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NCCK) 실행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호소문을 6일 발표했다.
NCCK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우한 시민들은 도시 전체가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고통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인류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다 함께 극복하자는 결의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NCCK는 우리 모두를 질병으로부터 지켜주시며, 병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힘입어 함께 대재난을 극복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신체의 질병을 가져다줬고, 우리 안에 감춰진 마음의 병도 드러냈다”며 “감염증의 두려움에 빠져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간과한 채, 병의 원인과 전파 과정을 두고 외국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계와 차별, 타인을 향한 배타적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 여행객과 한국 내 중국 교민에 대한 혐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아시아계 사람에게 따가운 시선과 적대감을 표출하는 ‘혐아시아’ 감정이 번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을 악용하여 방역용품의 사재기와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악질적인 ‘전염병의 경제학’이 퍼져 나가고 있다. 인류 대재난을 정략적 이해관계로 판단하며 이용하는 정치권의 언행과 일부 언론의 과잉된 편향성이 불필요한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대재난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상호의존적인 생명의 안전망을 구성하는 깊은 생태적 감수성을 가지는 것”이라며 “다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국적, 인종, 종교, 이념을 떠나 가장 위급한 이에게 먼저 구호를 실천하는 인류공동체의 기본원칙을 되새기자. 혐오와 차별이 아닌 상호 연대와 인류애의 정신으로 대재난을 극복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스스로 예방에 힘쓰면서, 상대를 배척의 눈이 아닌 상호 돌봄의 눈으로 바라보며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어려움을 나눠야한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인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하늘과 땅 등 중국에서 외국인이 들어오는 모든 통로를 전면 봉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철수했다”며 “국제적 대북제재로 관광 외에는 외화 수익의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을 찾는 관광객의 대다수가 중국인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정부와 종교시민사회는 개별관광과 인도적 지원 등 남북의 자주적 평화공조의 다양한 길들을 모색하자. 이를 준비하며 과감하게 평화의 계기들을 만들어 가야한다”며 “우리 인류공동체는 이번에도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따라 창조질서를 깨뜨리는 인간의 탐욕을 회개해야한다. 그리고 함께 연대해 역경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더 진보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병마와 싸우며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과 공직자,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우한에 고립돼 있다가 국내로 돌아온 교민들을 따뜻이 환대하는 아산과 진천의 시민들이 있다. 모든 이들의 용기와 헌신에 감사하다”라고 했다.
끝으로 “이 같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착한 마음들 속에서 우리 모두를 구원하고 새롭게 할 하나님의 희망의 씨앗이다. 한국교회는 교회 집회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방역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며 “동시에 어떤 질병과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고 서로를 보듬고 보살피는 따듯한 마음을 확산시켜야 한다. 한국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우리 속에 깃든 공포와 혐오, 차별과 갈등에 함몰되지도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그렇게 대해주셨듯이, 두려움에 떨며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좋은 이웃,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