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비염과 축농증이 만든 덫

사회
복지·인권
성민원 기자
smw@cdaily.co.kr
이태훈 대표원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모든 것은 코에서 시작되었다(2)

후각장애

"선생님 꽃 냄새를 맡았어요. 라일락인 것 같았습니다. 40년 정도 잃어버린 후각이 돌아왔습니다. 음대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갑자 기 코 끝으로 향긋한 느낌이 다가왔어요. 꽃 냄새인가 했는데, 저편에 정말로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거 있죠. 아~♪~ 냄새로 행복감을 느끼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모 대학 음대 교수로 계시는 남자 환자가 진료실에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오랫동안 천식을 앓았고 후각까지 잃어야 했던 그에겐 이성을 잃을 만큼 커다란 일임을 바로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잃어버린 후각이 30년 이상이 지난 며칠 전에 돌아왔다니 얼마나 기뻤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나는 냄새로 몸에 좋고 나쁨을 나눈다. 몸에 나는 향기로 호감, 비호감을 정하기도 한다. 냄새가 삶에 미치는 진정한 가치는 자연과의 달콤한 만남에서 알게 된다. 봄날, 속삭이듯 내리던 비가 그친 뒤 흙을 헤치고 올라오는 들풀의 향기에 취해본 적이 있는가. 산에서 마구 뛰어놀다가 배가 출출할 즈음 저만치 바람결에 실려오는 아까시꽃 향기에 배고픔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냄새를 맡는 것이 왜 행복인지 알게 될 것이다.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깜빡 잊고 가보니 냄비가 타고 있는 것을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는 사람도 있고,  음식 맛을 분별하지 못해 짜다 못해 쓰게 먹게 돼 혈압약을 복용하게 되었다는 분도 있다. 후각장애가 참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원인은 비염과 축농증이다. 냄새를 맡는 후각의 감지영역은 코의 가장 윗부분에 있어 부비동이나 코 염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후각 감지 부위는 눈물관의 출구보다 위에 있으니 앉거나 서있는 동안에는 손상될 수가 없다. 염증 분비물들이 닿지 않으니 나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망가지는 것일까?
후각 손상은 영·유아기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때는 눈과 귀, 부비동 그리고 코 자체에서의 청소액 분비가 많다. 청소액은 이름 그대로 안을 청소하는 액체이다. 코 안으로 들어온 공기에는 세균과 먼지가 있다. 그 때문에 이를 잡아내기 위해 코 안의 피부는 끈적이는 액체를 가진 점막으로 돼 있다. 세균과 먼지는 이 점액에 붙어버린다. 점막에서 떨어져 있는 코 안에는 콧물이 묻은 솜털(섬모)이 있어, 점막 근처로 지나가지 않는 공기를 걸러 그 안에 있는 세균과 먼지를 잡아낸다. 이 콧물이 바로 청소액이다. 세균과 먼지를 잡아낸 점액과 솜털의 콧물은 모두 들어온 공기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콧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목적지가 다르다. 정화된 공기는 기도를 통해 허파로 가지만, 청소액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들어가 위산에 의해 박멸된다. 위산은 코 청소액이 묻혀온 모든 세균을 죽이는 소각로 역할을 한다. 성인일 경우 하루에 큰 페트병으로 하나인 1.5ℓ 정도의 청소액이 코로 나온다. 그리고 먼지와 세균을 붙잡아 위장으로 들어가 같이 '소각'된다.
영·유아는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기에 청소액이 더 많이 분비된다. 그런데 콧속의 길이는 성인보다 짧으니, 청소액이 넘쳐나게 된다. 아이가 코감기로 코가 부어서 막히면 콧물을 질질 흘리는 것은 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유아 중에 태어날 때부터 부비동에 염증을 가진 경우가 많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양수가 부비동 등에 들어간 경우이다. 생체 안에 고인 물은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염증은 태어난 후 심해진다. 영·유아는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염증으로 생긴 고름이나 분비물이 위로 흐를 수 있어 염증 때문에 영·유아기에는 고열이 잘 발생한다. 영유아기를 '염증의 질풍노도' 시기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염증이 후각세포나 청각세포를 침범하면서 성인이 되면 청력과 후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한번 무너진 숨길 구조는 자연적으로 복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오히려 악화돼버린다. 심한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나쁜 환경에 처하게 되면 '발병의 방아쇠'가 강하게 당겨진다.
청력 손실은 TV 소리를 키운다든지, '말귀 못 알아듣는 사오정'으로 놀림당하는 것으로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반면 후각 상실은 누군가 이야기해 주거나 냄새로 위기에 빠져봐야만 심각성을 자각할 수 있다.
비염과 축농증은 후각 부위의 점막과 신경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손상시킬 수 있다. 문어발식 합병증을 일으킨다. 통뇌법은 숨길을 바로잡아 이러한 염증을 없애준다. 질식돼 있던 후각세포가 살아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가히 난치(難治)라는 질환을 해결해나가는 원인론적 치료법이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