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개교회주의 벗어나 작은 교회 돌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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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박사, 한국실천신학회 온라인 정기학술대회서 발제
정재형 박사(실천신대) ©실천신학TV

제 78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황병준)가 21일 오전 유튜브채널 실천신학TV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와 실천신학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정기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교회의 변화와 공공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정 박사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성찰과 반성이 없는 근대화로 사회에 위험요소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위험요소는 오히려 선진국에 많다며 앞으로 위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도 종교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며 “보통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종교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염병에 대처하는 종교기관의 실망이 사람들에게 종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갖도록 만든다”고 했다.

이어 “18세기 리스본 대지진 이후 종교가 몰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한국교회에 큰 본보기다. 이처럼 종교가 사회적 재난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목회데이터 연구소가 4월·7월 두 번에 걸쳐 실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는 첫째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실생활에서 신앙 실천으로의 의식 전환’(24.3%), 둘째 ‘예배 본질에 대한 정립’(21.9%), 셋째 ‘교회의 공적인 사회적 역할’(21.4%)로 조사됐다. 특히 첫째와 셋째는 가나안 성도들이 응답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기독교 신앙은 사적 영역에 머물지 말고 공적 영역으로 표출돼야한다. 즉 이웃사랑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공공신학들이 갖는 공통점이란 사회 공익에 반한 신앙은 반대하고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는 것”이라며 “공공성 개념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공론장이다. 근대 유럽은 공론장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공공성에 대해 토론하며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왔다. 교회도 이런 공론장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특히 “공공성은 ‘더불어 살기 위해’ 사람들의 공동의 헌신이 뒤따라야 한다. 선언적 차원보다 구체적 협력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공적 책임 중 대표적 사례가 초기 기독교의 부흥이다. 당시 기독교는 신흥종교였음에도 부흥한 이유는 바로 전염병에 대처했던 방식 때문이다. 전염병이 돌던 당시 이교도들은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없어 병자들을 외면했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 신자는 전염병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고 이해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들을 성실히 섬겼다. 이런 모습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교회를 찾았다. 이처럼 초기 한국 선교사들도 이런 역할을 감당해 한국 교회는 부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사람을 차별한다. 사회 하류계층이 질병에 더욱 취약하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건강을 잘 돌보지만, 하류층은 그런 여유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도 비정규직은 66.3%, 정규직이 35%다. 반면 직종별로 서비스직은 66.9%, 사무직이 35.4%다”며 “현재 코로나 블루로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6,278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자살율이 늘었다. 하위계층에서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온 사례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살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을 붙잡아주고 사회·정서적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퍼트남(Robert David Putnam)은 그의 저서 ‘나홀로 볼링’에서 사회적 자본을 강조했다. 신뢰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활성화 된 곳에서 사람들이 서로 파트너십을 이뤄 사회적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사회적자본이 쇠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뢰가 두터운 장소는 교회라고 했다”고 했다.

아울러 소설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그의 저서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종교 공동체가 중요하다. 종교는 인간의 고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연계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몇 가지 편견을 없애려는 종교의 노력을 존중 한다”고 했다며 “(이처럼) 신앙공동체는 소그룹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교회 공동체는 관료제 형태로 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바라던 소규모 공동체가 연합한 교회 공동체의 성격과는 맞지 않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시기,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소그룹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의사소통으로 자리하고 있다. 소소한 얘기, 하찮은 얘기 등의 스몰 토크가 공동체의 유대감을 두텁게 하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며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우스너(Robert Wuthnow)는 미국에서 소그룹이 시민 결사체로서 기능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소그룹 구성원이 됨으로써 재산소유보다 삶의 태도 및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가령 평화·사회정의·자원 봉사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재형 박사는 “지난 10월 목회데이터연구소 소그룹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 소그룹이 활성화된 곳은 가정교회였다. 다수 응답자들은 가정교회에서 ‘소그룹 멤버들의 섬김과 교제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교회에서 ‘소그룹의 섬김과 사랑 나눔’을 충만히 누리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확장해 최근 마을공동체 개념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사회 단위로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연대를 통한 재난 극복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이처럼 교회 봉사활동에 매몰된 기존 교회 소그룹이 기독교 시민단체로서 ‘교회와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교회의 양극화가 심히 우려된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작은 교회보다 큰 교회가 어려울 것 같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당시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큰 교회는 넓은 예배당으로 거리두기가 용이하고 방역 비용 조달에 여력이 충분하지만, 작은 교회는 예배당 공간이 협소하여 거리두기가 어렵고 방역 비용이 부족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고 했다.

특히 “작은 교회는 재정, 목회자 사례비 등 빈약한 상황에 놓여왔다. 코로나19 이후로 교회 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 교회 생태계 측면에서 전체 교회의 공동체성을 생각해야 한다. 개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공동체다. 우리는 이런 보편교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앞서 로버트 퍼트넘도 교회에 대해 ‘한 기관이 타 기관 주체와 연결하려는’ 브리징(Bridging) 사회자본이 약하다고 지적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개교회성이라는 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작은 교회도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형교회 특성에 맞는 새로운 목회 개발이 필요하다. 사역의 다변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가령 마을 목회 차원에서 카페, 작은 도서관, 온라인 목회 등이 있다”며 “가나안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사역도 좋은 대안이다.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서 콘소시엄을 이루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했다.

끝으로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단지 기독교인들끼리의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공공성은 정치적 관점이나 당파성 너머에 있다”며 “공공성은 자기 이해를 넘어서 시야를 확장해 우리 신앙에서 관행으로 주장되온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바꿔 ‘나와 이웃’에게 유익이 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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