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7일 오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한 가운데, 비대면 예배와 차별금지법을 두고 NCCK 윤보환 회장과 이홍정 총무가 다소 결을 달리하는 발언을 했다.
윤 회장
“교회가 원하는 건 공정성… 예배 잘 되게 도움을
동성애 등 성경에 위배… 차금법, 역차별 안 되게”
윤 회장은 “지금 교회가 갖는 두 가지 큰 이슈는 방역에 의한 예배와 차별금지법”이라며 “지금 정부에서 애를 많이 쓰고 또 교회도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교회가 원하는 건 공정성에 관한 부분이다. 일방적으로 억울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예배를 위한 공정성에 좀 더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일해 온, 그리고 방역한 교회에게 격려를 좀 해주시고 이번에 단계도 낮추는 데 노력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교회가 앞으로도 더 힘쓸 것”이라며 “교회는 사회에 대한 공정성을 인정하고 또 사회는 교회에 대한 공정성을 인정해서 서로 윈윈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예배가 잘 될 수 있도록 더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는 또 차별금지법에 대해 “교회가 가장 원하는 건 동성애, 성평등에 관한 문제다. 그게 성경에 위배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 공정성에 대한 부분을 지금 교회도 부인하는 건 아니”라며 “성경에 위배된 부분을 잘 염두에 두시고, 동성애와 성평등 문제를 잘 다뤄주셔서, 다른 것들은 심히 공정하게 갈 수 있는, 역차별이 안 되게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했다.
이 총무
“10월 4일까지 비대면 예배 했으면… 민생경제 살려주길
교회가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모습은 시대정신에 어긋나”
그러나 이 총무는 “10월 4일 주일까지 이어지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10월 4일까지 우리가 전부 다 비대면 예배를 드리겠다, 대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제재를 완화시켜서 민생경제를 살려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세를 취하고 가면 좋겠다’는 속마음이 크게 있다”고 했다.
또 “한국교회의 뜻 있는 지도자들의 속마음은 한국교회가 더 중심에서부터 내려놓고 오히려 민생경제를 살려가는 쪽으로 우리가 희생하자는 마음이 있다는 걸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개신교 안에 다수 반대하는 입장도 있고, (그러나) NCCK를 비롯한 몇몇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교회가 반대하는 모습은 시대정신에 어긋난다”며 “이젠 교회가 차별금지법 반대에 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어떤 차별금지법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숙의의 과정을 교회 안에서 또 시민사회와 함께 진행을 하는 것이 교회다운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사실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특별히 (더불어)민주당이 많은 부분들에 정치적 고려를 해야겠지만, 차별금지법의 대의가 상실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무는 “특별히 125명이란 개신교 교인들이 국회의원으로 등재 돼 있는 상황인데, 그 분들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교회를 대변하기보다 어떤 차별금지법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함께 숙의하는 교회의 대변자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굉장히 냉전적인 상황에서 종북좌파 프레임과 동성애 차별금지법 프레임이 정치도구로 이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 NCCK나, 대표로 섬기고 있는 총무인 제 자신은 지금 굉장한 억압을 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거꾸로 차별금지법을 역차별이라 말하는 그런 높은 차원의 인권의식을 갖고 있다면 그 인권의식에 비춰볼 때 차별금지법에 대해 지지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의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같이 보장돼야 하지 않나, 왜 그걸 이유로 해서 징계를 하고 제재를 가하려고 하나(라고) 얘기를 해야 될 정도로 우리 안의 냉전의 골이 참 깊다”며 “이 지점을 정치권이 잘 헤아려주시고, 차별금지법이라는 시대적 대의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개신교 안에 통합을 이뤄갈지 함께 논의해주시면 참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후 양측의 대화는 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낙연 대표
“교계, 시대마다 가장 절박한 과제 해결에 앞장
예배도 자유롭게 못하셔서 굉장히 답답하실 것
그럼에도 국민 생명 보호 위해 방역에 협조를”
앞서 이 대표는 “늘 시대마다 교계가 시대의 가장 절박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주신 건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또 어려운 이웃들, 나눔을 실천해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종교의 역할은 늘 정치나 행정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지고 정신적으로도 깊은 고통을 받는 이런 시기에 이렇게 예배도 자유롭게 못하시고 계셔서 목회하는 입장서도 굉장히 답답하실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방역에 많이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번 추석연휴가 지나면 바로 개천절까지 가는데 개천절이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것 같다”며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국민들도 안심이 되고 그나마 경제가 조금 살아날 힘이 생기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NCCK에 앞서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태영·류정호·문수석 목사)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한국교회는 시대마다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과제를 푸는데 기여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교단마다 고민이 없지 않겠으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들의 발언도 있었다. 김태영 목사는 “이념 과잉시대에 포용의 정치를 펴주기 바란다”고, 류정호 목사는 “초갈등 시대 속에서 넓은 마음으로 국민이 편안한 정치를 해줘야 한다”고 했고, 문수석 목사는 “성과에 조급하지 않은 정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