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 '백신 속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부터 시작된다. 가능한 빨리 많은 인구를 맞춰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 외에도 백신 안전성 논란, 특정 백신 선호, 백신 피해 보상제도 등 잠재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많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백신 안전성 논란·특정 백신 선호 갈등 촉발 가능성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백신 개발 과속으로 꾸준히 제기돼온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가장 우려하고 있다.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잇따를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지난해 독감 백신 사태처럼 백신 접종 찬반 논쟁으로 번져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든 누가 됐든지 영향력 있는 인물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 '괜찮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백신 접종 우선 순위를 정해 발표했듯, 원칙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 우선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접종한다는 방침이지만,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아스트라제네카 백신(평균 64%)에 비해 코로나19 예방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이자(평균 90%)나 모더나 백신(평균 94%)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나중에 맞으면 예방율이 좋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데, 굳이 앞서 도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구 결과는 아직 학술지에 발표된 것 외에 없고, 영국 외 다른 나라는 별로 맞지 않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영국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데이터를 좀 더 빨리 입수해서 공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 대비 피해 보상제도 손질해야
코로나19 백신 임상 데이터가 많지 않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법원 판례와 감염병 예방법상 괴리가 큰 백신 피해 보상제도도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예방접종과 장애 등과의 인과관계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접종자 보호를 위해 모든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정부가 예방접종 등에 따른 피해 보상의 근거로 삼고 있는 현행 감염병 예방법 제71조는 그 규정이 모호하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법원 판례와 감염병 예방법간 괴리가 커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국민의 백신 피해보상에 대한 편견이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며 "자칫 백신 접종 거부 사태를 촉발하고 부작용 환자들의 집단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후 예견되는 부작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상해 주기 위해 감염병 예방법 71조와 하위 대통령령을 개정해 보상폭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접종과 피해간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잠재적 갈등 요인
정부는 감염병 예방법 71조에 따라 백신 접종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국가가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부작용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어 이 역시 잠재적 갈등 요인이다.
시민건강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은 공급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 접종 과정도 길고 복잡해 불확실성이 크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정부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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