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많은 교회들이 주일예배 등 공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또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논란이 없지 않지만 다수가 밀집하는 곳에서 감염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가능한 접촉을 줄여 성도와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때아닌 ‘헌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전히 공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에게 “헌금 때문”이라거나, 온라인으로 예배를 전환한 교회들에도 “헌금이 줄까봐 걱정한다”는 식으로 비꼬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대형교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개척교회 등 작은 규모의 교회에서 목회하는 이들의 가슴에 마치 비수처럼 꽂히고 있다. 이들이 그저 헌금 때문에 예배를 강행한다는 듯이, 너무 쉽게 판단하는 까닭이다.
유연식 서울시청 문화본부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의 중소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한 요인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에게 교단(기하성) 차원에서 이런 교회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이 목사가 여기에 동의했다고 했다. 예장 통합 등 다른 교단들도 동참한다고.
그런데 단순 표현만 보면, 자칫 작은 교회들이 “헌금 때문에 예배 드린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 하면 예배를 드릴 이유가 더 이상 없다는 발상 같아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경기도 시흥에서 교회를 개척한 한 목회자는 “예배를 드리지 않을 경우 작은 교회가 큰 교회에 비해 재정적인 타격을 입는 건 사실이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그런 걱정이 아주 없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거짓말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단지 헌금 때문에 예배를 드린다는 말도 옳지 않다. 교회의 공예배를 너무 쉽게 물질적인 것과 연결시키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했다.
감히 말하건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작은 교회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이들이 공예배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둘을 직접 결부시키는 일각의 비뚤어진 언사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땅의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물론 작은 교회들을 돕기로 한 교회와 교단들에 그런 생각과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 보진 않는다. 최근 작은 교회들을 지원하기로 한 교회 목회자는 “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해 돕긴 하지만 공예배를 드릴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별 교회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부디 다른 교회와 교단들도 이런 입장이길 바란다.
“코로나19 사태로 한 번, 세상의 시선에 또 한 번 운다”는 어느 개척교회 목회자의 서러움이 유난히 안쓰럽다. 이제 교회를 향한 왜곡된 시선은 거두고,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하루빨리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