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총무 이홍정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2일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공동체로’라는 제목의 2020년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2020년 생명의 위기 속에 맞는 부활절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국전쟁 70년, 4.19혁명 60년, 5.18민주화운동 40년을 맞아, 우리 현대사의 아픔과 질곡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상생공동체를 바라며 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이르는 영적 순례를 준비했다”며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2020년 한국교회 ‘부활절 맞이’는 잠시 멈춰 서게 됐다. 우리는 문명을 탐욕적으로 발전시켜 온 인류를 향해 ‘멈춰라, 성찰하라, 돌이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을 들으며, 각자의 삶의 자리를 예배와 봉사의 자리로 승화시키는 ‘흩어지는 교회’의 새로운 일상에 직면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온 세상은 지금 십자가와 부활, 그 사이의 시간처럼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우리 사회에 형성된 양극화와 혐오·차별·배제라는 사회심리현상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거칠게 응집되어 경계심과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위기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야 한다. 끝나지 않은 전쟁과 그 전쟁이 남긴 분단과 냉전의 상처, 자본 중심의 이기적 인간 문명의 확산, 유사 종교집단의 반사회적 폐쇄성이 지닌 사기성 전파 행태,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과 범죄 등 이 모든 사회 현상들은 이웃을 향한 일방적 침탈과 파괴가 빚은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웃과 자연 사랑의 소명과 책임을 거부한 모든 인류가 죽음과 삶의 기로에서 함께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에 서 있다. 이웃과 자연에 대한 일방적 침탈과 파괴는 자기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이기적이며 폭력적인 삶의 방식이다. 이천 년 전 예수님의 탄생을 두려워한 헤롯 왕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마 2:16)”며 “울부짖고 애통하는 생명의 외침이 그의 귀에 들릴 리 없다. 예수님은 그러한 비인간성과 폭력을 향해 사랑과 생명을 외치시다 고난 받고 죽임을 당하셨지만, 결국 죽임을 깨는 살림, 부활이라는 대전환을 통해 새롭게 사는 삶의 방식을 우리에게 알려주셨다”고 했다.
NCCK는 “오늘 한국 교회는 그동안 축적돼 온 갈등에 더하여 감염병이 가져온 삶의 위기에 맞게 복음을 해석하고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먼저 우리는 ‘나는 내 백성… 그들의 신음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구해내려고 내려온 것’(행 7:34)이라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불안과 두려움, 고통으로 탄식하며 울부짖는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경청과 공감, 동행이 바로 생명으로 이어지는 고난과 부활 십자가의 길이다. 우리는 함께 그 길을 따라 코로나19의 위기를 넘고 우리 사회에 축적된 수많은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상생공동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라고 하신 바로 그 '갈릴리'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 부활 신앙은 평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과 분단의 질곡 속에서 고통당하는 한반도에 희년이 도래하도록,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2020년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전쟁 70년을 끝내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의 길, 역사적 부활의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 하나님께서 베푸실 구원은 영원하고 하나님께서 세우실 정의는 넘어지지 않으며, 하나님의 평화는 빛처럼 쏟아져 우리에게 임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산 소망이며 우리의 부활이다. 다양한 피조물이 사랑과 생명의 관계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시대에 맞는 주님의 부활을 노래하며, 우리가 다양성과 포용의 상생공동체, ‘갈릴리’가 되자”며 “불안하고, 힘들고, 고통 받는 이들의 새로운 세상이 되자. ‘나의 거룩한 산 어디를 가나 서로 해치거나 죽이는 일이 다시는 없는’(사 11:9) 세상을 꿈꾸며 함께 부활의 새 생명을 살아가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