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GO 단체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등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 수는 줄어들었지만 아동이 겪는 폭력의 강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2005년 분쟁 때 아동에게 가해지는 여섯 가지 중대 범죄(살해 및 상해, 징집, 납치, 성폭력, 학교시설 공격, 원조 거부)를 기록해왔다. 그 결과 2018년은 중대 범죄로 피해자가 된 아동들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해였다.
이번 보고서는 여섯 가지 중대 범죄가 성별에 따라 어떠한 피해를 입히는지를 보고하고 있다. 강간, 조혼,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아동 중 여아가 87%에 달한다. 반면 남아는 1.5%를 차지한다. 나머지 11%는 성별이 기록되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는 소말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부터 2018년 말까지 기록된 아동 성폭력 사건은 2만 건에 육박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성폭력은 전쟁의 ‘전술’로도 활용되고 있지만 성폭력 피해자에 적용되는 사회적 낙인 탓에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2018년도에 전쟁의 폭력으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아동은 최소 12,125명에 달한다고 보고됐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약 13% 증가한 수치고,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혔다.
남자 아이들이 주로 살해, 상해, 납치, 무장단체 및 군대에 강제 징집되는 등의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성별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살해 및 상해를 입은 아동의 44%가 남아이며 17%가 여아였다.
특히 2018년도 강제 징집된 약 2,500명의 아동 중 80%가 남아였다. 청소년기 남아는 직접적인 공격의 대상이 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보고서는 2018년 분쟁 영향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은 4억 1,500만 명으로 보고하고 있다. 전년도 4억 2,000만 명 보다 약간 줄어든 수치다. 그럼에도 고강도 분쟁지역에 사는 아동이 2018년 기준 1억 4,900만 명으로 조사됐다. 고강도 분쟁지역은 연간 전투 관련 사망자가 1천명 이상 발생하는 지역으로 한국 아동 인구의 18배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동생 다섯 명을 데리고 북동부 시리아에서 이라크의 쿠르드 난민촌으로 피난 온 브리스카(22세, 가명)는 "저는 아직 어른이 되기엔 어린 것 같은데 동생들의 엄마 아빠 역할을 해야 해요. 난민촌 안이 안전하다고 해도 부모님이나 오빠가 있는 사람들보다는 무서워요”라며 "(분쟁 상황에서) 성추행과 강간이 일어나고 있어요. 여성이 전쟁의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어요”라며 두려움을 토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SCI)의 CEO 잉거 애싱(Inger Ashing)은 "이번 보고서는 오늘날의 전쟁이 아동에게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은 살해, 상해, 강제 징집, 성폭력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며 ”2005년부터 최소 9만 5,000명의 아이들이 죽거나 상해를 입었다. 수만 명의 아이들이 납치됐고, 수백만 명의 아동이 교육과 보건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방관하고 있다. 모든 정부와 분쟁 당사자들이 국제 규범과 기준을 준수하고, 가해자들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삶은 계속해서 무의미하게 파괴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한 성별에 따라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종류가 다름을 짚었다. "성별에 따른 폭력의 차이를 통해 피해 아동의 회복을 위해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이들의 회복과 미래를 재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14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 맞춰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 2020: 젠더 문제(Stop the War on Children 2020: Gender Matters)> 보고서를 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