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두 명에게 각각 2,100만 원 배상하라”
소송 지원한 물망초 “우리 재판권 인정하고
최초 손해배상 판결… 北 국가 아니라는 전제
직접 민사책임 물을 수 있는 길 열어준 판결”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포로로 잡혔다가 돌아온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한모 씨와 노모 씨가 낸 이 소송에서 피고들이 원고 두 명에게 각각 2,100만원을 배상하라며 이 같이 판결했다.
한 씨 등은 휴전 후에도 송환되지 못하고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지난 2016년 10월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을 지원했던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영선)는 이번 판결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김정은에 대하여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국내 최초의 판결”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 억류한 국군포로에 대한 불법행위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이 저지른 것으로서 이들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단체 역시 이들이 그 대표자의 지위에서 저지른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물망초는 특히 “법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리 헌법 하에서 국가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사실상의 지방정부와 유사한 정치적 단체’로서 ‘비법인 사단’이라고 판시하면서 우리 법정에서 민사소송의 당사자능력이 있다고 인정하였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은 우리 헌법 하에서 외국(국가)이 아니므로 국제법상의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며 “또한 법원은, 대한민국에 사무소 또는 주소가 없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정은에 대하여 대법원이 있는 곳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하고, 공시송달로 송달할 것을 명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앞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령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이 우리 국민에 대하여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하여 김정은 및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하여 우리 법정에서 직접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이정표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판결 선고 이후 강제집행에 대해 원고 측 구충서 변호사는 “임종석 씨(전 대통령 비서실장)가 대표자인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지급할 저작권료 약 20억 원을 현재 법원에 공탁하여 두고 있는 바, 이 공탁금출급청구권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추심한 금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망초 측에 따르면 임 전 비서실장은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만든 다음 2005년 12월 31일 북한의 내각에 설치된 ‘저작권 사무국’과 협약을 체결해, 우리가 북한의 조선중앙TV 영상을 비롯한 모든 저작물을 사용할 때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하고, 그 저작권료의 협상 및 징수 권한을 위임받은 이래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저작권료를 징수해 북한으로 송금해 왔다. 2008년까지 송금된 액수는 약 8억원이다.
그러다 2008년 금강산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대북제재가 시행되면서 송금되지 못한 연간 저작권료를 다음 해 5월에 법원에 공탁해 오고 있다. 구 변호사는 “2018년 5월 9일 현재 공탁금액은 16억5,200여 만원이고, 2018년분 및 2019년분 저작권료를 추가공탁하였으므로 2020년 5월 현재 공탁금액은 약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계속적으로 북한과 김정은의 재산을 추적하여 집행함으로써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북한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