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병(바이알) 당 접종 인원 확대 여부에 대해 협의키로 하면서 실제로 접종 인원 확대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협의 결과에 따라 백신 1병 당 접종받을 수 있는 접종자 숫자가 달라지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당초 예정보다 빨리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질병청은 식약처와 백신 잔여분 사용 여부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등 두 종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1바이알 당 10명, 화이자는 1바이알 당 6명이 접종하게 된다.
논란은 지난달 27일 질병청이 일선 의료기관에 발송한 공문에서부터 시작됐다. 국내 업체에서 생산한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를 사용해 백신 1바이알 당 권장 접종 인원이 모두 접종을 맞은 이후에도 잔여량이 1인분 이상 발생하면 이를 추가 사용해도 된다는 내용이다.
질병청은 이 같은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공식 검토는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놔 혼선이 빚어졌다. 질병청은 백신 1바이알 당 용량이 제각기 다르고, 백신을 뽑는 간호사의 숙련도 등에 따라 잔여량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판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백신 잔여량이 간호사의 숙련도와 연결돼 일선 의료진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질병청은 식약처와 잔여량 사용 여부에 대해 협의를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관건은 잔여량 사용 여부가 허가 사항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식약처에서 허가 사항이라고 판단한다면 잔여량 사용 여부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한다. 심의를 거쳐 잔여량 사용을 허가하면 각 의료기관에서는 백신 잔여량이 발생할 경우 현장 판단에 따라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허가 사항으로 판단 후 잔여량 사용을 불허하면 지난달 27일 질병관리청이 발송했던 공문을 포함해 잔여량 사용 관련 지침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 이 경우 화이자 백신 1바이알 당 6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바이알 당 10명 접종을 준수해야 한다. 앞으로 도입될 모더나와 얀센, 노바백스 백신도 마찬가지다.
잔여량 사용 여부가 허가사항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면 질병관리청이 기존에 공문을 발송했던 것처럼, 잔여량 발생 시 현장 판단에 따라 추가 접종 가능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질병청과 식약처의 협의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이 협의 결과에 따라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종자의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오는 3월말까지 약 50만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2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도입 일정과 물량이 정확하게 결정된 건 이 50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
질병청에 따르면 약 50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은 약 16만 바이알로 구성돼 있다.
1개 바이알마다 6명만 맞을 수 있다면 약 16만 바이알로 약 48만명만 접종을 받을 수 있는데, 만약 1개 바이알로 7명까지 맞을 수 있다면 최대 약 56만명의 접종이 가능하다. 8만명이 3월말~4월초 화이자 백신을 통해 추가로 접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잔여량 사용 여부는 허가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1바이알 당 접종 인원은 제조사의 권고사항이고, 질병청에서 지침을 변경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게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 명확한 지침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바이알 당 꼭 7명분이 나와야 한다고 하면 의료진이 부담될 수 있지만, 남으면 쓰라고 하는 건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숙련된 간호사와 연결되면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량이 더 늘어난다. 의도적으로 생리식염수를 더 넣어 용량을 늘릴 우려도 있다"며 "백신 잔여량 사용을 하고 싶으면 테스트를 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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