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육순종, 기장)가 24일 ‘코로나19 재확산에 즈음하여’라는 성명서를 냈다.
기장은 “코로나19 감염사태는 멈추어 서서 돌아보고 잘못된 길에서 돌이키라는 하늘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가 멈추어 선 동안에도 욕망의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돌아보는 일에 게을렀다”며 “삶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문명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돌이켜 사는 길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결국 복음을 전파해야 할 교회는 도리어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가 되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만일 소금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밖에 버려져 다만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는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또 “교회를 향한 분노와 아우성 속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너희가 결코 세상보다 이타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합리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는 준엄한 꾸짖음을 듣는다”며 “참담하고 부끄럽다. 하나님 앞에 죄송하고 세상 앞에 미안하다. 회개로 무릎을 꿇고 참회로 엎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우적 정치이념과 근본주의적 믿음이 결합한 ‘전광훈 현상’은 한국교회의 민낯이었다. 분단체제에서 화해의 가교가 되어야 할 교회가 대결과 증오를 부추겼다”며 “극단적 혐오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전광훈 현상’은 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적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고 했다.
기장은 “한국교회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교회는 즉각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절연을 선언하고, 그를 교계에서 추방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전광훈 현상을 배태하고 비호하거나 또는 방관해온 그동안의 한국교회의 잘못을 통렬하게 참회해야 한다”며 “지금의 코로나 상황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교회에 대해서, 예배에 대해서, 믿음에 대해서 숱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회는 세상 가운데에, 생명을 살리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공동체다. 그럼에도 종교의 자유, 헌법상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면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라는 방역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나서는 목사와 교회들이 있다. 나의 종교적 자유가 남을 위험에 빠트릴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을 논하기 이전에, 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십자가를 짐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어야 할 공동체”라며 “그러나 현실은 교회가 세상에 십자가를 지워주는 꼴이 되었다. 자기주장을 위해 세상의 희생에 무관심할 때, 이미 그것은 교회도 아니고 신앙도 아니”라고 했다.
또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집단이기주의, 거짓우월감과 자가당착, 편견과 혐오를 전파하는 집단이 되었다. 생명의 하나님은 코로나19를 통해 생명의 존엄을 위협하는 개인과 집단과 문명을 심판하실 것”이라며 “우리는 교회가 그 심판의 대상이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성찰하고 돌이켜야 한다”고 했다.
기장은 “한국교회는 한국의 근대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소중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 섬기고 봉사하는 현장에는 교회가 있었다”며 “국가적 위기 때마다 힘을 보탠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전통의 깃발은 찢겨졌고 땅에 버려져 밟히고 있다. 그 깃발은 우리로 인해 빛을 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온전한 참회 가운데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 섬겨야 한다. 분단과 대결의 상처를 가슴에 품고 평화를 여는 거름이 되어야 한다. 복음을 몸으로 살고, 삶으로 복음을 선포해야한다”며 “우리는 2020년의 한국교회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실패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땅 위에 생명을 살리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다시 일어설 것이다. 기장교회는 물론 깨어있는 신앙의 형제 교회들과 손을 마주 잡을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재확산의 위기 앞에서 모든 교회들이 방역에 앞장서 협력함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