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대중도서관(관장 한석희)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고받은 편지 2점을 9일 최초로 공개했다.
도서관 측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2차 미국 망명 투쟁 당시(1982.12~1985.2) 다수의 상하원 의원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한 상원의원 중에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조 바이든 등이 있었다고 한다.
도서관은 “이 때부터 바이든과 김 전 대통령은 친분을 쌓았고 바이든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으며 김 전 대통령 재임 시기 햇볕정책을 지지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김 전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김 전 대통령과 오랜 기간 긴밀한 인연을 맺었던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향후 대미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이와 같은 사실을 참조하는 것은 한국 국익 실현에 있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도서관이 최초 공개한 사료는 1983년 9월 30일 바이든이 김 전 대통령에 보낸 편지와 1984년 2월 27일 김 전 대통령이 바이든에게 보낸 편지로, 1983년 9월 30일 당시 바이든 상원의원이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바이든은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견해에 관심이 있으며 향후에도 이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자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미국 망명 기간 중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민주화와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제로 한 자신의 연설문과 기고문을 동봉한 편지를 지속적으로 발송했었다”며 “바이든의 이 편지는 앞서 보낸 김 전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답신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신 여부 등을 검토해 밀접하게 접촉해야 할 대상을 구분했는데 바이든은 중요한 대화상대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실은 1984년 2월 27일 김대중이 바이든에게 보낸 편지에서 알 수 있다. 이 편지는 바이든에게 개별적으로 보낸 것이고 당시 ‘긴급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회의를 제안하고 있다”며 “이 편지에서 김 전 대통령은 1984년 2월 25일에 있었던 전두환 정권의 202명에 대한 해금조치는 기만적인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무부는 이 조치에 대해 즉각적인 환영성명을 내놓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이 핵심 주요 인사들에 대한 해금을 하지 않은 채 대외적인 선전 목적에서 단행한 기만적인 해금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현실에 절망하는 많은 국민이 미국을 비판하고 있고 일부는 반미주의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을 ‘긴급한 현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도서관은 “이번에 공개한 사료를 통해 1980년대 초반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투쟁을 할 때 바이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의 친밀한 관계는 당시 만났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바 있고 바이든이 자신의 자서전에서도 ‘김대중을 존경한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사료 공개는 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의 관계가 시작된 1980년대 초중반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기 두 사람과 관련된 사료의 최초 공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또한 “이 사료를 통해서 당시 미국 망명 시기 김 전 대통령의 활동 내용을 알 수 있으며 레이건 행정부와 달리 한국의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미국 의회 내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