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문화선교연구원은 '2019년 대중문화 키워드로 본 한국교회의 과제' 포럼을 3일 오후 7시에 필름포럼에서 개최했다. 먼저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이 ‘90년생이 온다’, ‘팽수’ 현상을 통해서 본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교회의 과제를 발제했다.
그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특징인 90년생들은 현실적이고, 소비주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헤아려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몸소 체험한 아이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이 세대로서 희망찬 미래보다 일상 속에 작은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솔직하고 명료한 의사소통을 추구 한다”고 덧붙이며, “결국 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 환경 아래 다양성을 존중하고, 주체적이며 탈권위적”이라고 밝혔다.
백 원장에 따르면, 현재 20대의 희망 직업 1위가 공무원으로 랭킹된 것이 그 예다. 밀레니얼 세대가 바라는 성공은 부의 축적이나 명성보다 무탈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백 원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성공적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이 저당 잡히기보다, 오늘의 일상과 여유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많이 쓰는 말은 또한 '진지보다 유희'를 추구하고 싶은 심정이 반영돼 있다. 가령 ‘oㄱㄹo (이거 레알)’,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등이 그 예다. 집단 지성의 결정체인 위키피디아보다 말장난과 농담이 난무한 나무위키가 이들에게 인기라는 점에서, 백 원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율성과 개성을 중시 한다”며 "군대식 위계질서로 짜인 회사문화를 힘들어 하며,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림받을 수 있다”면서 “기성세대가 보기에 무책임한 세대일지 몰라도, 무엇보다 개인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백 원장은 펭수 인기몰이가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을 반영한다고 주목했다. 그는 “7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넘긴 펭수는 유투브 스타”라며 “펭수는 착한인형이 아닌 할 말 하는 인형”이라고 했다. 가령 펭수는 최근 EBS 육상대회에 출전해 김명중 사장에게 존칭 없이 부르자, 김 사장은 “함부로 불러도 되느냐”는 지적에도 굴하지 않고, “사장님이랑 편해야 일도 잘 되는 겁니다”라고 당돌히 말했다.
하여 그는 “소통의 문제로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펭수는 기성세대들의 답이나 가치 세계를 뛰어넘는 밀레니얼 사고방식의 방증”이라며 “또 합리성과 자유주의적이며 개인주의에 기반 한 2030만의 사고방식”이라고 역설했다. 그래서 그런지 “펭수의 말을 들으면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백 원장은 덧붙였다.
이런 펭수의 특징이 바로 “탈권위적, 자신을 사랑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 한다”며 “이는 기성세대로 하여금 2030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토록 할 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를 통해, 백광훈 원장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교회 내 기성세대들은 이런 밀레니얼 세대를 좀 더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권위적인 밀레니얼 입장에서 기성 교회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며 “한국교회는 여전히 경직된 위계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당회 등 소수의 리더십에 발언권이 주어져, 밀레니얼 세대들은 거부감을 느낀다”며 “이런 현상은 세대 간 소통을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세대에게 교회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 및 가치관을 진정성 있게 이해하기보다, 밀레니얼 세대는 생활력이 부족한 나약한 세대라고 규정짓기 쉽다”며 “때론 무례하고, 무책임하며, 소비주의적일뿐이라고 지적 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자기 물질과 시간을 교회를 위해 헌신한 기성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신앙심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이라고 판단하기도 쉽다”고 역설했다.
다만 백 원장은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안정된 삶, 개인적 행복은 기성세대들의 가치가 오히려 기복적이며 성공이데올로기의 재생산임을 되비쳐 준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세대 간 문화의 ‘옳고, 그름’ 및 ‘우월성’을 따지기”보다, “밀레니얼 세대들을 신앙에서 멀어진 ‘영적 탕자’로 대하는 배타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함을 촉구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계관을 비난하는 방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들의 가치관을 형성했던 사회·문화·경제적 문제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령 그는 “기성세대들은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면서 ‘경제성장’이나 ‘이념’ 등 거대담론을 소중히 여겼다”며 “기성세대들이 처했던 사회 문화적 배경이 가치관을 형성했던 것”처럼 “큰 이야기의 억압성을 반대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좀 더 존중해야 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을 두고,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는 “회사일로만 포섭될 수 없는 인생을 개인적 혹은 가정적 시공간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자 할 열망”이라고 역설했다.
때문에 그는 “교회 공동체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을 찾는데, 공감하면서 안내해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새로운 세대를 위한 목회는 ‘가치’가 중심 키워드”라고 했다. 더 나아가 그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부분에 헌신하며, 그렇지 않은 일에는 과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세대가 밀레니얼”이라며 “교회는 전통적으로 해온 관성적 생각에서 탈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외에도 성현 필름포럼 대표가 ‘82년생 김지영’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민형 박사가 기호자본주의적 트렌드 속 창의적 영성을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