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네 번째 주인공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라이프교회 최우준 목사(41)다. 최 목사는 온누리교회 청년부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담당 전도사를 따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온누리교회에서 4년을 사역하고 그곳에서 인생 멘토인 조정민 목사(베이직교회)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지구촌교회와 베이직교회에서 목회 경험을 쌓은 뒤 본격 개척에 뛰어들었다.
최 목사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데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만 있었기에 기독교 밖의 문화에는 문외한이었다고. 그래서 한 회사에서 사목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세상 속 방황하는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싶어서였다. 최 목사는 “가나안 성도들은 예수님 때문이 아니라 교회 사람들에게 실망해서 떠난 것”이라며 “이들은 여전히 진리에 목마르다. 세상이 답이 아니란 걸 너무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교회로 돌아오게 할 방법은 오직 성경 말씀과 따뜻한 사랑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개척을 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A. 개척에 대한 생각은 늘 있었다. 원래 해외이민 교회를 개척하고 싶었다. 유년 시절 중국 이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7~8년 했다. 이후 온누리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신학교를 졸업한 후 온누리교회와 지구촌교회 사역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조정민 목사님(베이직교회)을 만났다. 조 목사님을 따라 베이직교회에서 사역자로 일했는데, 조 목사님은 항상 “교회가 복음으로 모였다면 복음으로 흩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베이직교회가 개척된 지 2년이 되었을 때 라이프교회를 개척하고, 작년 10월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 왔다.
Q. 교회 개척에 있어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A. ‘가나안 성도’에 관심이 있다. 라이프교회 성도 수는 총 40여 명이다. 그 중 70%는 가나안 성도다. 한국교회에서 이런 이들이 생겨난 이유는 교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교회에 대한 오해가 많이 있었다. “교회 때문에 예수 안 믿을래” 이런 것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밥이 쉬었다고 ‘다시는 밥 먹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은 미련하지 않은가? 오히려 밥을 잘 지어 제대로 먹여야 한다. 우리교회에서 가나안 성도였던 청년들의 부모님 중 장로·권사님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학가서 "교회 안 나갈래"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나안 성도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많이 회복되고 있다.
Q. 가나안 성도 목양은 어떻게 하는가?
A. 무엇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원래 있던 교회 성도들이 가나안 성도들을 맞이한 태도가 성숙했다. 이 때문에 가나안 성도 목양이 가능했다. 이들은 성경이 안 믿어져서 교회를 떠난 게 아니다. 교회의 실망스런 모습 때문에 떠난 것이다. 교회에서 가나안 성도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면 이들 안에 맺힌 오해가 풀릴 것 같다.
Q. 평소에도 가나안 성도들과 자주 만나는가?
A. 그렇다. 우리 교회는 원래 새벽예배가 없다. 대신 성경공부를 주중에 8번 한다. 교회에서 1번 정도 모이고 7번은 그들에게 직접 찾아간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소그룹별로 묶는다. 그리고 매주마다 성경 공부를 한다. 이는 하나의 양육이고 심방이다. 집으로 직접 찾아 가기도 한다. 자영업하시는 분들은 운영하시는 가게나 사무실에 찾아가기도 한다.
Q. 가나안 성도를 상대로 성경공부는 어떻게 하나?
A.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을 이용한다.
Q. 어렵지는 않은가?
A. 전혀 어렵지 않다.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은 성경의 축소판이다. 성경의 기본적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교회 성도 중 95% 이상이 요리문답 공부를 거쳤다. 특히 새 가족들이 오면 7주 과정으로 요약해서 요리 문답을 가르친다. 이것만 가르쳐도 ‘교회는 이런 곳이고 성경이 이렇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이 재미없다는 건 오해다. 물론 매번 1문 1답씩 129개를 기계적으로 가르치면 당연히 재미없다. 그래서 비슷한 주제별로 문항을 10개씩 모아 핵심 교리를 알려준다. 이를 애니메이션(Animation)으로도 제작하고 있다. 1편당 6~8분짜리다. 그러면서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오해 했구나’라고 깨달아 간다.
Q. 방황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A.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약한 자들을 세우기 위함이다. 신앙이 좋은 사람들은 알아서들 잘 한다. 그러나 이들은 약한 자들을 세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혼자만 예수 잘 믿는 것이 신앙의 목적은 아니다.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돕는 책임도 있다. 어렸을 적 주일학교 선생님, 우락부락한 나의 성격을 잘 참아줬던 형·누나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만일 나의 신앙이 성숙하다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도와줬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신앙이 약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 나 혼자만 성령 충만하면 아무 의미 없다.
Q. 가나안 성도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나?
A. 이들은 진리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동시에 분노도 있다. 바로 교회에 대한 분노다. 만일 분노하면 세상의 방식대로 술 마시고 스트레스 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나안 성도들은 진리에 대해 갈급함이 여전히 있다. 이들은 세상이 진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세상의 가치관은 돈 벌면, 힘 있으면, 줄만 잘 서면 ‘만사 OK'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내다 보면 “이게 정답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이 있어도 죽으면 끝이고, 줄 서면 내가 점점 비열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이나 진리를 전달하면 잘 알아듣는다.
가나안 성도들이 진리에 갈급하다는 사실을 기성교회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성경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언젠가 우리 교회에서 요한계시록 강해를 한다고 유료 광고를 잠시 한 적이 있다. 그걸 보고 한 청년이 왔다. 그러더니 “요한계시록 강해를 알려주는 교회가 없었다”고 했다. 보통 교회들은 문화 강좌에 치중한다. 이는 잘못됐다. 성경 말씀을 잘 알려줘야 한다.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에 대한 분노도 크다. 이들이 실망하는 이유는 바로 교회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회가 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 공동체에 실망하는 이유는 뭘까? 교회 성도들이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가나안 성도들을 돕고 격려하며 따뜻하게 인사를 하면 사랑이 전달 되어서 좋다.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주면 우선 내가 행복해진다. 가나안 성도뿐만 아닌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따뜻한 웃음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크리스천들을 사랑으로 성숙케 하는 은혜의 사람들이다.
Q. 목회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한 자매가 있었다. 그 아이는 매사에 냉소적이고 항상 늦잠을 잔다. 한 번은 생일을 맞아서 축하해 주려고 성도들이 케이크를 준비했다. 그런 뒤 언제까지 오라고 알려주면서 그 자매와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그 자매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성도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준비한 생일파티 모습을 스마트 폰 영상으로 찍어 그 자매에게 보내주자고 했다. 사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99마리 양들이 주님께 ‘우리 여기 잘 있을게요. 그러니까 1마리 찾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앙 잘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잃어버린 1마리 양을 찾기 위해서다. 예수님에게 99마리 양들은 너무 귀하다. 그럼에도 99마리 양들이 ‘우리 걱정 말고 잃어버린 양 1마리 찾아 주세요’라고 주님께 말씀드린다면, 그런 따뜻한 마음이라면 주님은 오히려 고마워하실 것 같다. 마음 편히 1마리를 찾아 다니실 것 같다.
Q. 라이프교회의 비전이 있다면?
A. 내가 신학교에 들어간 이유는 오직 나의 신학적 질문 때문이었다. 대단한 사명감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교회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면 그건 예수님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율법적인 모습으로 따뜻함을 잃어버린 우리 탓이다. 헌신이 신앙의 도구가 되어서 그렇다. 이것들이 교회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무조건 말씀이다. 말씀이 있어야 교회가 따뜻해진다. 나의 멘토인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님은 항상 ‘말씀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라이프교회는 결혼을 앞둔 청년들, 신혼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생이 많고 평균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그리고 가정 사역에 관심이 많다. 가정이 온전히 세워지는 것도 목회의 중심이다. 화목한 가정을 보면서 ‘나도 저런 남편·아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역을 하고 싶다. 교회 안에는 사랑만 있으면 된다. 그거 하나다. 구호로 그치지 않고 사랑이 우리의 삶이 됐으면 좋겠다.
Q. 교회 개척에 도움 주신 분들이 있다면?
A.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님이다. 재정적인 도움을 주실 뿐 아니라 만날 때마다 따뜻하게 격려해주시고 밥 한 끼를 사주신다. 또 말씀을 공부하는 부분에선 남포교회 박영선 (원로)목사님이 멘토다. 박영선 목사님은 젊은 목회자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주시며 말씀을 가르쳐주신다. 남포교회 사역자이신 윤철규 목사님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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