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에 있는 한알의밀교회 담임 김현수 목사(52)다. 예장 통합교단 서울동북노회에 소속된 개척 3년 째에 접어든 이 교회에는 성도 30명이 출석하고 있다.
김 목사는 학부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영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장로회신학대학원 목회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에 있어 자연스런 물음이 생겼고 이후 신앙은 ‘제대로 알고 믿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신대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말씀에 뿌리내린 정통 신앙을 강조한다. 동시에 ‘캘리그라피’, ‘오카리나수업‘ ’핸드드립 커피’ 등의 문화강좌로 즐겁게 교인과 지역 주민들을 섬기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스토리를 교회에 채우고 싶은 열망이 있다”며 “하나님이 하신다는 믿음으로 목회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멈추라고 하시면 멈춘다. 그래서 자유롭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교회를 개척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A. 개척에 있어 최고 어려움은 게으름이다. 그래서 내가 성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개척의 이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서 스스로 부지런해져야 했다. 그래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예배를 매일 지켰고,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를 지켰다. 나를 위해서 새벽에 기도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하나님이 하신다는 생각이 드니까 시간을 성실히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딱히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다. 상황은 물론 어렵지만 어렵다는 느낌이 없다. 사람들이 내 얼굴빛을 보면서 ‘불안해 보이고 힘든 얼굴빛은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평안한 이유가 있습니다.
개척을 하기 전 교단(예장통합) 개척훈련원에서 5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사실상 아내와 함께 교회 개척 훈련을 받은 것이 개척의 원동력이다. 개척의 상황은 힘들지만 힘든 개척의 상황을 뚫을 수 있는 힘을 이 훈련에서 얻었다. 특히 앞서 개척하신 목회자들의 간증에 많은 힘을 받았다.
Q. 개척에 있어서 실질적인 팁을 주고 싶다면?
A.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척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개척하기 전에는 교인이 많은 교회에만 있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영혼 깊이 가 닿는 마음이 깊지 않았다. 그런데 교회 개척을 하면서 이런 마음이 깊어졌다. 한국교회는 교역자들이 넘치는데 현실적으로 교회가 청빙할 수 있는 목회자 수는 적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 후배들은 더더욱 새로운 교회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곳 월세와 관리비가 월 250만원 든다. 고민이 됐다. 돈은 없고 사례비도 받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를 감수하고 믿음으로 출발했다. 한 가지 장점은 여기가 주상복합이라는 점이다. 1,2층은 상가로 사용되고 3-7층은 원룸이 있다. 세대는 총 206세대가 살고 있다. 그곳에 사는 이들 모두가 내 교인이라는 생각으로 섬기며 사역한다.
후배들이 개척한다고 하면 주상복합에서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주중에도 100명, 주말에는 300명까지 교회 앞을 사람들이 왔다갔다 한다. 단독 상가는 일이 없으면 절대로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은 문만 열고 있으면 많은 사람이 왕래한다. 이들에게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Q. 교회 개척에 있어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A. 사람이 곧 인테리어다. 교회를 어떻게 꾸밀까에 집중하기보다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신앙고백이 결국 최고의 인테리어다. 하나님의 사람을 만드는 게 목회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개척 초기에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에 대한 고민은 없어졌다. 성도가 곧 교회다. 성도들이 삶과 사회에서 말씀을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건물을 가지고 교회를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교인들의 삶으로 교회를 말해야 하는 시대다.
Q.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
A. 말씀 중심의 제자 훈련에 집중한다. 예로 우리 교회 청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특전사 출신이고 영업사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 당하니까, 집 밖에도 나오지도 않았다. 2년 동안 술만 마시고 있었다.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4개월 동안 나와 함께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말씀이 그를 이끌고 살렸다. 인간관계가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다. 말씀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중심은 말씀이고 이것이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매주 성찬식을 하고 있다. 메시지보다 더 강력한 것이 어쩌면 예전이다. 매주 성찬을 하면서 감동과 은혜가 풍성하다. 1년 다르고 2년 다르고 그렇다. 혹자는 ‘한 달에 한 번만 하면 안 돼?’라고 묻는다. 그러나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은 주님과 한 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신앙 의식은 계속 생각나야 한다. 그래서 성찬식이 중요하다. 1년에 1~2번만 하면 그 시간 만큼은 감동이 클 수 있다. 집중하고 몰입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은혜와 감동은 오래 못 간다.
전도는 찾아가는 목회를 추구한다. 주변 상인들이 이 교회가 있어 행복하다고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교회는 수요일 아침을 커피 데이로 정했다. 커피를 내려 한 잔씩 상가 상인들에게 나눠 준다. 3년 동안 계속해오니까 상인들이 내게 ‘목사님 커피만 마셔요. 다른 커피는 못 마시겠어요’라고 한다(웃음).
부활절·성탄절마다 상인들과 206세대 아파트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왔다. 더치커피, 과자 등을 선물로 엮어서 나눠준다. 이런 일을 하겠다고 하니까 하나님이 사람을 붙여주시더라. 지인 중에 (주)미루통상 대표 손영환 집사님이 계신다. 그는 부활절 성탄절이 가까이 오면 저에게 전화를 해서 뭐 필요한 거 없는지 묻는 고마운 분이다.
그런데 부활절이 되니까 그 사람이 내게 ‘뭐 필요한 거 없어?’라고 연락했다. 선물을 나눠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하니 과자 수천 개를 공급해 줬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지역에 있는 높은뜻섬기는교회가 사회적 기업으로 콩나물을 재배하여 나누고 있는데, 여기서 콩나물을 무료로 공급받아 지역 요양원과 상가를 찾는 주민들에게 손발이 되어 나눠주고 있다.
교회라는 공간이 예배시간 외에도 매일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왕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생활 도자기, 캘리그라피, 오카리나 등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사를 불러 수강생에게 일정 회비를 받고 강좌를 진행했었다. 지금은 내가 자격증을 따서 직접 가르치고 있다.
Q. 이런 사역을 통해 주변 상인들이 한알의밀 교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나?
A. 상가 주인 분들은 ‘교회가 있어, 목사님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내가 그려준 캘리그라피가 없는 상가가 없을 정도다. 재혼가정의 결혼식을 위해 교회가 섬긴 적이 있다. 이 곳에서 ‘스몰 웨딩’을 치렀다. 교인들이 함께 도왔다. 전문음악인인 김철수 최은주집사는 피아노와 클라리넷연주로 후배성악가는 축가를 불러주었다. 이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기념일이 없었는데,이제 기념일이 생겼어요“ 보람이 컸다.
교인 중 김철수집사님은 주일오후 섹소폰,클라리넷,플룻, 드럼으로 음악교실을 섬겨주시고, 이연정집사는 애니어그램 1급 강사로 성격유형이해에 큰 도움을 주신다. 이렇게 우리교회는 지역 사회를 적극 섬기고 있다. 개척이 정말 즐겁고 재미있다. 저희와 한 가정은 꽈배기 집을 같이 운영 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실직, 명예퇴직 등 경제적 기반이 없어진 교인들의 자립을 도우려 시작한 것이다. 우리 역시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사야 60장 22절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작고 약하지만 계속 섬기다보면 하나님이 언젠가 속히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나님의 스토리를 교회에 채우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만일 하나님이 내게 멈추라고 하시면 멈춘다. 그래서 자유롭다.
Q. 앞으로의 목회 비전은?
A. 목회는 말씀보다 앞서면 안 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말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사야서 60장 22절은 우리교회의 비전이다. 목회는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어떻게 지역사회를 섬길까를 고민한다. 한알의밀교회 정신은 결국 섬김이다. 예수님도 섬기러 오셨다. 이런 섬김의 스토리를 만나는 사람마다 들려주고 싶다.
목회도 건강을 지키면서 하려고 노력한다. 목회도 비전도 결국 건강에서 나온다. 목회는 결국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목회를 마무리 하고 싶다. 무엇보다 성경에서 멀어지면 목회자는 병든다. 한국교회의 목회자가 무너지는 것은 말씀에서 멀어져서다. 목회자 또는 교회가 병드는 이유는 하나님 앞에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 서면 회개하게 된다. 결국 말씀을 만나야 한다.
Q. 끝으로 나에게 ‘복음’이란?
A. 복음이란 삶이다. 살아내는 것이다. 간디의 박물관에 가면 ‘내 삶이 메시지다’란 말이 인상 깊다. ‘복음이 뭐냐 교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곧 ‘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고 싶다. 말씀이 삶이 되도록 말이다.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신다. 때론 교인들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접었다. 왜냐면 살다보면 얼마든지 내 곁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온다.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말이다.
나는 ‘집사님들을 의지하고 싶지만 하나님보다 덜 의지한다’고 항상 말한다. 나도 또한 하나님이 가라고 하시면 언제든 교회를 떠날 수 있다. 교인들도 얼마든지 나를 떠날 수 있다. 교인과 목회자는 있는 동안 좋은 열매를 함께 맺어가는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