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생명에 대한 책임, 없앨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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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로라이프’ 운동 뛰어든 연취현 변호사
행동하는 프로라이프가 주최한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1차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연취현 변호사(보아즈 사회공헌재단 자문)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노형구 기자

‘행동하는 프로라이프’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1차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연취현 변호사(보아즈 사회공헌재단 자문)와 현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두 명의 자녀를 둔 연 변호사는 최근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프로라이프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Q. 낙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A. 헌재가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한 뒤부터, 후속 법률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법률이 어떻게 제정될지에 대해선 그저 ‘개인적 관심’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낙태죄 전면 폐지 여론을 형성하자, 이건 아니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마침 지난 8월, 복음법률가회가 창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입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서다. 크리스천 변호사로서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작은 달란트로 낙태 합법화 흐름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당시 하나님은 내게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에베소서5:16)는 말씀을 주셨다. 이런 악한 때, 단순히 착한 일 혹은 밥벌이로써 법률 일을 하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내가 지닌 법률 지식으로 프로라이프(Pro-Life) 운동에 헌신하고 싶었다.

Q. 최근 정부가 내놓은 낙태죄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임신 14주까지 여성의 자유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크리스천들이 깨어나 낙태로 인한 생명 경시를 미리 막지 못하고 누군가가 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우리가 회개해야 한다. 물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일정 정도’ 존중하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무시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헌재가 14주 이내로 낙태 허용가능시점을 제시한 위헌 의견은 고작 3명 뿐이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3명인 소수 의견이다. 국회가 따라야 할 기속력도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는 전체 중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14주 이내로 낙태를 허용한 이번 형법 개정안은 낙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입법재량을 넘어섰다. 위헌 소송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다.

Q. 기속력도 없는데 정부가 헌법재판관 3명의 의견을 따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헌재의 제시안에 그대로 따랐다는 법무부의 면피용에 불과하다. 헌재가 제시한 방어막 뒤에 법무부가 숨어 여성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 아닌가 생각된다.

Q. 이번 형법 개정안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내용은, 15~24주 이내 낙태 허용 사유에서 기존 모자보건법이 정한 임신·근친상간·임부와 태아의 건강 등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A. 지난해 4월 11일 헌재가 판시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문을 보면 ‘22주 내외라는 기준’만을 제시했지, 24주란 단서는 없었다. 당시 결정문 내용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라고 나왔다. 여기서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독자생존 가능성 모두를 고려한 최대 마지노선이라는 얘기다. 정책적으로 기한을 22주로 못 박자는 얘기가 아니다. 즉 낙태 허용 시점을 2주 내로도 할 수 있다. 허용 시점을 최소화화려는 입법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단 얘기다. 현재 한 보고에 따르면, 태아 생존율이 임신 22주 이하는 10.5%, 임신 23주는 38.9%, 임신 24주는 54% 정도다. 그런데 법무부는 헌재가 제시한 22주보다 2주 늘린 24주 이내로 낙태를 허용했다. 이 뜻은 충분히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그저 죽이자는 얘기다.

Q.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A.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예시도 없다. 추상적 규정이다. ‘심각한 곤경’ 부분도 마찬가지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심각한 곤경에 처해 낙태를 허용할 판단 기준이 없다. 이렇게 되면, 임부가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종합상담소에서 상담만 받아도 이를 추정사유로 쳐서 낙태가 허용될 수 있다. 원래 상담 받기 전, ‘사회·경제적 사유’를 판단받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심각한 곤경에 처했다며 임산부가 낙태를 주장하고 임신종합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으면, ‘상담 증명서’만으로 낙태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곧 낙태해도 된다는 허용문서에 가깝다.

Q. 상담소가 낙태를 예방하는 곳이 아닌, 자칫 낙태를 허가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A.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독일의 경우 낙태죄 형법에 ‘상담의 목적은 낙태를 막고 생명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마치 상담을 낙태를 허용하는 절차 중 하나로서 규정했다. 상담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도 없다. 이를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를 통해서 통제가 안 된다는 말이다.

Q.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이 낙태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니다. 자기 인생을 결정할 권리다. 그리고 결정했다면 언제나 책임이 뒤따른다. 법적 책임을 피한다 해도, 낙태를 결정할 때 죄책감이라는 무게가 그 책임을 감당했다. 그런데 이를 법으로 없애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명에 대한 책임이 없어질까? 이 시대가 특히 그렇듯, 모두가 자기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낙태를 할 경우 어려가지 위험에 처할지라도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여성이 있다. 오히려 그런 산모의 결정권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서 얼마든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형법 및 모자보건법이 개정돼야 하는 것이다. 단지 낙태를 결정한 여성의 법적 책임을 면해주는 것만으로 정말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Q. 미혼모에 대한 국가적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로라이프(Pro-Life) 진영에선 어떤 대안이 있나?

A.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복음법률가회 등 프로라이프 진영이 비밀출산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가가 미혼모의 양육을 돕는 후속 법안에 대한 고민이 크다. 무엇보다 출산 이후에도 출산과 양육이 부부와 여성의 책임으로만 돌아가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과 구조를 개선해 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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