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한국사회를 향한 교회의 신년 소망’이라는 주제로 19일 오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첫 번째로 문창극 박사(전 중앙일보 주필)가 ‘한국사회를 향한 교회의 신년 소망-한국교회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내 주변에 크리스천이 아닐지라도 ‘한국 사회의 유일한 소망은 교회밖에 없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달리 말하면 현 시국에서 교회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기독교가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말은 잘못됐다”고 했다.
이어 “미국 수정 헌법 제1조 등이 밝힌 정교분리는 종교권력 곧 국교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이며, 이는 로마 가톨릭처럼 기독교 국가를 통한 권력 행사를 경계한 것”이라며 “교회가 세속 국가의 권력을 쥐고 모든 사람을 신자로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는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유를 원하는 것”이라며 “크리스천은 지상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기독교화 시키는 것을 원치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하나님을 믿고 찬양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자유가 종교 개혁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루터가 말한 자유란 종교권력자인 교황과 정치권력자인 절대왕정을 동시에 거부한다.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근대 유럽은 자유민주주의로 요약 된다”며 “기독교의 정치 참여란 권력을 얻기 위함이 아닌, 자유를 얻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도 6.25 사변을 전후로 공산화에 대한 우려가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서북청년단을 구성하게 했다”며 “우리는 서북청년단을 매도하기 전 공산당의 폭동과 테러를 알아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없었다면 남쪽도 자연스레 공산화 됐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공산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역설했다. 물론 한국교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민주화운동도 지지했었다고 문 박사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산주의는 ‘악’이다. 하나님을 부정하고 인권은 물론 종교의 자유를 말살하기 때문”이라며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 장로는 故 빌리 그래함 목사가 6.25 사변 직전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우려해 트루먼 대통령에게 호소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인용하기도 했다.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결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인구 대비 크리스천이 많은 나라다. 우리는 그들이 쓰러지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문 장로는 현재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광화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회에 대해 “이는 권력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공산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번 4.15 총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는 물론 교회까지도 탄압받는 지경으로 빠져들까 우려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히틀러 치하 고백교회를 창설해 저항했던 마틴 뉘묄러를 예로 들며 “결코 한국은 독일교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교회만이 한국의 공산주의를 꺾을 수 있는 자유통일을 위한 최후 보루이자 유일한 소망”이라고 역설했다. 아래는 뉘묄러의 말이다.
“원래의 잘못은 교회에 있었다. 오직 교회만이 독일이 가고 있는 길이 파멸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회가 우리 민족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저질러진 불법을 교회가 파헤치지 않았다. 해도 너무 뒤늦은 뒤에 그렇게 했다...(중략)...살아계신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어 안창호 장로(전 헌법재판소 대법관)가 ‘한국사회를 향한 교회의 신년소망-사회통합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정치적 이념의 대립, 경제적 양극화, 지역과 세대의 갈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다”며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공화주의에 입각해 건강한 국가 공동체를 재건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공화주의란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가치와 공동선을 구성원 모두가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성원들은 공동체의 가치 실현에 자발적으로 참여 한다. 여기서 구성원들 간 연대와 의무는 핵심”이라고 했다.
또 공화주의에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 가치가 아닐지라도, 건강한 공동체만이 개인의 권리 신장을 최선으로 견인 한다”며 “법의 지배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도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위해서다.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공동선 달성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구성원은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고, 공정이 하수같이 흐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는 공정하게 작동되고, 사회 속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조율해야한다. 구성원들의 건강한 소통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의 권력 집중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 사회갈등과 부정부패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이것은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의 장애로 작용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 통합과 국가발전을 도모하고, 헌법의 최고 가치이자 인류가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전 총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는 ‘한국사회를 향한 교회의 신년소망-개혁교회 전통에서 본 교회와 국가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중세 로마 가톨릭은 교회가 권력을 탐닉해 정치를 후퇴시킨 나쁜 선례”라며 “로마 가톨릭을 극복하고자 등장한 종교개혁은 근대 민주정치 이론을 도입했다. 아브라함 카이퍼가 이를 19세기에 부흥시켰다”고 했다.
이어 “카이퍼는 칼빈(J. Calvin)의 ‘사무엘서 주석’을 인용해,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는 장로교회의 전통”이라며 “장로교는 목사를 청빙 할 때도 투표를 통해서한다. 이것이 한국장로교의 100년 전통이기도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정치 체제이지만, 그 핵심엔 하나님의 뜻이 자리해야 한다고 정 박사는 덧붙였다.
그는 “카이퍼는 1880년에 영역주권을 주장했다. 우주의 모든 권력이 하나님의 소유이고, 권력이 땅 위에 실현될 때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하나님의 권력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분산된다. 결국 인간의 모든 영역에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역사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움직인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주권은 결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법률,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한다”고 했다.
다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정교분리를 통해 교회의 정치 참여를 틀어막는다. 이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교회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미국 제퍼슨 대통령이 정교분리를 통해 국가가 교회를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을 뿐, 성경 어디에도 (교회의 정치 참여를 막는) 정교분리 등식은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구약의 선지자,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은 왕이나 집권자들이 부패와 죄악으로 치달을 때, 불같은 메시지로 책망했다. 교회와 정치는 분리된 게 아니다. 구분됐을 뿐”이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사회주의로 기울어지는 시점이다. 과연 목회자들이 정교분리라는 도그마에 갇혀 침묵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주권자가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하나님 없는 반(反) 윤리, 반(反) 도덕으로 갈 때 교회는 얼마든지 항거할 수 있다”며 “세상에는 중립이 없다. 단지 진리냐 비 진리냐, 성경적이냐 비 성경적 이냐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와 정부 모두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고 그리스께 순종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게 바로 성경적 기준”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