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 보내
모든 교회 한꺼번에 규제하는 건 위헌 소지
포괄적 차별금지법, 오히려 다수 역차별 위험
낙태 문제, 자기결정권보다 생명 존중이 기준
대북전단 금지법, 북한 민주화에 찬물 끼얹어
한국교회 하나되어 하나의 목소리 내야 할 때”
송태섭 목사가 지난 12월 10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제10회 총회에서 새 대표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도 역임하는 등 교계 연합사업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이제 36개 교단과 15개 단체를 이끄는 한교연 대표회장으로, 교계 안팎의 주요 현안에서 전면에 나서게 됐다. 그를 최근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 있는 한교연 대표회장실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한교연 새 대표회장이 되신 소감 먼저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사람을 한교연 제10대 대표회장으로 세워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며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해 주신 총회 대의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가 한교연을 이끌어갈 능력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부족한 제게 기회를 주신 것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교단과 단체의 뜻을 한데 모아 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 또 한교연의 결속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2020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힘들었는데, 새해를 앞둔 소감이 어떠신지요.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으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선진국들은 백신주사를 맞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내년 상반기에 들어온다는 말이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아서 국민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새해라고 해서 딱히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속히 코로나가 종식되어 온 국민이 일상을 회복하고 대한민국과 온 세계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한국교회에도 매우 힘든 한해였습니다. 방역조치로 인해 예배를 이전처럼 드릴 수 없었는데, 무엇보다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예배 형식을 강제하면서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성도들의 영적 호흡입니다. 그런 예배를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비록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모든 교회들이 다 바이러스 감염의 온상인양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으면 그 음주운전자만 처벌하지 모든 운전자를 다 처벌하거나 아예 모든 운전자를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부 교회에서 방역을 소홀히 해 확진자가 나왔다면 그 교회에 대해 일시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릴 순 있어도 모든 교회를 다 한꺼번에 묶어서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고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봅니다.”
-차별금지법안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법이 오히려 다수를 역차별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기독교계가 장애인이나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의 법만으로도 얼마든지 약자에 대한 인권 보호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국민들을 규제하고 처벌할 위험이 있는 법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동성애에 대해서는 성경에 죄악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동성애가 죄라고 하는 것을 차별이라고 해 금지한다면, 강단에서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설교하거나 복음을 전파하는데 재갈을 물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기독교계가 힘을 합해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낙태죄 개정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만약 이대로 해를 넘기면 그 효력을 상실하는데, 그럴 경우 교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낙태죄 논란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본격화 했습니다. 그런데 헌재의 판단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배제한 낙태에 대한 처벌이 과하다는 것이었지 낙태죄를 아예 없애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이참에 낙태죄를 없애려 한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봅니다.
낙태 문제에 있어선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한때 태아였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태아라도 천하보다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없애는 것은 준살인에 해당하는 범죄이지요. 교계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다만 헌재가 국회에 올해 말까지 지금의 낙태죄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기에 그나마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개정이 이뤄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가 이미 끝났고 임시국회 상정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금으로선 개정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내년 1월 1일부터는 임신 주수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낙태죄가 폐지돼 버립니다. 그러므로 교계에서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하루라도 빨리 낙태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이 통과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외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 한교연은 여권 주도로 통과된 대북전단 금지법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도 있지만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반인권법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 법을 정부 여당이 추진하게 된 배경이 무엇입니까? 지난 6월에 북한 김여정이 우리 정부에 대북전단을 막을 수 있는 법이라도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남북 합의를 깨겠다고 엄포를 놓고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김여정 하명법’이란 말이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유엔과 미국 의회에서까지 들고 일어나 문제를 삼고 있죠. 여당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앞뒤가 안 맞는 말입니다. 북한 김여정이 한 것은 내정간섭이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앞으로 북한처럼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처할 생각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새해엔 한교연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통합 논의가 본격화 될 것 같습니다. 한교연 대표회장으로서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제가 한교연 대표회장 후보 소견서에 밝혔듯이,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는데 언제든 한 알의 밀알이 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어 대정부·대사회적으로 하나 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특정인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통합은 또 다른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교회 연합사업의 핵심은 큰 교단과 작은 교단이 조화롭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새해 한국교회 성도들을 위한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1년 365일을 통째로 도둑맞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통과 인내로 견뎌온 시간이었습니다. 교회마다 예배의 위기가 찾아오고 코로나가 끝나도 과연 한국교회가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환란 가운데서도 주님은 우리 모두를, 그리고 한국교회를 보호하시고 지키시고 계심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예배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고 얼마나 소중한지 잊어버린 것도 반성하고 회개할 시간을 주셨다고 생각하고 더욱 하나님과 가까이 하며 내 신앙을 새롭게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장차 ‘독수리 날개치고 올라갈’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승리하는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