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배인 동양 정서와 서양미술의 흐름을 접목시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화가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만동 35-1번지 한벽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실(51) 화가의 열한 번째 개인전 ‘너는 어디에...(Ove sei...)'는 동양의 사상을 바탕으로 서양화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작품들은 하나같이 고통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성스러운 화폭 그 자체인 듯 느껴진다.
또한 전시작품들은 현악기 연주자가 활을 놀리듯 붓놀림 속에서 음률이 스며든 것처럼 보인다. 이태리에서 서양화를 오랫동안 한 그지만 동양화의 선을 중시했다. 아마도 그가 조선 겸재 정선의 그림을 섭렵한 작가이기 때문인 듯 보인다. 지난 2008년 로마 국립미술대학에서 논문 ‘겸재 정선’을 이태리어로 써 화제가 된 바 있다.
최 화가의 회화를 접한 사학자 하영휘 가회고문서연구소장은 “얼핏 보면, 그의 유화는 수채화처럼 보인다”면서 “그의 그림에 여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순간적으로 포착한 대상의 이미지를 삽시간에 쏟아 낸다”면서 “그의 붓놀림은 현란하고, 그림은 음률이 있는 음악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작품을 관람한 김동빈 씨는 “강인한 붓놀림이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한다”면서 “왠지 모르게 작가의 자화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전시한 최영실 화가는 “자연과 인체의 본질적 요소, 대상의 움직임 및 속도를 인식하는 고유의 방식을 통한 작품들”이라면서 “고도의 몰입으로 순간에 포착한 이미지를 작품에 남겼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전시장 오프닝행사에는 최영실 화가를 응원하고 있는 인천 ‘코리아기타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려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최영실 화가는 1987년 서울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2008년 로마 국립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한국과 이태리를 오가면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1995년 인천 오르세 갤러리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 ‘너는 어디에...’는 열한 번째 개인전이다.
다음은 최영실 화가의 작업노트이다.
바람처럼 가자
슬픈 것은 슬픈 것 그대로 가져가자
아쉬운 것도 가버리고
멀어지는 것들도
사라지는 것들도
나의 바람, 나의 시간이었다.
이 길과 저 길의 끝,
또 그 시작에 서 있는
나무처럼 혹은 그 곁을 지나는
구름, 바람처럼 나는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