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가 16일 ‘서울대학교 인권 공청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번 공청회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포함시켜 논란이 된 ‘서울대 인권헌장 및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다.
먼저 발제자로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안) 연구책임자)는 “취지는 구성원 공통의 인권기준 확립이다. 국제규범과 통용하는 인권규범에 발맞춰야 한다. 서울대 맥락에 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서울대 인권헌장은 인권규범을 새롭게 창조한 게 아니다. 20세기 동안 발전해온 인권규범을 서울대 맥락에 잘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가 선도적 역할과 사회적 책무를 잘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조(차별금지와 평등권) 1항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한데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었다. 학내 구성원 설문조사에서 이런 인권 조항이 차별금지사유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다수 개별 구성원 조사에서 각각 찬·반 의견이 도출됐다”며 “그러나 인권 전공자 관점에서 이런 (인권 헌장의) 내용보존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냈다. 제3조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언급을 누락한다면 서울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지 생각할 때,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지침(안) 연구책임자)도 “대학원생 인권지침 13조에도 서울대 인권헌장안과 같이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 차별금지사유로 규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곧바로 서울대 인권헌장(안)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남승호 교수(언어학과)는 인권헌장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남 교수는 “서울대에는 장애인·외국인·(성)소수자를 포함한 약자들이 혐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건 잘 안다. 그런데 인권헌장이 이런 두려움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대학의 핵심적 가치인 자유를 억압한다”며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곳인데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 인권헌장은 우리의 건강한 소통을 가로 막는다. 공포와 두려움은 자유롭게 소통할 때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해 “동성애를 이유로 부당한 차별은 안 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하는 것도 하나의 권리로 존중돼야 한다”며 “서울대 인권헌장은 동성애 반대 발언을 혐오표현으로 본다. 혐오와 차별 프레임은 학술적 근거가 없는 허구다. 서울대 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가 계속 인권헌장을 내놓을 때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적시한 이유는 뭘까? 바로 2018년 인권 성평등교육에 있다. 당시 인권교육은 젠더 이론으로 도배가 됐다”고 했다.
또 “동성애 차별금지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 오히려 유엔총회는 이를 지지하거나 결의·권고한 적이 없다. 2009년 오히려 유엔 총회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적시한 논평을 거부했었다”며 “그런데 인권센터 보고서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발표한 일반논평만 인용하고 유엔총회에서 해당 논평이 거부됐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다. (또) 2018년, 인권센터는 젠더이데올로기로 변질된 인권 성평등교육을 필수화 하려고 시도했다. 서울대 평위원회가 이를 전면 거부했었다. 인권센터는 개소한 이래 국제적 논란이 되는 성적지향과 관련된 인권 규범 제정을 계속 시도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인권헌장은 어떤 행위를 비판하면 행위자를 불쾌하게 한다며 처벌한다. 이는 혐오 프레임이다.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비판을 ‘동성애자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하고 처벌한다”며 “많은 법학자들이 이런 해석을 불합리한 법리라고 비판한다. 인권헌장이 이대로 간다면 서울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대학을 젠더 이데올로기 실험실로 만들 것이다. 인권헌장으로 학생 동아리 입회 자격을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 것이다. 여학생 동아리도 젠더 차별 금지를 시켜 남학생도 가입하게 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 수없이 벌어졌다”고 했다.
남 교수는 “토론의 광장이 회복돼야 한다. 공청회는 인권헌장이 공론화되는 시작이다. 교수·학생·직원 간 건강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독립적인 인권헌장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성적지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자·소수자들의 의견을 경청하자. 진정으로 소통하면 안전한 대학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 법학전문대 석사과정 김민주 학생은 “남승호 교수님 의견에 동의 못 한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게 바로 혐오 프레임이다. 물론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지만 존재에 대해서는 결코 반대할 수 없다”며 “유엔(UN) 인권이사회 등 세계적 인권 전담 기구들이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빌미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동성애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고 동성애자 등 다양한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확립된 원칙”이라고 했다.
강우성 교수(영문학과)도 거들며 “서울대 인권 헌장과 인권지침 제정(안)이 자랑스럽다. 제3조 1항을 두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반대 의견의 존재가 바로 ‘인권헌장 및 인권지침’이 필요한 근거가 아닌가”라며 “오히려 3조 2항에서 ‘차별 없이 대하여야 하며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를 주의해야한다’는 조항이 문제다. 소극적 보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행사하는 사람에 대해서 처벌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이게 인권헌장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줌(ZOOM) 토론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 나왔다. 최윤화 학생(화학교육과 박사과정)은 “동성애자 친구랑 잘 알고 지냈다.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마음과 고민을 나누면서 진솔한 관계를 맺고 싶었다. 만일 당시 인권헌장이 제정됐다면 오히려 진솔하게 얘기도 나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성정체성에 대한 의견이 혐오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인권 가이드라인이 논의됐을 당시, 내 개인 이름으로 대자보를 붙였지만 다음날 대부분이 뜯겨갔다. 인권헌장이 통과되면 혐오프레임으로 나의 생각과 표현이 강제적으로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게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헌장은 인권이라는 이름 하에 자유로운 소통을 단절한다. 제3조에 명시된 ‘차별금지 조항’은 제4조 ‘사상·양심·종교·표현의 자유’와 명백히 충돌한다”며 “침해와 구제 조항도 서울대 구성원을 하나로 묶기보다 의견이 다른 구성원을 서로 고발하게 만든다. 서울대가 반목과 증오의 캠퍼스가 되지 않도록 인권헌장 제정에 반대를 표명 한다”고 했다.
이정빈 학생(생명과학부)은 “인권헌장 제정에 반대한다. 인권헌장이 오히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집중된 헌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또 ‘남녀 생물학적 성 이외에 다른 성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불쾌했다. 그런데 인권헌장을 반대하는 대자보에 설치된 ‘가림막’을 보았다”며 “다른 의견을 가진 구성원들이 대자보로 의견을 표명하는 건 건강한 현상인데, ‘가림막’ 설치는 상대방이 표현할 자유를 극단적으로 배격하는 행위 아닌가 생각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헌장 제정 목적이 성별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법이 아닌가 의심됐다. 인권헌장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인권헌장이 제정되면 개인의 가치판단과 의사표현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학내 구성원들끼리 고발하면서, 자칫 학내 캠퍼스가 고발과 징계의 쳇바퀴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인권헌장 제정 연구에 참가했던 김덕수 교수(역사교육과)도 “지금 논란이 되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부분은 찬성과 반대자들이 있다. 대학 구성원들 중 해당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논란이 되는 부분이 항목에 포함되는 건 문제”라며 “성적지향 부분은 넣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밀어붙여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지정하는 건 문제다. 물론 인권헌장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항목을 넣는 건 반대한다”고 했다.
2부 대학원생 인권지침 패널토론에서 진행된 ZOOM 토론에 이화연 학생(윤리교육과 박사과정)은 반대를 표하며 “서울대 인권헌장 대학원생 지침 13조의 성적지향에 대해 말하고 싶다. 공청회를 지켜보며 건강한 토론의 장인지 의문”이라며 “개최 쪽이 한쪽으로 치우쳐 패널을 구성하면서 내가 오히려 소수자인 것 같다. 인권지침은 자유토론 및 학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성적지향을 말할 권리가 법적으로 침해되고 있는가?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이나 이들의 발언 및 커밍아웃의 기회도 현재 얼마든지 있다. 굳이 인권헌장으로 다른 의견을 표현할 자유까지 침해하고 제한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선진국도 국제법도 했다는 논리로 인권헌장을 찬성한다지만 첨예한 대립이 있는 주제일수록 더 뜨겁게 토론해야 하는 곳이 바로 학문의 장이다. 혐오 및 차별 논리로 타인의 표현을 제한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서울시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폐해도 현재 많이 있다”고 했다.
정혜인 학생(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은 “인권헌장 찬성 측이 건강한 토론 개진보다 비난과 조롱으로 반대 의견을 공격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인권헌장을 반대한 대자보 아래는 ‘동성애의 맛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하다’고 적힌 손 글씨를 봤다. 이에 상당한 불쾌감과 동시에 의견개진 방식이 다소 위협적이라고 느꼈다”며 “또한 가림막이 설치된 대자보는 탈동성애자의 인권을 보장해달라는 의견이었다. 더 소수자인 탈동성애자의 의견을 막는 게 진정한 인권인가? 인권을 가장한 권력 남용은 아닐까? 이를 보며 누가 누구를 혐오하는가? 혐오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혐오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김은구 학생(법과대학 박사과정)도 “다수결로도 침해될 수 없는 게 사상의 자유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정한 건 젠더이데올로기의 강요다. 인권헌장에는 좋은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성적지향과 같은 독소규정 때문에 다른 좋은 의도들이 묻힐 수 있다”며 “대학원생 인권지침 13조가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제시한 게 문제다. 탈동성애자는 엄연히 존재하고 동성애의 선천성을 부정하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탈동성애가 더 소수자다. 오히려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에 의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태훈 학생(보건대학원생)도 “대학은 과학적이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인권지침이 성적 지향과 관련해서, 처벌조항으로 전락되는 게 아니라 학문을 위해 인생을 불태우는 대학원생들이 실제 학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공청회가 끝나고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 서울대 인권헌장(안) 연구책임자)는 “차별금지조항이 기안됐다고 모든 종류의 성적지향과 성적 정체성과 관련된 발언이 금지될 것이라는 우려는 안하면 좋을 것 같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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