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65) 씨는 기독교인이지만 주일예배를 드린 뒤에도 사업장의 문을 연다. A씨는 “한 달 임대료만 300만 원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테이크아웃’ 장사만으로 얼마나 커피를 팔겠느냐”라며 “주일성수에 따라 예배를 드리고 안식을 지켜야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주말 매출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업을 접고 주일성수를 지키기엔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주일에 영업을 하면 안 된다’는 주일성수 개념이 자칫 율법주의로 작용해선 안 될 것 같다”며 “오히려 주말에도 카페가 필요한 대학생과 지역주민을 위해 크리스천으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섬기고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현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전년도 동월 대비 지난 3월엔 7만 명, 5월과 6월엔 각각 8만 2,000명, 15만 5,000명이 급감하고 7월과 8월엔 각각 12만 8,000명, 10만 6,000명으로 줄다 지난달엔 5만 9,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폐업한 자영업자의 수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의미다.
때문에 크리스천 자영업자들도 주일성수를 온전히 지키면서 사업장을 운영하기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목회자는 주일 영업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주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용일 목사(직장사역연구소장)는 “코로나19로 주일에 일할 수밖에 없는 직종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일에 영업장의 문을 닫는 건 용기이고 결단”이라며 “보통 교회에서 믿음으로 결단하면 하나님께서 보상해주실 것이라고 말하지만 적극적으로 권유하기엔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져 주일에도 영업장을 열기로 결심했다면, 최소한 주일의 의미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주일성수가 예배와 안식으로 구성된다면, 주일예배가 어려울 경우 가령 주일 저녁 예배라든가 수요예배에 충실히 참석하는 것도 차선”이라며 “안식도 마찬가지로 주일이 아니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쉬는 게 좋다. 이는 하나님 명령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고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서 주일 영업을 한다면, 하나의 섬김으로서 긍정적인 평가가 될 수 있다”며 “오히려 ‘주일에 영업을 하면 안 된다’는 율법적 엄숙주의는 현대사회에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승구 교수(합동신대)는 “가장 보수적 입장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따르면 주일은 그리스도인의 안식이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렵지만 주일에 안식하면서 성경말씀을 굳건히 지키고, 그 삶을 반드시 지켜 내리라는 믿음이 있다면 하나님의 백성다운 일”이라며 “일단 그렇게 보는 게 최선이다. 어렵지만 말씀을 따라가는 신앙이 최선이며 그럴 때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반드시 지켜주신다”고 했다.
그는 “안식일의 1차적인 목적은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하고 묵상하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면 부산물로서 다음 엿새 동안 일할 수 있는 힘도 비축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생계 유지를 위해 주일성수를 부득이하게 못 지키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정당화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오히려 주일성수를 제대로 지켜내겠다는 노력을 견지해야 한다. 현 시대는 예외적인 것이 일반화된 세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