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욱주(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평론가가 22일 크리스천투데이에 “넷플릭스에 나타난 ‘메시아’, 재림 예수인가 사기꾼인가”를 기고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1월부터 오리지널 TV 시리즈 ‘메시아(Messiah)’를 방영했다. IS에 의해 점령 위기에 놓인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알라의 메신저라고 불리는 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이사 알 마시흐(Isa al-Masih, 메시아 예수)’.
그는 이스라엘 첩보요원에게 심문 받을 때도 ‘하나님의 아들’이라 소개하고, 첩보요원의 비밀스런 죄까지도 간파해 말한다. 배고픈 2천명의 시리아인 추종자들을 광야로 이끌며 재림 예수로 칭송받기도 하고, 워싱턴 D.C에 도착해 사람과 카메라 앞에서 물 위를 걷는 이적을 행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당신이 믿는 예수는 어떠한 분이신가? 재림 시에 당신은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으며 “사실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의 재림은 전 인류, 모든 민족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예언되어 있다(계 1:7)”고 설명했다.
이어 “재림했다는 인물이 진짜냐 아니냐를 다투는 논란이 일어난 시점에서, 이미 ‘메시아’에 등장한 알 마시흐의 정체는 폭로되고 있다. 그는 제법 신기한 마술 혹은 이적을 행할 수 있는 거짓 선지자 혹은 적그리스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작중 알 마시흐는 마술사 집안에서 태어난 분명한 출생 이력이 있다”며 “출생을 통한 그리스도의 임재는 그분의 초림 때 완료됐고, 재림은 이와 달리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행 1:11)’고 했으니,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부모에 의해 출생한 이는 이제 그 누구도 그리스도 메시아라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 예언은 거짓 선지자 및 적그리스도를 분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서 무수한 신흥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을 재림 예수라 자칭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네스토리우스적인 것으로, 칼케돈 공의회를 통해 분명하게 이단으로 정죄 받은 이론”이라며 “네스토리우스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을 분리해서 생각하려 했다. 그는 성자 그리스도가 하나님께서 한 뛰어난 인간에게 ‘양자의 영’을 보내 그분의 아들을 삼은 자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이른바 양자설(adoptionism)이라 하는 이 이론은 칼케돈 공의회 이후로도 기독교계 내에 숱한 이단들을 양성하는 이론으로 자리 잡게 된다”며 “온전한 이성을 가지고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믿는 신자라면, 그리고 칼케돈의 신앙고백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믿는 신자라면, 현재까지 이 땅에 나타난 수많은 ‘재림 예수들’이 결정적인 결격 사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단하게 간파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들의 속임수에 미혹되는 까닭은 무엇일까?”라고 물으며 “한국의 경우 집단주의 문화가 사이비 신흥종교 활성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한 사람이 신흥종교 집단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경우, 이 사람은 즉시 그 집단이 구축하는 견고한 인(人)의 장막 안에 갇히고, 이로 말미암아 자신을 둘러싼 세상 모두가 그들의 지도자를 재림 예수로 믿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며 “결국 이 사람은 그 신흥종교 집단의 교리를 믿음으로써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시아’의 서사는 신비스러워 보이는 카리스마와 이적을 열망하는 이런 서구인들의 종교성을 비판적으로 폭로하고 있다”며 “작중 알 마시흐가 선보이는 이적들은 성경에 분명하게 예언된 그리스도의 계시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만들 만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그리하여 믿음에 커다란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목회자가 알 마시흐를 보고서 재림 예수, 아니면 최소한 하나님의 선지자로 확신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성경은 인간의 감각적 경험이나 이적 체험에‘만’ 기반을 둔 신앙을 가르친 적 없다”며 “성경에는 이적을 통해 그리스도를 믿은 이들의 기사가 다수 기록돼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들 역시 결국은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말씀 위에 신앙을 건립했지 끝까지 이적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예수께서 자신을 보지도 않고 알고 계심을 확인한 나다나엘(사도 바돌로매)이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요 1:48-49)”며 “신앙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맹신하기를 거부하고, 우선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복음을 통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분별하는 확고한 주지적(主知的)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결국 “‘메시아’는 현대의 기독교인들에게 바로 이런 지적인 믿음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