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필두로 공매도 반대 운동을 본격화한 가운데 공매도 타깃이 됐던 다른 기업의 주주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 반대 운동이 일부 바이오기업에서 일반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일 한투연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투연은 특정 주주의 모임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라고 밝힌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비중으로 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셀트리온보다 더 높다"며 "특정 두 종목만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 간 전쟁이 펼쳐지며 뉴욕 증시가 출렁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한투연은 전날 "공매도의 탈법과 불법,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개선 요구에도 확실한 법 규정의 개정 없이 공매도 재개가 논의되는 데 대해 1000만 동학 개미의 힘을 결집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투연은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대한민국 공매도 금지를 1년 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투연은 1차적으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합과 연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 종목을 선정한 배경으로 "각 시장의 공매도 잔고 1위 기업이고 두 회사 모두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합산 주주수가 80만 명에 달한다"며 "주주연대가 강하다는 점 등에서도 공매도와의 전쟁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투연 커뮤니티에는 힘을 모으겠다며 이들 종목을 추매(추가매수)했다는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그러자 한투연 커뮤니티에는 "씨젠은 왜 빼냐", "두 종목만 언급하지 말고 힘을 모아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에 "공매도 알바(아르바이트)란 소리 듣는다", "이기적으로 굴지 말아달라" 등의 반박도 거세다. 반박하는 측은 "불공정한 제도를 바로 잡자는 것이지 특정 종목 주가를 올리자는 게 아니다", "특정주식을 위해 힘쓰는 게 아니라 공매도 제도 개선에 힘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우선 두 종목에 화력을 집중하자"고 촉구했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도 "여기(한투연 커뮤니티)는 개인 종목 상담소가 아니다. 다들 자기 종목 가져와서 사달라고 하면 되나"라며 "이기적인 글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반응에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라고 밝힌 작성자는 "셀트리온 주주 게시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주주인데, 그럼 다른 종목 주주들은 셀트리온 들러리냐? 결국 주가를 위하는 주주의 마음은 동일하다"고 맞섰다.
포털 종목 토론방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일제지 게시판에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동참하겠다는 주주들의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상승률도 비슷하고 주주들이 뭉치는 것도 같은데 언론에서 (국일제지 얘기는) 왜 뺄까", "이러다 반 공매도 테마주가 형성될 것 같다. 그 중 대장주는 국일'스톱'이 될 것"등의 의견도 나온다.
한편 셀트리온은 전날 14.51% 오른 37만1000원, 에이치엘비는 7.22% 오른 9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의 추매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정작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했다. 전날 셀트리온은 외국인이 96억9526만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21억4067만원을 순매도했다. 에이치엘비도 외국인이 52억3007만원 어치를 사들이는 동안 개인은 56억5940만원 팔아치웠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미국 게임 유통 업체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 아니라,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요동치자 지난해 3월16일부터 9월15일까지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이후 6개월 추가로 연장해 오는 3월15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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