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진들 가운데 책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기쁨을 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공자는 ‘공부’를 일상생활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자는 공부란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다고 했고, 율곡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연암은, 선비가 독서를 하면 그 은택이 천하에 미친다고 했다.
독서의 중요성은 목회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성영락교회 원로이자 남가주 교계 영적 거장인 박희민 목사는 말한다.
“독서는 바른 설교를 할 수 있는 식견과 판단력을 길러 주고, 성경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해 준다”고. 그래서 설교자는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정신세계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목회자라면 신학 서적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영성을 비롯 리더쉽과 치유, 회복, 가정 사역 등 실제 목회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나가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기본적인 신학 정립은 물론이거니와 신앙 생활의 성숙과 도움을 주는 바른 독서가 필요하다는 지론이다. 지식 편향의 ‘머리만 큰’ 이지적 그리스도인이 되기 보다는, 균형있는 신앙의 회복과 생명력 넘치는 풍성한 삶을 위해 책을 읽자는 주장이다.
미국의 평론가이자 시인이요, 철학자인 R. W. 에머슨은 “보기 드문 지식인을 만났을 때 그가 무슨 책을 읽는가를 물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박 목사에게 가장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이었는지. 그는 성숙한 신자를 만드는 지적이면서도 영적인 지침서로 잘 알려진 리차드 포스트 박사의 <영적 성장을 위한 제자훈련>을 첫째로 꼽았다.
“어려선 고전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목회를 하면서부터는 <영적 성장을 위한 제자훈련>을 통해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았다. 또한 그가 집필한 <돈, 섹스, 권력>도 추천하고픈 책이다. 강단에서 설교자들이 돈과 성,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 세속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많이들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이 3가지는 크리스천들이 하루도 떠나서 살아갈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 3가지 면에 있어서 어떻게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따라 실제로 적용시켜 나가느냐가 성공적인 신앙 생활의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는 새벽기도를 마친 뒤 2시간은 조용히 독서에 집중한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기 좋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부교역자들에게 독서의 유익함을 일깨워 주고자 교역자 회의 때 꼭 40분을 할애해서 독서보고 시간을 마련했다.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을 3-4페이지로 요약한 다음 자신의 신학적 입장에서 비평을 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개인의 신앙 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나눈다.
박 목사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목회자들에겐 말씀의 은혜, 말씀의 능력, 말씀의 깊이, 말씀의 실력이 중요하다”면서 “성경 말씀을 많이 봐야 하지만, 그것을 오늘의 문화 상황에서 재해석하는 설교학적 관점에서의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교를 전달하는 기술과 설교를 빛나게 하는 영적인 자세, 그리고 설교로 일궜던 교회 부흥 등 설교에 관한 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면 과찬일까. 많은 후배 목회자들은 그에게 설교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그 비법을 묻곤 한다. 박 목사가 말하는 설교 준비하는 과정을 한번 들어보자.
◆ 본문을 반복해서 읽어라
주일설교를 할 때 먼저는 본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다. 그러면 평소에 읽었을 땐 이해하지 못하던 것이 반복해 읽는 가운데 영감이 떠오른다. 성경 본문을 읽을 때 영어 성경은 물론 한국어 성경도 여러 버전을 비교해 가며 읽는다. 본문에 대한 뚜렷한 의미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본문만 읽지 말고 앞뒤 문맥 속에서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자 애쓴다.
◆ 주석책은 나중에… 체크업이 목적
설교 준비할 때 처음부터 주석책을 보면 그 내용이 내 생각을 압도해 버리게 된다. 그래서 설교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서 본다. 혹시 내가 이해하고 해석한 것이 너무 빗나가면 안 되니까. 간혹 주석책을 읽다보면 내가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보여줄 때가 있기도 하다.
◆ 기도와 묵상을 통해 성령의 영감을 구하라
기도 가운데 말씀을 묵상해 나갈 때에 설교 정립이 잘 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묵상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을 보는 지혜를 주시고, 믿음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눈을 주신다.
◆ 구체적인 적용에 노력한다
한국인들의 설교는 미국인들의 그것에 비해 추상적인 원론에서 그칠 때가 많다. 미국인들은 말씀을 사회와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 생활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끌어주는 데 비해 한국인들은 ‘사랑합시다!’ 같은 구호로 끝날 때가 많다. 설교 준비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적용까지 해 줄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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