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 청어람ARMC 등 80개 단체들이 20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하여 10명의 국회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다음날 국가인권위원회도 21대 국회를 향해 평등 및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하여 힘을 실어주었다. 이어서 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 계획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정치권의 움직임”이라고 했다.
특히 “일부 근본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라는 차별 사유 조항을 두고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며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반대가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잡아간다’와 같은 가짜뉴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단체들은 “물론 성경에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관습이 반영된 금지 조항들이 있다. 하지만 관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성경의 관습적 조항 대부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특정 조항만 문자적으로 취해 절대화한다. 성경을 근거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성경을 오독하고 오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돔이 멸망한 것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적대와 폭력 때문이었다. (창세기 19장) 낯선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은 부족사회의 배타성과 폭력성이 파멸의 이유였던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동성애 희석시키려는 것”
“성경본문을 왜곡한 해석”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구약학자인 권혁승 박사(전 서울신대 교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전 회장)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관습이 물론 있다. 일부다처제가 하나의 예”라며 “그러나 동성애는 그렇게 가변적인 관습이 아닌 변하지 않는 창조의 원리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으로, 분명한 죄”라고 했다.
또 “소돔이 멸망한 것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동성애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라며 “소돔이 멸명한 것은 인간의 범죄 때문으로 그 안에 동성애가 들어 있다”고 했다.
이상원 박사(전 총신대 교수, 조직신학)도 이에 대해 “편향된 관점이며 성경 본문을 왜곡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흔히 소돔이 동성애 때문에 멸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는 에스겔 16장 49절이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 주지 아니하며”
하지만 이어지는 50절은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이다. 이 교수는 “여기서 ‘가증하다’로 쓰인 히브리어는 ‘토에바’인데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에도 같은 ‘토에바’가 나온다”며 “레위기에서 토에바는 동성애를 지칭하면서 쓰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세의 율법에 정통했던 에스겔이 ‘토에바’를 썼을 때 레위기의 말씀을 배제하고 썼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