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의원들에게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국의 21대 국회의원들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21대 국회에 북한인권법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적한 것이다.
현재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 국회의 일부 정당이 북한인권재단의 이사들을 추천하지 않으면서 재단의 공식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은경 북한반인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북한인권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단이 공식 출범하면 북한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납북자 송환 문제,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 등도 폭넓게 논의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이 지연됨에 따라 한국 통일부도 그동안 한국 국회에 재단 이사 추천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을 촉구한 것은 지난 3월이 마지막”이라며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에 재차 재단 이사 추천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한국 통일부와 법무부에 각각 설치돼 있는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 국회가 이를 지원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태훈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는 "법무부 산하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을 수사 전문가인 검사가 해야 하는데 검사가 배제됐다"고 지적하고,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치됐는데도 관련 보고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인권법 자체가 사문화돼 있는 상황"이라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반드시 조사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21대 국회가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21대 국회가 전시, 전후 납북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만큼 이를 계기로 전시·전후 납북자, 그들의 유해 송환 등에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전시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이 해결이 안 됐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 했기 때문에 전후 납북자 사태도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만큼 전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추진하면서 전후 납북자 문제와 관련된 논의도 국회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신 분석관은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들에게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한국 국회가 관련 입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한국 국회가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를 연계해 다뤄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과의 협상,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꺼려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핵 전략의 종속 변수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북핵 협상과 북한 인권 문제가 각각 독립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21대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