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이중고에 막혀버린 ‘소통’

사회
복지·인권
성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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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입 모양이 보이지 않는 마스크
수어인에게는 소통단절과도 같아
미국에서는 투명 마스크 개발한 사례도 있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에 한국과 전 세계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평소에 몰랐던 '마스크'의 중요성도 이번 사태를 통해 절실히 느끼고 있다.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면서 소통하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은 어떨까.

농인은 마스크를 착용한 비장애인들을 만났을 때 가장 난감하고 어렵다. 물론 비말감염 최소화를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2m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농인은 '안전'과 '소통', 이 가운데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사가 당국자 바로 옆에 서서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수어 통역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손으로 전달하는 수어뿐 아니라 입 모양, 표정 등 비수지 언어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보전달을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농인과 수어 통역사의 제언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실시간 현황, 예방수칙 등과 관련된 수어 통역 영상이 게시되는 등 점차 소통의 창구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감염에 노출된 수어 통역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농인들을 위한 방안은 개선이 시급하다.

가까운 예로, 최근에 미국의 한 청각장애인 대학생이 투명마스크를 개발했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입 모양과 표정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마스크 중앙부에 플라스틱을 덧댄 투명 창 마스크를 만들었다. 의료기관, 공공기관에서는 투명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여 농인들이 입 모양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 브리핑 시 수어 통역사가 별도의 공간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어 통역사들의 활동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모두가 안전하게 소통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