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 19일부터 수도권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한 이후, 지금까지 약 50일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 정부는 현장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원을, 예배당의 좌석이 300석 이상일 경우 50명 미만(300석 미만은 20명 이내)까지 허용했지만 비대면 예배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원칙을 언제 해제할 지 아직 기약도 없다.
온라인 선교 시대 활짝
작은 교회들에도 기회
그러면서 교회에 가장 뚜렷이 나타난 현상은 두말 할 것 없이 ‘온라인 시스템’의 보급이다. 물론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 이조차 여의치 않지만,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막 터지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지금은 그래도 대부분의 교회에서 온라인 활용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온라인의 보급은 선교에 있어 또 다른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이 거의 일상이 된 현대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온라인’의 활용은 그야말로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 교회들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런 온라인 선교 시대를 직면하게 만들었고, 한국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미 ‘웹처치’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새들백교회에서 온라인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인 케빈 리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 삶의 큰 변화, 개인 신상보호, 지역적 이유라는 네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온라인 교회를 찾고 있고 온라인 사역의 도움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지켜가고 있다”며 “건강하고, 안정되고, 가까이에 있는 영혼들에게만 집중하는 교회에서 아프고, 연약하고, 멀리 있는 영혼들에게 교회가 되어준다면 그 교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온라인 사역은 그렇게 하기에 적합한 도구이고 오프라인 사역에 보완이 되는 사역”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이 물리적 공간과 교회적 서비스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작은 교회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 동안 대형교회 명성에 가려졌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설교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때문이다.
흔들리는 ‘주일 성수’ 전통
유명 목회자에 더 쏠릴 것
그러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교인들의 신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교회 장로는 “매주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는 예배에 접속하는 숫자를 보면, 평소 주일예배 출석 교인의 5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돼 교회의 현장예배가 가능해 지더라도 예배당에 이전처럼 교인들이 나올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의 ‘주일 성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였다.
그는 “비대면 예배도 예배고, 온라인 영상으로도 얼마든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다지만 아무래도 현장예배에 비해 설교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마음가짐도 흐트러지기 쉽다. 예배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도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또 온라인 환경이 작은 교회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유명 목회자에게 더 쏠리는, 소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인들에게 ‘출석 교회’ 개념이 흐려지면, 평소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목회자의 설교를 찾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 불가능
“교회, 새로운 길 찾아야만 할 때”
이처럼 ‘비대면 예배’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공통적인 전망은 어쨌든 코로나 이후 교회의 목회와 선교 환경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 유유미션-브레드유니버시티 대표)는 얼마 전 ‘코로나19와 개혁교회론’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에서 “대역병 상황이 바뀌지 않고 장기화되면 어떻게 되는가? 온라인교회가 뉴노멀 시대의 노멀 교회로 정착될 수 있다”며 “코비드19 백신이 만들어지고 대전염병이 물러가도 유비쿼터스 채널, 네트워크 교회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목회사회학)는 최근 ‘뉴노멀의 예배’라는 제목의 기윤실 기고에서 “때로는 기존 관념을 깨야 하는 고통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교인들의 의식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