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테러와 같다. 테러는 발생 후 범인을 잡는다고 해도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모의 단계에서 제거해야 피해가 적거나 없다. 중풍이라는 병이 그렇다.
중풍은 완전히 막히거나 터지기 전에 알아내야 최상의 치료를 할 수 있다. 필자는 치료에 임할 때마다 성경 말씀을 되새긴다.
"너는 전략으로 싸우라. 승리는 지략이 많음에 있느니라." -잠언 24:6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 싸움에 들어가면 속전속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찾아내 구사해야 한다. 시간을 줄일수록 고통이 적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은 호흡에 있다. 우리는 1분에 16회 정도 호흡한다. 4초에 1회꼴이다. 80세를 산다면 7억 회 정도 숨을 쉰다. 이렇게 많은 호흡으로 드나들게 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양, 걸러지는 세균과 먼지의 비율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호흡은 매우 중요해서 1분만 멈추어도 분당 200만 개의 뇌세포가 죽어 나간다. 호흡을 계속하지 못하면 뇌사(腦死)의 위험에 빠진다. 뇌가 죽어가는 동안 인체는 수많은 기능 저하에 직면한다. 호흡곤란은 물론이며 삼키지 못하는 연하(嚥下)장해와 기억상실, 상·하지(팔다리) 마비, 체온 저하, 시력 상실 등이 일어난다.
호흡은 뇌와 뇌간(腦幹)의 중추적인 지배를 받아 정확하게 자동 조절되지만 의외의 빈구석도 있다. 바로 코의 구조와 기능이다.
"모든 환자의 내면에는 자신만의 의사가 있다." -슈바이처
진료실에서 입이 닳도록 하는 이야기다. 코의 통로 길이는 평균 12cm로, 공기가 통과하는 시간은 0.25초(4분의 1초)이다. 이 짧은 시간에 먼지와 세균의 80%를 제거해야 한다. 온도는 33℃ 이상, 습도는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 면역체계로서의 코는 공기정화기, 살균기, 에어컨, 히터, 가습기, 제습기, 상하수도 기능을 한 번에 해내는 슈퍼맨이다.
코는 집으로 말하면 현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관문이 고장 나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 도둑과 강도 등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 할 수 있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동네 강아지와 고양이도 들어온다. 소음과 먼지, 쓰레기, 낙엽, 전단지 등으로 난장판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코의 구조가 망가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코는 좌우 두 개의 구멍을 갖고 있는데 그 구멍을 구분해주며 코를 지탱해주는 콧속 중앙의 벽을 비중격(鼻中隔)이라고 한다. 비중격에 외측 연골, 비익연골이 이어져 콧망울이 되고 그 안쪽은 비강(鼻腔)이 된다.
비강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급격히 넓어지면서, 들어온 공기를 상중하로 나누어 통과시키는 갑개(甲蓋)를 만난다.
'코 비(鼻)'자를 붙여 비갑개라고도 하는 갑개들은 코 호흡에 유리하도록 단단한 뼈로 돼 있다. 비중격과 갑개 등 어느 것이든 휘어지고 무너지면 코의 구조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갑개 좌우와 상하로 비어 있는 뼛속 동굴을 부비동(副鼻洞)이라 부른다. 부비동에 태아 때 양수가 찼거나, 감기 등에 걸렸을 때 코를 마구 풀어서 염증 부산물이 역류하거나,
유전적인 구조 이상 등으로 염증이 차 부어오르면 공기 통로가 막히게 된다. 이러한 코로는 세균과 먼지를 막아내기 어렵다. 방어체계가 기능을 잃은 것이다.
부비동은 얼굴 앞쪽에서 오는 타박, 걷거나 뛰어내릴 때 생기는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에어백 역할도 한다. 이러한 부비동에 염증이 차 있으면 크고 작은 충격으로 뇌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뇌기 저 경변(뇌 밑부분이 딱딱해짐)의 숨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가 막혔을 때 하는 구강호흡은 차선책일 뿐이다. 입은 음식물을 먹기 위한 최적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침은 콧물과 소화액으로 구성되어 있어 먼지와 세균을 상당 부분 잡아주지만, 전공이 씹고 삼키는 일이라 코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입으로 숨 쉬는 것은 추천할 수 없는, 부득이할 때 하는 생존책이다.
이러한 차선책을 계속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온다. 얼굴 모양이 변하는 것이다. 아데노이드 얼굴, 치아 부정렬, 얼굴 커짐, 눈 처짐, 입 돌출, 입술 두꺼워짐 등과 함께 지루성 또는 각질 피부, 여드름 같은 피부 문제 등이 나타난다.
인후두, 편도선, 기관지, 폐도 피해를 보게 된다. 제거되지 않은 먼지와 세균은 물론이고 36.5℃의 온도와 폐가 원하는 100%의 습도를 갖추지 못한 공기가 침범해 각종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후두염, 편도선염, 임파선염, 기관지염, 천식, 기관지 확장증 등이 발생한다. 입으로 하는 수면무호흡은 만성피로를 발생 시켜 낮에 졸리는 주간기면(晝間嗜眠)이 나타나고 뇌 손상으로 생기는 중풍과 파킨슨병, 두통, 치매, 집중력 저하까지 나타날 수 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