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원 추방한 것, 생명권 등 인권침해”

교단/단체
정치
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인권위, 관련 진정에 ‘각하’했지만 이상철 위원 반대

“조사된 사실관계만으로도 판단에 부족함 없어
인권위, 인권보호 측면서 결론 내려주는 게 맞아
하물며 외국인의 경우에도 소송 등 절차 있는데
탈북민으로 보호하지 않고 중대 범죄자로 간주,
그 의사에 반해 고문 위험의 北으로 신속 추방”

지난 2018년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촉구하던 집회 모습(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가 지난해 강제북송 논란이 일었던 북한 선원 북송 사건에 대한 진정을 최근 ‘각하’한 가운데, 변호사인 이상철 상임위원의 반대 의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권위는 이 사건 진정에 대해 “피해자들이 이미 북한으로 추방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인권침해 유무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위원은 “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자료입수와 정보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이미 조사된 사실관계 하에서라도 이 사건 북한 선원의 추방이 그 내용과 절차 면에 있어서 모두 인권침해가 된다고 판단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각하는 극히 신중히 행사되어야 하는 바, 이 사건은 북한 이탈자의 북한에로의 추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한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고 직권남용 등의 형사 고발이 제기되었다고는 하지만 수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규명이 그리 쉽지 아니하다고 보이므로, 인권옹호기관인 당 위원회가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 인권침해가 있는지 어떠한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권위법 제32조는 진정을 각하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 제7호는 “진정이 위원회가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이 위원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르면 ‘북한 이탈주민’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하고, 이 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 이탈주민에 대하여 적용되므로, 어떠한 경위이든 피해자들이 선박을 이용해 탈북하여 대한민국에 보호 의사를 표명한 이상 엄연히 우리 실정법이 적용되는 북한 이탈주민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보호 결정의 기준) 제1항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의 경우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동법에서 정하는 보호대상자가 받을 수 있는 정착지원 등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 보아야 하지 동법상의 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아니하였다 하여 정착 의사를 지닌 자를 다시 왔던 곳으로 되돌려보내야 한다는 근거조항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그 동안 동법에 의거하여 보호신청을 한 북한 이탈주민들 중 비보호 결정을 받은 신청자들도 대한민국 국적을 받은 사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신청을 한 북한 이탈주민 중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송환된 사례가 전무한 점을 보더라도 그렇게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해자들의 귀순의사 진정성에 의문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피해자들이 관계당국에 서면으로 귀순 의향을 밝힌 사실이 인정되고 판문점에서의 북송 당시 비로소 북한으로 추방된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당국에 대한 그들의 귀순 혹은 정착 의사가 명시적 혹은 묵시적 방법으로 표시되어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고, 그 동기의 불순 여부나 내심 의사의 상이 여부는 이미 외부에 표시되어 확정된 정착 의사의 효력을 함부로 좌우할 수가 없으므로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탈북민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은 “설령 당국이 피해자들의 귀순의사 진정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표시된 피해자들의 의사와 다른 결정을 할 경우 그 결정에 대한 충분한 불복절차와 변호인 조력 등을 제공하고 종국적으로는 사법심사까지 받게 하는 것이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법규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적법절차 원리와 인도주의 정신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과 공공의 안녕상 도저히 입국을 허용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인정된다면 피해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제3국으로의 추방 등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북한으로 추방한 점도 과연 적절한 조치였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더구나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3조 제1항은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나라로의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피해자들이 송환된 북한은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유엔 가입국이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하물며 외국인의 경우에도 「출입국관리법」에서 입국금지 등 강제퇴거 대상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강제퇴거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 및 소송 등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등 실제로 추방에 이르기까지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바, 내국인과 같은 정도의 보호를 받을 지위에 있는 탈북민에 있어서는 더 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관계 당국이 대한민국에의 귀순 내지 정착 및 보호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을 탈북민으로 보호하지 않고 중대 범죄자로 간주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어지는 북한으로 신속히 추방한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법규가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하여 피해자들의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 및 생명권과 방어권 등 인권침해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향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재발방지를 위하여 대통령과 관련 당국에게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하여 문책할 것을 권고함과 아울러 탈북민의 입국처리 및 강제퇴거를 함에 있어 그 요건 및 절차를 명확히 하고 불복절차를 마련하는 등 법령과 매뉴얼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