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아동학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에 근본적 대책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상상조차 할 수 없이 안타까운 아동학대 실상이 알려지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며 “지난 3일,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었던 9살 아동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울부짖지도 못한 채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이어 지난달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우리를 다시 경악스럽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아동학대를 기존의 가족 간의 문제에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는 어떠한 체벌도 안 된다는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증가하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훈육’이라는 명목 아래 체벌에 대해서는 관대한 인식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아동학대의 80%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학대받은 아이들 대부분은 학대가 벌어진 가정으로 되돌아간다”며 “이는 아동복지법이 ‘원가족 보호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고 했다.
협의회는 “더욱이 이번 사건은 체벌을 ‘훈육’이라 부르는 안일한 인식,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며 “친권이 부모가 자신들의 보호 아래 있는 자녀들을 대상으로 폭행 또는 학대를 해도 좋다는 허가증이 아님에도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이번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난 바탕에는 아동권리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왜곡된 풍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에 한국아동단체협의회와 30개 회원단체는 대국민 인식개선과 부모의 책임 및 아동학대의 경중에 따라 친권 제한 등 형사 처벌 외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게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고 했다.
협의회는 “아동을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인지하여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범죄에 대해 강력한 친권 제한과 함께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라. 우리 사회는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여 친권자의 징계권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아동 대상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량도 낮은 수준”이라며 “아동학대가 근본적으로 없어지려면 부모라는 이름으로 어떤 체벌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간 훈육과 체벌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기에 자녀들을 대상으로 폭행 또는 학대 시에는 강력한 친권 제한과 함께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모든 아동들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제도적 아동보호 인프라를 확충하라.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이후 아동학대 신고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지난 5년간 아동학대 신고는 2배 이상 증가했다”며 “그러나 이에 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1개소 증설에 그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당 평균 사례관리 수는 64건으로 선진국에 비해 2~3배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또 “아동의 안전과 생명권 보호를 위해서는 신속성과 접근성이 충분히 갖추어져야 하며 결국 이에 대한 선결과제는 아동보호 인프라 확충이라 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민국 모든 아동들을 학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켜낼 수 있는 아동보호 안전망 구축을 위해 인적, 물적 인프라를 충분히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협의회는 “민법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가정 내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라.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며 “이는 친권자는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아동학대행위자들의 변명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 정부를 향해 ‘모든 환경의 법률 및 관행상의 간접체벌과 훈육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라’고 밝힌 바 있다”며 “체벌에 허용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없다. 조속히 민법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가정 내 체벌을 명확하게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 예산을 증액하고 기금이 아닌 정부 본예산에 편성하라. 현재 아동보호와 관련하여 사업추진은 보건복지부, 예산편성은 법무부와 기획재정부로 이원화되어 있다”며 “이에 따라 의사결정 및 업무추진 역시 원활하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학대피해아동쉼터 운영예산이 정부 부처의 본예산이 아닌 기금(범죄피해자보호기금, 복권기금 등)으로 편성되어 있어 아동보호 인프라 확충을 위한 추가예산 확보 등에 있어서 한계가 있으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 재난 시, 아동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아동보호 제도를 정비하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심과 두려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며 교육, 사회, 경제 전 분야에서 어려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특히 외출과 외부활동의 제한이 많은 상황에서 등교개학이 지속적으로 연기되면서 가정 내에서 부모와 아동들 모두 심리적으로 지쳐가고 있으며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 아동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 기관을 통해 노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대는 더욱 더 가정에서 은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발견이 늦어질수록 아동들이 겪을 피해는 더욱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고, 이런 사회적 재난은 우리 사회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온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제도와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 아동보호체계와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국가가 아동들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라고 했다.
아래는 한국아동단체협의회에 속한 관련 30개 NGO 단체다. 굿네이버스,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무궁화복지월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서울YMCA, 세이브더칠드런, 세이프키즈코리아,아이들과미래재단, 아이코리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엔젤스헤이븐,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종이문화재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탁틴내일, 푸른나무재단,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한국사회정보연구원,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한국장난감도서관협회, 함께걷는아이들, 홀트아동복지회, 희망친구 기아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