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해도 형법상으론 처발받지 않아
모자보건법 있지만 직접 규제 어려워
“국회 더 늦기 전에 낙태법 개정해야”
형법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했다. 국회에서의 관련 법 개정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써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임신 주수와 관계 없이 낙태를 해도 형법상으론 처벌받지 않는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심판 대상 조항은 △형법 제269조(낙태) 1항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와 △형법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1항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입법부인 국회가 이 조항을 지난해 연말까지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헌재 판결 후 약 1년 8개월 동안 우리 사회 각계에서 그에 따른 논의가 진행됐고,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관련 개정안들을 발의했었다. △임신 14주 이내 전면 낙태 허용 △15~24주 이내 사회·경제적 사유 낙태 허용을 골자로 한 정부 개정안이 특히 논란이 됐다.
그러나 결국 어떤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이해관계를 우선해 법안을 처리하느라 낙태법 개정을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의 명령을 어겨 직무를 유기했다”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방기했다”는 등의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의 허용 한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헌재 심판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여전히 그 법적 효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형법 만큼 직접적으로 낙태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6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대로 새해를 맞게 되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낙태죄 입법 공백 사태가 현실이 된다”며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수많은 생명이 법적 보호 장치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다. 이 같은 사태는 사실상 태아의 생명권을 속절없이 짓밟는 반인권적, 반문명적 만행에 다름 아니”라고 했었다.
또한 “입법 공백은 무고한 태아들을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이는 국가의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10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명권 침해에 대해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태아를 보호하는 입법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은 “지난해까지 형법 낙태죄가 개정되지 못하면서 우려했던 입법 공백상태가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낙태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존중문화의 확산이다. 이를 위해 교회 안에서 먼저 복음으로 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그 동안 혹 알지 못해 낙태한 이들이 교회 안에 있다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회복된 뒤 다시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렇게 교회 안에서 회복이 일어나고 그것이 사회로까지 넘친다면 자연히 생명존중문화도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말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적 의무를 다하는 낙태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취지의 ‘국민동의청원’이 국회 소관위원회 회부 요건인 동의수 10만 명을 충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