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 인권 실태조사 왜 막았나

정치
북한·통일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사)북한인권정보센터, ‘중단 통보’ 철회 촉구

“통일부, 1월에 조사 대상 규모 30% 축소 요구
재고 요청했지만 수용 안돼 ‘받아들이겠다’ 전달
그런데도 ‘마감 기한 넘겼다’며 협조 중단 통보
지난 20년 동안 마감 날짜는 요구한 적이 없다
민간의 북한 인권 조사, 정부 압력에 중단 안돼”

(사)북한인권정보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통일부가 올해 3월 (사)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윤여상, 이하 센터)의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대상 ‘북한 인권 실태조사’의 협조 중단을 통보한 것과 관련, 센터 측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이 같은 조사를 진행해 온 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2007년부터 14년 간 국내 유일의 민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 왔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 같은 통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는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는 “통일부가 올해 1월부터 북한 인권 실태조사 대상자 규모를 기존보다 30% 축소하라고 통보했다. 조사 참여자 중복 문제와 마감 기한 때문이라고 했다”며 “우리는 통일부의 해당 방침을 수용할 수 없고 기존과 같은 규모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통일부에 촉구했다”고 했다.

이어 “통일부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정부의 조사규모 축소 방침을 수용하지 않고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금년도 조사용역 수행기관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기존과 같은 규모로 하나원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입장을 표명했을 뿐, 단 한 차례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며 “이렇게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는 북한 인권의 시대적 변화를 추적하고 북한 정부를 상대로 인권 개선을 압박하는 증거 자료로 활용돼 왔다. 우리는 민간영역의 북한 인권 실태조사가 정부의 압력에 의해 중단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구한다”고 했다.

윤 소장은 “우리는 그동안 하나원에 입소한 10명의 탈북민을 심층 인터뷰해서 북한인권백서를 출간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통일부는 7명으로 축소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했다”며 “100명 중 70명이 아니라 10명 중 3명을 감소하라는 것은 조사 정확도를 따져볼 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통일부에 재고를 요청했다”고 했다.

윤 소장은 “통일부는 고위관계자가 결정했다며 철회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부가 제안한 요구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전달했다”며 “그런데 통일부는 ‘이런 조사 업무를 하지 않고, 앞으로는 없음. 금년에는 없다’고 우리에게 통보했다. 사유는 마감 기한을 넘겼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여상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그는 “통일부가 우리와 인권 조사를 협력해온 지난 20년 동안 마감 날짜는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센터가 진행하는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조사는 계약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수의 계약’이다. 올해도 1월부터 3월까지 계약 시점 마감일에 대해 논의하면서 통일부 실무 담당자는 마감 시점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소장은 민간업체가 북한 인권 조사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2008년부터 센터는 통일부에서 공식 위탁 작업을 받아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권 조사를 시작했다”며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될 당시, 센터는 북한 인권 조사만큼는 민간단체가 주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북한 인권 실태조사가 남북관계에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있고, 정권이 교체돼도 북한 인권 조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에 의해서 통일부도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그는 “조사 참여자 중복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센터는 특정 주제에 한정해서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맡기로 했다. UN서울인권사무소와 세터가 하나원에서 이탈주민조사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유도 중복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며 “그런 뒤 종합조사는 통일부가 맡는 식으로 역할 분배를 해왔다”고 했다.

윤 소장은 “그런데 2018년부터 북한인권법제정 내용과 달리 통일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을 정기 조사에 추가로 참여시켰다. 조사 참여자의 중복 문제는 결국 통일부가 통일연구원에 조사 참여를 추가 허용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통일부가 센터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우리는 20년 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국제사회와 정권에서도 우리 조사 신뢰도를 인정해왔다. 정부 산하 기관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민간기관이 일정부분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나원 말고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을 인터뷰 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 센터 측은 “사회에 진출한 북한 이탈주민의 연락처는 비공개 사항이다. 통일부에 요청해도 알아서 찾으라는 식”이라며 “수소문해서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일부를 만나서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인권 증언은 기억력에 의존한다. 때문에 탈북 초기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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