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 교수 퇴직 후 교회 개척 ‘인생 2막’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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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한국교회] 길벗교회 김희성 목사
이수길벗공동체 김희성 목사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열세 번째 주인공은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길벗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 담임 김희성 목사(73)다. 김 목사는 1992년부터 2014년도까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신약학)로 봉직했던 신학자다. 그는 명예퇴직을 하고 곧바로 2015년 2월, 개척에 뛰어들었다. 그의 ‘인생 2막’의 시작이다.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재 김 목사는 명예목사로서 전도사와 함께 길벗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는 “교수 재직시절, 신약을 연구하면서 카운터펀치와 같은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섬기는 삶이 최후 심판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라며 “마태복음 25장에서 ‘양과 염소의 심판 장면’을 보면, 우리 중에서 가장 약하고 무시당하기 쉬운 형제들이 어려울 때 돕고 먹여주며 씻겨주는 게 바로 예수님께 해드리는 섬김이라고 나왔다. 이를 실행하면 최후 심판을 이긴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A. 나는 목사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유년시절엔 하나님도 안 계신 것 같고 교회는 사랑을 강조하지만 사랑이 없어 보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 때까지 신앙을 내팽개쳤다. 대학 졸업에 이르러서야 회심을 했다. 연유는 당시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자는 계기로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기신 성경을 탐구했다.

그러다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 내게 꽂혔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진실로 믿기 시작했다. 이후 내 인생을 어디로 걸어야 할지도 고민했다. 결국 에너지 개발 전공의 유학을 포기하고 신학교 입학을 결심했다. 당시 3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시편 37:5~6절 말씀을 응답 받았는데, 이 말씀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제거해주고 내게 평안을 줬다. 그러면서 그것이 ‘주의 길을 가라’는 응답으로 읽혀져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그 때가 1976년도였다. 신대원에 재학하면서 신학으로 유학행을 결심했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진학했다. 거기서 누가복음·사도행전에 나온 메시아의 성령세례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로 1992년부터 서울신학대에서 교수로 봉직해 2014년을 끝으로 명예 퇴직했다.

Q. 개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 하고 계신 사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나는 신약학자로서 예수님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다. 예수님의 삶을 보니, 그분은 사회적으로 연약한 사람을 친구나 형제로 대하셨다. 그런 삶이 바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섬기는 삶이다. 그리고 이게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심판의 기준으로 생각했었다. 최후 심판의 기준이란 곧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섬겼느냐’라는 것이다. 이 사실이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는 구원에 관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25장을 보면 양과 염소를 나누고 심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동안 맨 나중에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십자가 수난을 당하시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 장면에서 예수님은 최후 심판자로서 양과 염소를 가르셨다. 양의 위치에 있던 이들은 ‘우리가 언제 예수님을 도왔느냐’고 깜짝 놀랐다. 예수님은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고 칭찬하셨다. 반대로 염소 위치에 있던 이들에게 예수님은 ‘가장 작은 자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심판하신다. 한 쪽은 영생, 다른 한 쪽은 영벌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섬겼느냐’는 바로 최후 심판이 기준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예수님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 가장 작은 형제 그리고 무시당하기 쉬운 형제들이 어려울 때 그들을 도와주고 먹여주며 씻겨 주는 게 바로 예수님을 섬기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면 심판을 이긴다. 마태복음 7장의 산상수훈에도 ‘주여 주여 하는 자가 아니라 내 뜻 때로 행하는 자가 천국에 들어 간다’고 나왔다.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믿는 자들은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을 행해야 제대로 구원받는다. 믿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거기에 감격적으로 반응한다는 의미로서 우리가 가난한 자를 섬기는 반응을 하는 것이다. 교수 생활을 하면서 성서 연구를 깊이 하면서 이를 깨달았다. 마치 카운터펀치를 맞은 것 같았다. 바로 내가 그런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학교수로 있으면서 한 달에 한 두번 씩 노숙인들을 섬기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은퇴 이후 내가 노숙인을 섬기는 삶을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신학연구소를 세울지를 놓고 고민을 했었다. 신학연구소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학자로서 노숙자를 섬기는 사역은 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노숙인 섬김 사역에 올인했다.

현재 노숙인 사역은 대부분 서울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주일에는 자기교회로 돌아가서 주일에 노숙인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곳이 없다. 그래서 노숙인들에게 점심식사와 더불어 이들에게 생필품을 나눠드리자는 사역을 결심했다. 그런 연유에서 길벗교회를 세웠다. 초창기에는 내 형제·자매, 아내, 자녀들과 함께 이 사역을 시작했다.

길벗교회앞에서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모습. ©이수길벗공동체
이수길벗공동체가 추운 겨울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들에게 믹스 커피 봉사를 하고 있다. ©이수길벗공동체

Q. 현재 사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토요일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에게 커피를 타서 나눠줬다. 주일에는 길벗교회서 노숙인 40~50명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이후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컵라면과 커피를 싸서 나눠 드린다. 때에 따라서는 옷, 양말, 수건, 화장품도 나눠주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마스크 나눔 봉사를 실시했다. 노숙인들이 길벗교회에 올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충전된 교통카드도 나눠줬다. 여기 오는데 부담이 없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노숙인의 신앙 성장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노숙인들을 수요기도회에 초청해 같이 예배드린다. 수요기도회가 끝나면 콩나물국밥 등의 저녁식사를 같이 한다. 목요일에는 노숙인을 위한 성경공부 시간이 따로 있다. 또 우리 교회는 노숙자들을 위해 세탁기와 샤워실도 구비했다.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 바둑, 탁구대도 비치했다. 탁구대회나 바둑대회도 1년에 2번 정도 개최하고 상금을 주기도 한다. 또 길벗협동조합을 만들어 노숙자들이 길벗교회 명의로 된 공용통장에 돈을 예치할 수 있도록 했다. 10만원 이상을 예치할 경우, 이자를 10% 정도 붙여준다. 이렇게 해서 노숙인들이 돈을 모아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요일은 교회를 1시간씩 청소하는 노숙인들에게 사례비도 준다. 이런 방식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인근 다른 교회에 가서 청소를 하고 사례비를 받도록 돕는 네트워킹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겨울철은 노숙자들이 위험할 수 있어서 이들이 겨울철 동안 쪽방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전세 형태의 사랑채도 마련했었다. 주변 교회, 목회자 분들이 후원을 많이 해주셨다. 방 3개짜리 사랑채다. 여기서 나도 노숙인들과 주중 3일 동안을 함께 생활했다.

Q. 개척의 유익이나 장점이 있다면?

A. 개척은 젊었을 때 하는 게 좋다. 신학교수로서 정년퇴직을 하고 개척을 하려니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 정신적 측면보다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 개척하면 목사 혼자서 일을 해야 한다. 부목사나 전도사처럼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매일 교회에 출퇴근 하니까 몸에 무리가 오더라. 때문에 하나님께 돕는 손길을 간구했는데, 이후로 하나님께서 부목사와 전도사님들을 붙여주셨다. 개척은 육체적으로 젊었을 때 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노숙인들을 돕고 중보 할 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좋다. 형제처럼 여겨진다.

2020년 1월 26일, 교회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하는 윷놀이 대회가 펼쳐졌다. ©이수길벗교회

Q. 지금까지 사역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으신지.

A.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님이 매달 후원금을 보내주셨다.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님과 신대원 제자들도 후원해 주셨다. 지난 3년 간은 예장 통합 측 소망교회가 재정 지원을 해주셔서 노숙인들이 머무를 사랑채 마련에 큰 도움이 됐다.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 등 2개 목장들이 가끔씩 점심봉사로 섬겨주시기도 했다.

Q. 노숙자 사역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A. 현재는 무엇보다 돕는 손길이 절실하다. 첫 개척 때보다 지금 더 노쇠해졌다. 점심 준비에 있어 도와주는 손길이 필요하다. 지금 돕는 분들에게 사례를 어느 정도 드렸다. 그러나 그 분들도 연로해서 그만두셨다. 젊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점심식사 서빙이나 설거지 등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반주, 찬양 등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듣기로는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청년부가 주일예배 대신 토요일에 따로 예배를 드리고 주일에는 다른 중·소형교회로 출석해 봉사를 한다고 들었다. 온누리교회가 우리 성결교단이 아니니까 안타깝지만, 이렇게 대형교회 청년부들이 토요일은 따로 예배드리고 주일날 중·소형교회에 가서 유년주일학교, 찬양대, 식사봉사 등의 봉사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소형교회나 개척교회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

Q. 사역하시는데 붙들고 있는 말씀이 있다면?

A.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누가복음 4장 18절)이다. 우리 교회의 주제 성구이기도 하다.

Q. 신학자로서 한국교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혁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말씀의 회복이다. 즉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부여잡는 삶의 회복이다. 예수님을 부여잡지 않고 다른 것을 붙잡는 사람들이 요새 많은 것 같다. 교단만의 신학에 매몰되는 경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주 예수를 아는 지식이 너무도 부족해진 것 같다. 보통은 예수의 제자가 되려고 신학교에 간다. 그런데 신학교는 예수의 제자보다 교단 창설자의 제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예수의 제자보다, 바울의 제자, 칼빈의 제자, 루터의 제자, 웨슬리의 제자 말이다. 예수보다 그 뒤의 사람들을 강조한다. 예수의 제자가 되는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제자훈련은 누구의 제자가 돼야 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김희성 목사님에게 복음이란 무엇인가?

A. 생명 이상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게 복음이다. ‘임마누엘’이 바로 원초적 복음인 것이다. 그것이 구원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건 아브라함 때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것이다. 복음이라는 건 어쩌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말씀의 전부다.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명령조차도 복음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에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연인이 ‘이것 해달라’고 명령했을 때, 그것이 율법처럼 느껴질까? 아니다. 사랑하는 관계라면 내게 내린 명령조차 복된 소식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노숙인들과 함께 거리두기를 지키며 예배드리는 모습. ©이수길벗공동체

Q.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하나님 나라란?

A. 우리는 보통 죽어서 천당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는 이미 이 땅에서 예수님과 함께 도래했고 지금도 확산하고 있는 나라다. 예수님 재림 시, 이 세상 자체는 우주적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으로 편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이를 구하기 위해 시간과 물질 등을 올인 사람들만이 천국에 갈 수 있다. 세례 요한의 때부터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나왔다. 하나님 나라를 맛보고 그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침노해야 한다. 구해야 한다. 마태복음 13장 44~50절은 ‘밭에 감춰진 보화’ 장면이다. 보화를 발견하면 기뻐하고 돌아가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야 보화는 내 것이 된다.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내가 가진 시간과 물질 등을 다 쏟아서 올인 해야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가르치셨다. 교회가 세속화가 많이 됐다. 그래서 이렇게 안 가르친다. 이는 선교, 봉사, 섬김 등에도 다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십일조도 돈 만의 십일조가 아니다. 시간, 물질, 먹는 것의 십일조에도 다 적용된다. 먹는 것도 금식하면서 불우한 이웃에게 주는 등 불우한 이웃을 인격적으로 섬기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 우리 노숙인들 가운데는 장애인이 있다. 장애인을 중심으로 사회적인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노동에 대한 대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금은 그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Q. 끝으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과 우리, 그리고 하나님 백성들 사이에서 목숨보다 진한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이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이런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그 사랑을 알고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수길벗공동체가 나눠준 도시락을 받고 기뻐하는노숙인들. ©이수길벗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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