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6회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은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 신학교)를 초청해 ‘헤르만 바빙크의 기독교 세계관’이란 주제로 강연을 개최했다. 예장 통합 100주년 기념관 2층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다. 강 교수는 먼저 “19세기 화란 신학자인 바빙크는 타고난 신학자요, 기독교 윤리학자”라며 “교의학과 윤리학은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양날의 날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의학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인간 안에서 행하신 일을 다루고 있다”며 “윤리학은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기초로 인간이 하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교의학은 믿음을, 윤리학은 사랑·순종·선행에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19세기 중반 네덜란드 사회는 90% 이상이 명목상 기독교인 이었다”며 “급격한 세속화로 기독교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류 때문에 “바빙크가 바른 교리와 바른 삶 둘 다를 강조한 이유”라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여기서 강 교수는 바빙크의 개혁신학이 기독교 세계관을 중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바빙크가 1882년 ‘기독교 세계관’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문트 신경 등을 충실히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혁신학은 이들보다 훨씬 넓다’고 서술했음”을 밝혔다. 하여 그는 “바빙크가 세계관을 강조하며, 개혁신학이 좁은 의미의 교회·신앙에 국한되는 걸 경계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한 “세계관이란 인간과 세계 심지어 하나님까지 모든 존재에 대해 전체적 관점을 제공해준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그는 “주체의 관점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라며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지각의 저변을 넓히는 게 세계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그는 “근대 철학의 핵심 사상이기도 하다”며 “사물을 정확히 보기 위해, 뒤로 물러나 사물과 세계를 바라 봐야 함”도 덧붙였다.
이어 강 교수는 “19C에서 20C로 넘어갈 때, 바빙크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파편과 분열'”이라며 “‘파편화 된 사상’, ‘서로 연관이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지가 그의 신학함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바빙크는 삶과 신학을 아우르는 세계관 통합을 주장한 것이다.
바빙크가 삶과 신학의 통합을 주장한 이유로, 강 교수는 “당시 네덜란드 교회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바른 교리를 주장하지만, 삶이 없는 당시 네덜란드 상황은 작금의 한국 현실과 흡사하다”며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제대로 된 가르침을 토대로, 신앙을 살아낼 지가 바빙크의 핵심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바빙크가 예수 쫓는 삶을 강조하며, ‘이는 성령에 의해서만 가능 하다’고 했다”면서 “바른 삶과 바른 교리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역설했다. 하여 강 교수는 “바빙크의 신학적 과제는 삶과 가르침의 통합”이라며 “세계관은 이를 위한 도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 교수는 헤르만 바빙크에 대해 "전통과 모던을 동시에 지닌 신학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빙크는 자신이 물려받은 개혁 신학을 고수하며, 동시에 시대적 상황 안에서 되묻고 깊이 씨름한 신학자”라며 “한국 보수 개혁신학 입장에선, 바빙크는 굉장히 모던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바빙크는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의 명료성을 굳게 받아들이면서, 시대와 문화가 던진 도전에 책임 있게 응답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개혁 신학의 전통을 물려받았지만, 그 씨앗을 장롱 속에 묵혀두지 않고, 밭에 적극 뿌려 재배했다”면서 “자라난 물음을 가지고 현 시대 상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치열한 고민을 했다”고 역설했다.
결국 그는 “바빙크의 이런 면모를 한국 교회와 신학자들이 배워야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한국 신학은 교단신학으로 게토화 됐다”며 “바빙크는 학제 간 대화를 통해 교육, 종교, 자연과학, 심리, 철학 등을 아우르며 시대와 맞부딪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비교했다. 그런 의미에서 강 교수는 “바빙크가 이 시대 한국 신학계에게 던져 주는 화두”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중 간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한 청중은 “현재 한국교회는 신학과 실제가 유리될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며 “바빙크의 통찰이 이 시대 한국교회에게 던져주는 바”를 물었다.
강 교수는 “교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 하는가”라고 되묻고, “바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존재 한다”고 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신학은 성도들에게 이런 삶을 살아내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가든, 미용사든,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든, 모든 영역에서 성도들이 설교를 듣고 삶에 적용하고 있는지”를 되물었다. 이게 실패한다면, 그는 “목회자의 책임”이라며 “이런 목회자를 길러내는 데 실패한 신학은 그들만의 하나님 나라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때문에 그는 “헤르만 바빙크가 견지한 개혁신학은 교리와 현실의 일치를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교회의 현실은 교리와 현실이 분리돼 있다”며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삶의 현장에서 사명을 감당하도록 돕는 게 교회의 존재 이유”라고 역설했다. 하여 그는 “이런 목회자를 키워내는 것이 바로 신학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중은 “현대 문화는 포스트모더니즘 영향 탓에 형이상학을 내쫓았다”며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진리는 다수다’라고 선언했듯, 절대 진리를 부정하는 시대에 바빙크 신학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을 물었다.
강 교수는 “바빙크가 살았던 1890년대 화란은 대다수가 기독교를 믿는다고 하지만, 세속적 기독교인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빙크가 1870년대부터 세속화 용어를 쓰면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네덜란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상실되고 있음’을 진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고착화된 신학 풍토에서 헤르만 바빙크와 아브라함 카이퍼는 무엇보다 포스트 모더니즘적 신학자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아브라함 카이퍼는 개혁 신학을 견지한 원칙 있는 다원 주의자였다”면서 “우리 삶의 자리가 다원화 됐다면,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기독교만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 째 그는 “이론적이면서 논리적으로 치밀한 신학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치열하게 그리고 탁월한 방식으로 신학을 해야 한다”며 “게으름에 빠져들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이 시대에 답을 줄 수 없다”고 전했다.
둘 째 그는 “실천과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소망되심을 보여줘야 함”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약한 부분”이라며 “정치적 이데올로기, 탐욕적인 모습으로 재단된 기독교 진리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 교회 공동체는 무엇보다 일상의 삶으로 하나님을 보여 줘야한다”고 밝혔다.
셋 째 그는 “이 시대의 문화는 동일성보다 차이를 추구 한다”고 전하며 “‘내편이 주장하면 진리고, 네 편이 주장하면 가짜’라는 논쟁으로 양분된 이 시대”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그는 “지금의 기독교는 말이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기독교는 삶을 통해 '하나님의 소망되심'을 보여 줘야한다”고 역설했다.
다른 청중은 “아브라함 카이퍼는 네덜란드 국회의원, 수상까지 지낸 신학자요 정치가”라며 “그렇게 세상 속 그리스도의 왕권을 인정, 하나님 나라 운동을 주창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라고 했다.
이에 강 교수는 “카이퍼나 바빙크는 변혁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시말해, 그는 “카이퍼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며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하나님이 하신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개혁 신학 전통은 우리 삶에서 그리스도의 왕권을 인정하며, 신실하게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다”며 “바빙크나 카이퍼는 이를 가르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바빙크나 카이퍼는 ‘그리스도는 우리 삶의 왕’임을 공통적으로 주장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따라, 신실한 순종으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만일 "그렇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악보다 선이 드러나게 될 것 같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카이퍼와 바빙크가 고민했던 건 세상과 교회 이분법을 해체하고, 교회 속 하나님 나라를 세상에 침전시켜 확장시키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기독교만의 국가, 기독교만의 문화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며 “카이퍼와 바빙크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의 삶을 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리폼 신앙이란 선배 신학자들을 신주 단지 모시듯 대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판적 고찰을 통해 현대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래서 “결코 교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그는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