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종교가 아닌 다른 신념이 예비군 훈련 거부 사유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 인정했으며, 지난달 대법원은 종교를 이유로 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도 처벌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전합 판례를 이번 사건에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예비군법도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예비군 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전합 판결에 따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 등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군법 15조 9항 1호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예비군 훈련을 거부할 만한 진정한 양심이 있다고 봤다.
먼저 1심은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라며 "미군이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역 전 부대에서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병사가 탈영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방관한 자신의 행동이 양심에 반해 세상과 타협하는 기회주의적인 것이라 반성하게 됐다"면서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후 훈련을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1심은 "A씨는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고통과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는 경제적 손실 등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해 주장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예비군 훈련 참석으로 인한 불이익은 현역 복무에 비해 적은 반면, 훈련 거부로 인한 불이익은 상당히 높다"면서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면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임에도 양심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훈련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며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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