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惠岩) 이장식 한신대학교 명예교수의 백세(百歲)를 기념하는 혜암신학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신학과교회』 제14집이 발간됐다.
한국 신학계에서 교회사를 개척한 선구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이 교수는 교회사와 교리사를 문화사적-사상사적 맥락에서 폭넓게 살피는 관점을 견지하며 ‘기독교 사상사’의 지평을 여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또 기독교가 동양에 전파된 경로를 추적하는 아시아 선교사와 동방 교회사를 개척했다. 연구소는 “한국 역사와 교회사의 경험을 주체적으로 성찰하는 가운데 한국 신학을 선교신학으로서 정립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토착화 신학을 형성하는 데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어 “혜암은 교회가 세상에서 화해를 위해 헌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화해의 선교를 펼치는 교회는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고 믿었다”며 “그는 교회의 본질이 사랑의 친교라고 보았다. 따라서 교회의 분열은 사랑의 실패이고, 가장 큰 죄이다. 교회의 일치 없이 화해의 선교를 펼칠 수 없다고 확신한 혜암은 해방 이후 극렬하게 벌어진 한국 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고, 분열된 교회들 사이에서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연구소는 “그러한 마음을 견결하게 간직하고서 혜암은 교회의 역사에 관한 심원한 안목을 가진 신학자로서 에큐메니칼 운동과 신학을 한국 교회에 소개하고, 한국 신학계에서 처음으로 교회학(ecclesiolog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교회의 본질을 규명하고, 교회개혁의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헌신했다”고 했다.
또 “혜암은 1970년대 이래로 한국 기독교인들이 펼친 민주화·인권 운동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던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관계, 교회와 국가의 관계, 저항과 폭력의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주저 없이 밝혔다”며 “그는 자연법 사상과 종교개혁자들의 정치신학 전통에 충실했고, 하나님의 선교를 펼치는 교회가 사회구원의 사명을 감당하는 데 충실할 것을 역설하는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사에 참여하는 각 사람의 근본적인 변화가 갖는 의미를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혜암은 교육행정가와 선교사로서도 많은 업적을 쌓았고,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로서 정년퇴직을 한 뒤에는 케냐 선교에 헌신하며 케냐 장로회 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뛰어난 학문적 업적과 선교적 헌신을 보인 혜암 이장신 교수의 백세(百歲)를 기리기 위해, 많은 신학자들과 제자들이 교단과 신학의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서 뜻을 하나로 모아 백세(百歲) 기념 논문집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논문집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회사학자 이장식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논하는 1부에는 이상규 박사의 “교회사학사에서 본 이장식 박사의 학문적 여정” 등 4편의 논문들이 실렸고, ‘이장식 교수의 신학’을 성찰하는 2부에는 강원돈 박사의 “혜암 이장식의 화해와 일치의 신학” 등 8편의 논문이 실렸으며, ‘이장식 교수의 교육, 선교 활동과 삶’을 기리는 3부에는 정일웅 박사의 “한국교회의 신학 교육과 혜암 이장식 박사” 등 6편의 논문들과 에쎄이들이 실렸다.
연구소는 “이 논문들과 에쎄이들은 한 평생에 걸쳐 탁월한 신학적 업적을 쌓고 선교적 헌신과 열정을 보인 혜암의 신학적 면모와 인간적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며 “혜암 이장식 교수 100세 기념 문집 증정식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공개 행사로 치를 수 없게 되었고, 9월 말에 혜암신학연구소 소장과 『신학과교회』 편집위원장 등 소수의 인사들이 이장식 교수 거처를 찾아가 논문집을 헌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