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은 소리로 이뤄진 정보를 수어 통역과 속기 통역, 그리고 텍스트 자료로 접근하다 보니 비장애인보다 늦게 정보를 얻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요즘 자고 나면 바뀌는 부동산 정책으로 언론이 바쁘다. 언론에 정책의 주요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지만, 청각장애인에겐 너무나 생소한 정보다. 다른 장애인들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장애인의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부동산 거래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해 올바른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청각장애인이 경험한 부동산 차별 사례가 있다.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가까운 부동산을 찾아가서 공인중개사와 필담으로 원하는 집의 조건과 가격대를 조정했다. 그 후 공인중개사가 청각장애인을 대신해 집주인과 최종 조정을 위해 통화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세입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우리 건물에 청각장애인 세입자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의견만 남긴 채 통화를 끊어버렸다.
또 다른 사례는 이미 바뀐 정책이 청각장애인들에게 늦게 전달되어 겪는 어려움이다. 부동산 등기부를 발급하던 중에 변경된 정책을 알지 못해 당황한 청각장애인의 사례, 전·월세 대출을 목적으로 은행에 방문했다가 정책이 바뀐 것을 모른 청각장애인은 한참이나 은행원과 필담으로 내용을 주고받다 헛걸음했다는 사례도 있다.
물론 수어 통역사가 동행해 공인중개사, 은행원, 부동산 관계자와의 소통을 지원해줄 수 있지만, 농인이 직접 이해하고 알고 있는 부동산 관련 지식이 적어서 소통 과정에서 애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부동산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피치 못할 사정을 알아야 하는 수어 통역사의 애로도 농인 못지않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0%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왜 상향조정했는가에 대한 배경과 다주택자 및 종합부동산세에 관련된 수어 안내 영상이 전무하다. 사실 청각장애인은 부동산 등기부터 임대차보호법이라는 용어도 정보 접근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 늘 부동산 정책이 어렵게 느껴진다. 한국 내의 부동산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로 느껴진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참 안타깝게 들린다.
이러한 많은 사례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부동산 정책이나 부동산 전문 용어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을 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는 의식주다. 청각장애인은 이 중에서도 주거 공간을 구하는 데 차별과 소통의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전문 용어부터 어떤 정책이 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수어로 번안한 부동산 정책 영상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관련 지식이 없으면 금전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해결이 시급하다.
주거복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자주 바뀌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배려가 있다면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도 정책을 더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정부는 부동산 매매, 전·월세 계약을 할 때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와 제도 등 부동산 거래에 유용한 전문지식과 정보를 장애인에게도 제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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