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향’ 등이 차별금지사유로 포함된 ‘서울대 인권헌장(안)’이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인권헌장 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학내 대자보에 소위 ‘가림막’이 설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반대 표현 자체를 막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이하 진인서)는 얼마 전 ‘탈동성애자 친구들의 존재자체를 부정하시겠습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이 대자보에 가림막이 설치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진인서는 “(가림막 설치자(이하 A씨)가) 학관 앞 게시판이 총학생회가 관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소수자 혐오발언이 있는 대자보를 가렸다고 밝혔다”며 “A씨는 단순한 개인이 아닌 총학생회(단과대학연석회의) 인권연대국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16일 공청회의 패널토론자로 지정된 사람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에선 지난 16일 ‘서울대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었다.
진인서는 “대자보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대자보의 효용가치를 해하는 것으로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훼손당한 대자보의 내용은 동성애자 보다 더 소수자인 탈동성애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대자보는 “P씨는 게이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는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남녀 간의 사랑이 진정하고 올바른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사유로 규정된다면 P씨와 같은 탈동성애자들의 발언은 차별행위, 혐오표현으로 규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 중인 서울대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인서는 “대자보를 통한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의 표현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A씨가 총학생회(단과대학연석회의) 인권연대국장이라는 점,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을 논하는 공청회의 공식적인 패널토론자로 참석한다는 사실은 ‘서울대 인권헌장’을 준비하는 작업이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젠더이데올로기에 편향된 사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A씨의 일방적인 차단막 설치행위를 규탄하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가림막에는 “이 밑의 글은 원색적인 소수자 혐오표현을 포함하고 있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생산·재상산하고, 대중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당 가림막으로 가림처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가림막을 설치한 A씨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탈동성애라는 표현을 써선 안 되고 다른 형태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탈동성애라는 표현은 동성애에 대한 교정적 시각이 담겨 있는데,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하는 용어”라고 했다.
가림막 설치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는 평등하고 안전한 공론의 장에서 성립이 가능한데, (진인서의) 해당 대자보의 내용은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생산함으로써 공론장을 파괴해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