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눈앞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이념 논란이 격화하면서 이번 총선에 대한 기독교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어쩌면 이번 총선은 ‘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그 가능성을 모색했던 교회는 이제 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래서 이정훈 교수(엘정책연구원 원장, 울산대 법철학)가 신간 「기독교와 선거」(PLI)를 집필했다. 부제는 ‘교회는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질 정치 무대에서 기독교가 왜 여기에 참여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제시한 일종의 ‘이론서’이자 ‘가이드라인’이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교회와 정치가 무관하다는 건 어불성설
참여하되 ‘음모론’ 벗어나 올바른 근거로
광화문 집회, 자유민주 세력 결집엔 긍정
그러나 직접 정치하려는 듯한 모습, 패착
사회운동 등으로 기독 가치 저변 넓혀야
4.15 총선, 신앙의 자유 지켜야 할 戰場”
-집필 의도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기독교 안에서 정치 참여는 주로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동성애 옹호 목소리가 나오고 극단적 페미니즘이 틈새를 파고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보수·우파 내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시민·사회운동 차원에서 반대의 기치를 들어 저항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아내는 등 실제 성과도 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후 이런 것들이 보다 구체적인 정치 영역으로 옮아가면서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온갖 억측과 이른바 음모론이 판을 친다. 그래서 정치 참여의 올바른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필수인가?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의 문제이지, 그 당위성은 너무나 충분하다. 교회가 정치와 무관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당장에 전염병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공예배를 컨트롤하려 하지 않나. 교회가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하지만, 지자체가 예배를 드려라 말라 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함부로 나온다. 왜 그런가?
미국의 정치 평론가이자 작가인 데이빗 림보(David Limbaugh)가 2천년대 초반에 쓴 ‘박해’(persecution)라는 책이 있다. 사회 전반, 특히 정치와 법의 영역에서 좌파들이 어떻게 기독교와 전쟁을 벌였고, 또 벌이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기도를 못하게 하고 성경을 치우고 하는 등의 모든 것들이 바로 이런 전쟁의 결과다. 이것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그리니 기독교가 정치와 무관하다는 건 지나치게 순진하고 나이브한 발상이다.”
-정치 참여의 한 모델로서 전광훈 목사가 이끈 ‘광화문 집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의 이념성을 우려하면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국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았고, 무엇보다 교회에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그들의 뜻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인 양 지나치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광장에서 우선 세(勢)를 결집했다면, 이제 기독교와 정치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마치 교회가 직접 정치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패착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그것을 좋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제리 파웰(Jerry Falwell) 목사를 중심으로 뭉쳤던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시민·사회운동과 교육을 중심으로 기독교 가치의 저변을 확대했고, 이를 발판삼아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의 핵심 세력이 됐다. 이후 미국은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고 냉전을 종식시켰다. 결국 기독교가 이를 이끌어낸 셈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제리 파웰 같은 인물은 없었지만, 이미 정치 참여 의식과 방법을 내면화 한 미국 복음주의계는 한 인물의 카리스마를 시스템으로 대체했던 것이다. 우리의 정치 참여도 이래야 한다.”
-4.15 총선은 기독교에 어떤 의미일까?
“이번 선거는 법과 정책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이뤄지는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 앞에서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지켜야 할 전장(戰場)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비장해야 한다. 음모론 같은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전략적 사고를 하면서 정치 의식을 키워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