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의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고, 10명 가운데 9명꼴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이 중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통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도는 15.8%를 기록했다. 2017년 8.8%로 바닥을 찍었다가 2018년부터 미국과 남북한 정상 외교가 펼쳐지면서 2019년 4월 33.5%까지 올라갔던 신뢰도가 남북관계가 악화로 다시 1년 만에 하락한 것이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는 응답은 45.7%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안보와 경제 두 측면에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인식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방위비 협상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0.2%로 조사됐다.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85%로 지난해 91.1%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다만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지난해 54.1%보다 12.5% 포인트 하락한 41.6%로 조사됐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엔 "안보 차원에서 미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0%를 넘었고, 중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46% 가량은 비슷하다고 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이 중요하다"는 응답자는 30.8%로 "중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10.5%보다 높았고, "비슷하다"는 답변은 58.8%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은 '남북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선호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4.9%는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응답했으며, 반면 “통일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6.3%에 그쳐 2016년 37.3%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통일 선호도가 높은 1950년 이전 출생자들조차 "평화공존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45.6%로 "통일을 원한다"는 36.7%보다 높았다.
또 북한의 핵 인식과 관련,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89.5%를 차지했는데, 이는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됐던 2016년과 2018년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더불어 북한 핵 개발의 저지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의견이 41.7%로 지난해 34.7%보다 높게 나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