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아홉 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그저교회’(예장통합) 담임 전인철 목사(39)다. 현재 30여 명이 출석하고 있는 그저교회는 예배당이 없다. 주로 카페를 임대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 대신 마을 속 교회 곧 선교적 교회를 추구해왔다고 한다. 2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비기독교인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강의를 금요일 저녁마다 개최해왔다. 초등학생의 성교육, 책읽기 모임 등이 그것이다. 일반 카페로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진지하게 신앙상담으로 연결된 경우도 꾀 있다고.
전인철 목사는 “우리가 추구하는 교회론은 마을 속 교회다. 곧 선교적 교회, 미셔널 처치다. 그 동안 교회는 마을 속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었다”며 “마을에 태권도장, 치과가 있는 것처럼 여기도 카페지만 교회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전 목사와의 일문일답.
Q. 교회 개척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그리고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원래부터 목회자를 꿈꿨다. 과천교회를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목사님으로부터 신학교로 바로 가기보다 일반대학교를 거쳐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중앙대 사범대 교육학과로 진학했다.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한 뒤 2009년부터 교육 전도사로 시작했다. 그 당시 교회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특히 30~40대로 대변되는 교인 중 가나안 성도들이 많다. 그 분들이 왜 교회를 이탈할까? 이런 고민 끝에 이분들의 신앙을 책임져야할 대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30대인 그분들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는 입장이다.
고민을 해보니 기존 교회의 패러다임이 30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신앙하는 것이 하나님을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앙의 기초 곧 예배, 성경 읽기, 기도는 본질이다. 이는 절대로 타협 불가한 영역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충분히 재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30~40대는 퇴근이나 야근 때문에 새벽예배, 수요예배 등을 참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이 신앙을 유지할 수 있는 폼(Form)을 생각한 끝에 이런 교회는 하나 정도 있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저교회’를 시작했다.
Q. 교회를 개척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A. 물론 조심스런 부분이 있었다. 기존의 전통은 존중하면서 동시에 해왔던 것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검증하는 부분이다. 부단한 싸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Q.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검증하는 부분이라면…
A. 부목사 생활을 했을 때 성도들을 보면 주일 오후 예배는 잘 안 드린다. 특히 어르신들은 잘 드리는데 30~40대 분들은 도망치듯 빠진다. 왜 그럴까? 그들 마음엔 뭔가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또 새벽예배도 좋은 전통인데 왜 대부분의 30~40대들은 안 드릴까를 생각했다. 이들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적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삶의 무게가 버거워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예배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줌(ZOOM)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수요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드리고 있다.
Q. 교회 개척에 있어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A. 성경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스스로 말씀을 읽는 성도가 됐으면 좋겠다. 밖에서 해석되는 말씀 강해들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말씀과 씨름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은혜는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교통에서 받는다. 이것이 풍성한 삶이 돼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한 명의 그리스도인이 말씀과 대면해서 은혜를 얻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은혜가 덜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말씀을 읽고 해석하는 연습이 될 때까지 목회자가 개입하고 거리를 두는 부분이 유연해야 한다. 성도들에게 훈련의 여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안식할 수 있는 가치를 주면 좋겠다. 시대도 빠르게 돌아가고 하나님 앞에서 안식할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하다. 그것이 일의 멈춤, 기도일 수 있다. 교회가 안식의 가치를 알려줬으면 좋겠다. 세 번째로 우리는 통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이들이 시끄럽더라도 그들을 기다려준다. 아이들에게 분명히 가르쳐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예배 중 어린 아이들이 우는 경우도 있다. 울음은 자연스러우니까. 공동체가 같이 용납하고 품으면서 예배드린다.
Q. ‘말씀 읽는 성도’를 가장 중시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A. 주로 ‘카톡’으로 한다. 성도들이 묵상은 남기지 못해도 하루도 빼놓지 말고 성경 말씀을 읽자고 했다. 비록 그것에 대해 ‘아멘’이라는 작은 답문이라도 괜찮다. 성도들이 성경을 스스로 읽는 연습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 교회의 구성인원은 이렇다. 40대 2명을 빼고 모두가 30대다. 아이들만 15명이다. 다들 0~6세 사이다. 한창 치열할 때다. 육아를 하고 회사에서 바쁜 시즌이다. 주일예배도 버겁다. 하지만 모든 성도들이 주일마다 성경읽기를 같이 한다. 가령 본문을 로마서로 정했다면 그 말씀을 월~토요일까지 6등분으로 나누고 한 성도가 본문을 카톡 단체 창에 띄워준다. 그리고 모든 성도들이 같이 읽고난 다음 그에 대한 묵상을 카톡에 올린다.
Q. ‘그저교회’에 들어서니 예배당이 아니라 카페다. 카페를 빌려서 하는 이유는?
A. 초대 교인들은 어디서든 예배를 드렸다. 교회 장소에 관한 신학 석사 논문(Th.M)을 준비하면서 초대 교인들이 어디서 예배를 드렸는지를 찾아봤다. ‘하우스 처치’(House Church), 곧 집이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길거리, 목욕탕, 식당, 마구간, 레스토랑 등도 있었다. 본질은 그들이 있는 삶의 자리가 곧 예배였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임이었다. 그래서 건물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 것 같다.
2018년 4월 1일부터 ‘그저교회’를 개척했다. 원래 아내랑 아들과 나 이렇게 3명이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두 가정이 합류해서 같이 예배드리기 시작했다. 공간의 필요가 있었다. 안양시 근처에 한 상담소가 공간이 비었다고 들어서 그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러다가 성도들 몇 가정이 찾아왔다. 아이들의 기저귀 갈 공간이 필요해서 결국 카페 ‘노마드’로 왔다. 우리 필요에 따라 하나님이 장소를 붙여주셨던 것 같다. 현재 공간에 대한 필요는 그다지 없다. 오히려 공간을 살 돈으로 구제에 쓰자는 생각이다. 나는 3일은 직장생활을 하고 2일은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 2일치만큼의 사례비만 받는다. 교회 외적으로 보면 나머지 급여를 다른데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건물 값이 너무 비싸다. 교회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개척교회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가령 하나의 교회 건물을 4개의 교회가 공유하는 형태다. 비용적인 부분에서 많이 절감된다. 현재 미국에서 많이 하고 있다. 한인교회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Q. 카페를 활용한 사역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우리 교회는 30~40대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민이 많다. 육아 고민, 자녀 교육, 인권 등이다. 이와 관련한 강사들을 모시고 강연을 주로 연다. 금요일 저녁마다 2년을 해왔다. 근처 지역 주민들 초청해 총 30~40명 정도 모인다. 플로리스트를 모시고 꽃꽂이 수업도 하고 책 읽기 모임도 한다.
Q. 신앙이 없는 분들과 함께 진행하는 건가?
A. 그렇다. 우리가 추구하는 교회론은 ‘마을 속 교회’다. 곧 선교적 교회, 미셔널 처치다. 그 동안 교회는 마을 속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었다. 마을에 태권도장, 치과가 있는 것처럼 여기도 카페지만 교회로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싶다. 책모임을 통해서 우리 교회로 연결된 경우도 꾀 있다. 강의를 열 때 ‘그저교회’ ‘노마드북 카페’ 이름으로 공동주최한다. 개최 장소가 북 카페라서 지역주민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온다. 우리도 또한 전도의 목적으로 초청하는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성교육에 관한 강의를 연적이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이들이 부모에게 ‘섹스가 뭐냐’고 질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에 관한 강의를 한번 열어보자는 의견이 우리 안에서 나왔다.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성경적 관점에서 성교육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강사들을 모셨다. 그런데 이런 강의를 우리끼리만 진행하면 아쉬우니까 지역사회 주민들도 초청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래서 ‘우리 공간이 열려있으니까 카페에서 빵하고 커피 같이 사드시면서 성교육 강의도 한 번 들으러 오세요’ 이런 식으로 지역주민들을 초청한다.
Q. 사역하면서 붙들고 있는 말씀이 있다면?
A.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다. 순서의 문제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면 그 다음 스텝에 대해서 하나님이 알려주실 것이다. 이는 교회 이름과 연관된다. 사람들은 “교회의 목표가 무엇이냐? 어떻게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우리는 “딱히 없다”고 말한다. ‘그저 교회’다. 교회 이름에서처럼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하나님이 그 다음은 알아서 책임져 주신다’고 믿는다. 교회가 되려는 몸부림이 존재할 때 교회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하나님이 알아서 그려 가실 것이다.
Q. 하나님이 제시하신 구체적인 밑그림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가?
A. 상황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중요한 것은 매일 카톡에 올린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알려주신다. 공동체로서 같은 말씀을 읽을 때 하나님이 우리 공동체에 ‘하나님 나라와 그 의’에 관한 구체적인 것을 알려주신다고 믿는다. 가령 코로나19가 터지고 한 성도가 ‘대구에 필요한 게 있을까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 때부터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스크를 구하고 도시락을 싸서 대구 지역 학생들에게 보내주기로 했다. 링커스란 미혼모 단체에 마스크를 전달했었다. 노숙자, 지역주민들에게도 그렇게 했다. 이렇게 우리 안의 기도의 모습 속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끝으로 ‘나에게 복음’이란?
A.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다. 로마서 말씀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나를 구원하셨다는 것은 알지만 그 분이 일상 가운데서도 다스리신다는 주권신앙 많이 잊힌 것 같다. 그리스도 되신 주께서 지금도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고 ‘주’(Lord)가 되신다는 것, 이를 일상 가운데서 고백하는 것이 나와 우리 교회가 추구하는 복음이 될 것 같다. 매일 카톡창에서 공동체적으로 읽는 말씀을 통해서 이를 아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