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6일, 대선과 함께 주별로 이뤄지는 주민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메릴랜드 동성결혼 합법화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은 찬성 우세… 미국 역사상 최초 ‘찬성’ 주민투표 될까?
먼저, 메릴랜드 주민들의 여론은 동성결혼 찬성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10월 초 볼티모어선지(紙)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는 49%, 반대는 39%로 10% 포인트 앞서 있으며, 앞서 곤잘레스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51% 대 43%로 지지가 더 많았다. 워싱턴 지역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56% 대 38%로 찬성이 월등히 앞섰다.
실제로 1998년 이후 30회 이상 주민투표에 붙여진 동성결혼 문제는 한번도 ‘찬성’으로 결론이 난 적이 없었다. 2008년 캘리포니아 Proposition8 주민투표가 있기 몇주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비율이 앞섰지만, 실제로 결과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
하지만 LA 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메릴랜드 주민투표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 투표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메릴랜드 주민의 30%를 차지하는 흑인계 미국인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제를 두고 있기 때문.
치열한 기싸움… 반대측은 ‘역차별’ 앞세워
찬반측 의지가 굳고 팽팽한 만큼, 기싸움도 치열하다. 지난 9월에는 뉴욕 소호호텔에서 메릴랜드 주민투표를 앞둔 전국적 지지 운동이 일어나 거액의 운동자금을 모금했다. 최소 250달러부터 최고 2만 5천달러를 내고 유명 연예인, 정치인 등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이중 아마존닷컴 창시자 제프 베조스가 25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빌 게이츠, 스타벅스 역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반대측에서는 TV 광고를 싣는 등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났다. 메릴랜드 동성결혼 반대 청원운동에 서명한 갈로뎃대학교 한 교수가 면직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메릴랜드 결혼 동맹(Maryland Marriage Alliance, 이하 MMA)에서는 면직당한 ‘안젤라 맥캐스킬 교수’의 영상을 내세우며, TV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내용은 “그들이 Question 6(올초 통과된 메릴랜드 동성결혼 찬성법안)가 동성결혼 반대자들을 보호할 것이라 약속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만약 Question 6가 주장하듯 결혼이 재정의되는 곳은 어디든 전통 결혼 지지자들이 처벌 받게 된다. 다음은 누가 될 것인가? 우리 모두는 Question 6 아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TV 광고로 역차별 논란에 불이 붙자, 마틴 오말리 주지사를 포함한 동성결혼 지지 측에서도 맥캐스킬 교수의 복직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한인 사회도 적극 반대 운동에 앞장
동성결혼 반대 측은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일부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인 사회도 반대에 적극적이다. 최근 메릴랜드한인교회협의회(회장 권덕이 목사)를 중심으로 목회자들이 대형 한인마트에 부스를 설치하고, 동성결혼에 ‘반대’할 것을 강력 권유하고 있다. 목회자들은 “동성결혼 허용 여부는 신앙인들에게 성경의 진리 수호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연방법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1996년 미국 연방 의회가 ‘결혼 보호법(DOMA)’을 통과시켜 결혼은 ‘이성 사이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했기 때문. 그러나 워싱턴 DC를 포함한 7개 주에서 동성결혼 제도를 주별로 시행 중이며, 이외 12개 주에서 시민결합이나 파트너 등록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올해 초 메릴랜드 마틴 오말리 주지사의 서명까지 거친 동성결혼법은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반대 서명이 성공적으로 제출되면서 주민투표로 최종 시행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올해 동성결혼 합법화가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주는 이외에도 워싱턴, 메인, 미네소타 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