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사태’ 초반, ‘교회로 흩어진다’ 소문
이미 ‘악명’ 높아 진위 관계 없이 교회 긴장
부산시, 온천교회-신천지 명단 대조했을 것
지자체 확보 명단, 담임 등 확인하는 방법도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감염경로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 한국교회에 교인 명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천지와 연관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신천지에서 교인 명단을 제출받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21만2,324명과 해외 3만3,281명, 그리고 교육생 6만5,127명을 포함해 총 31만732명이다.
여전히 신천지가 정확한 신도 명단을 감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신천지는 “성도 수를 은폐한다는 점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사실에 입각하여 자료를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를 인식하고 국민들과 성도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감염 확산을 막고 교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정부 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해당 명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신천지 관련 시설이 폐쇄되자 교계에선 신천지 교인들이 지역의 일반 교회들로 흩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단지 소문만으로도 한국교회가 엄청나게 긴장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선 소강석 목사가 얼마 전 자신의 SNS에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혹시 모를 특정종교집단의 출입을 막기 위해 비표까지 준비해서 우리 교회 성도가 아니라면 결코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했을 정도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있지만 최근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는 건, 물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함이지만, 몰래 잠입한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혹시 교회에 감염자가 발생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비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 사회에서야 이번 사태로 신천지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소위 ‘추수꾼’ 등 일반 교회에 침투해 교인들을 빼내는 이들의 난폭한 전략은 오래 전부터 교계에 ‘신천지’라는 세 글자를 깊이 각인시켰다.
유태화 교수(백석대 조직신학)는 최근 자신의 SNS에 “COVID-19(코로나19)가 박쥐나 천신갑을 중간 숙주 삼아 인간에게로 옮겨오듯이, 신천지교도 교회를 밭, 곧 숙주로 삼아 포교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COVID-19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신천지 측 관계자는 얼마 전 한 교계 매체에 “최근 지파 차원이든 개교회 차원이든, 기존 교회를 가능하면 안 나가도록 하는 게 정책”이라며 “교회를 이중으로 다닌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이는 신천지의 문화를 전혀 모르고 우리 쪽에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일반 교회에서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가 신천지에 그들의 신도 명단을 공식 요구하거나, 정부와의 협조 속에서 신도 명단을 상호 대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신천지 역시 떳떳하다면 여기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이를 통해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온천교회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수 나왔지만, 그 감염원이 불명확해 ‘신천지 잠입설’이 초반 불거졌었다. 이에 부산시가 온천교회 교인 명단과 중앙재난대책본부로부터 받은 1만6천여 명의 신천지 교인 명단을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온천교회 관계자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산시가 그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통보는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도 “우리 교회가 교인 명단을 모두 제출한 만큼 보건당국이 원인 규명 차원에서 당연히 그런 대조를 해보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계 한 관계자는 “만약 사실이라면 이를 한국교회 전체로 확대해볼 수 있다. 각 지자체가 확보한 신천지 신도 명단을 관내 교회들이 대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임을 감안해 지자체가 명단을 교회에 넘겨주기보다 담임목사 등 일부가 단순히 확인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