡 이이는 1563년 동갑내기이지만 성격은 완전 대조적이었다. 송강은 직설적이고 다혈질이었고 율곡은 차분하고 이성적 성격이었다. 다혈질인 송강 정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사랑하고 껴안은 친구가 율곡이었다. 1584년 율곡이 먼저 세상을 등지자, 송강은 율곡같은 친구는 다시 얻을 수 없다며 통곡을 했다고 한다.
팥죽을 먹는 추운 겨울 '동짓날'은 고려시대 '만물이 회생하는 날'이라고 해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했다. 고려와 조선초기의 동짓날에는 어려운 백성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었다. 지난 21일 추운 겨울 동지(음력 11월 9일)가 지났다. 이웃에 팥죽을 나눠 먹으며 모든 영육간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계사년 해를 맞으면 어떨까.
이렇게 저자가 우리 선조들의 소소한 문화까지 쉽고 아기자기하게 소개한 < 키질 하던 어머니는 어디계실까? >는 최근 인터넷에 썼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책으로 다시 엮었다.
인물과 사상사에서 펴낸 이 책은 옛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풍속 편) ▲무얼 먹고 살았을까(먹거리 편) ▲무얼 입고 살았을까(옷과 꾸미개 편) ▲소박한 물품은 뭘까(민속품 편) ▲멋이 느껴지는 그림은 뭘까(미술 편) ▲우리 음악의 매력(국악 편) ▲아름답고 슬기로운 옛이야기(조선철학 편) ▲24절기와 명절에서 배우는 지혜(24절기와 명절 편) 등의 내용을 담아 370여 쪽으로 구성했다.
저자 김영조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이다. 지난 2004년부터 날마다 인터넷 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독자들에게 9년째 연재하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에 전통과 어우러진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언어로 표현해 한국문화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저서 < 맛깔스런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 > <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 <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 <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이야기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