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감소폭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최악의 고용쇼크'가 나타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라진 노인일자리가 지목된다. 부족한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재정일자리가 그간 지표상 부진의 폭을 그나마 보충하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581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98만2000명(-3.7%) 감소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12월(-128만3000명)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취업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국내에서 크게 확산한 지난해 3월(-19만5000명)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해왔지만, 그 폭은 지난달 특히 확대됐다. 작년 20만~40만 명대였던 취업자 감소 폭이 12월에 62만8000명까지 껑충 뛰더니 올해 들어선 100만 명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실업자는 15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만7000명 증가, 1999년 6월 관련 통계가 개편된 이래 최다였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758만 명으로 전년보다 86만7000명 증가,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지난달 고용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연말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서비스업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지만, 노인일자리의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종료된 사업들이 연초 아직 개시되지 않으면서 보건복지업, 공공행정업 등에서 임시직으로 분류되던 고령층이 취업자 통계에서 대거 빠졌다.
실제로 노인일자리가 속하는 공공행정 분야 취업자는 2만 명 증가에 그쳐 전월(9만1000명)보다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항상 증가세를 이어왔던 보건복지업은 7만4000명 감소로 전환됐다. 연령별로 보더라도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만5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2010년(-4만 명) 이후 약 10년 만에 최초로 감소한 것이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노인일자리가 지난 연말 종료된 이후 비경제활동인구 상태로 대기 중인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정을 통해 만드는 노인일자리는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은퇴 고령층의 인구 증가 등을 고려한 일종의 사회복지정책에 가깝다. 저소득층의 소득 보전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다만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생산성이 전무하며 저임금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대책으로서는 적합한 대책으로 볼 수 없다.
이런 노인일자리들은 향후 사업이 재개되면서 어느 정도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간 늘어온 정부의 재정일자리가 빈약한 민간 일자리 증가세라는 '민낯'을 가려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에는 여전히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 지난달 고용지표 발표와 같은 날 정부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내놓은 고용대책 가운데 구체적으로 제시된 건 '1분기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일자리 사업 중 1분기까지 90만+α(알파)개 창출'이다.
재정일자리라는 쉬운 방식을 택하는 대신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키우는 게 시급한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간 어려움이 있을 땐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재정으로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민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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