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최루탄, 고무탄, 심지어 실탄까지 사용했던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시키려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열망은 꺾진 못했다.
24일에 치러진 홍콩 구 의원 선거에서 홍콩 범민주 진영(Pro-democracy)이 과반 석을 얻어 친중파(親中) 진영에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고 CNN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날 오전 6시(홍콩 시각)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452석 가운데 홍콩 범민주 진영은 201석을 얻었다. 친중파 의원들은 고작 28석에 그쳤다. 나머지 중도파는 12석을 얻었다. 211석은 개표중이지만 일단 과반을 확보해 범 민주진영의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로써 지난 6개월간 홍콩을 격랑 속에 빠뜨린 민주화 시위는 국민 총 투표를 이끌어내면서, 친중파 의원들을 대거 침몰시켰다. 297만 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는 홍콩 인구 중 약 70%가 구 의원 선거에 참석했다. 역대 최다 투표율을 경신한 셈이다.
홍콩 침례대학 정치학과 케네스 찬(Kenneth Chan)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예측을 넘어 민주화를 향한 홍콩인들의 헌신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와 경찰 간 격돌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진 홍콩의 분위기를 “민주주의 선거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번 선거가 홍콩 행정 장관인 캐리 람(Carrie Lam)에게 뼈저린 메시지를 전해 줬다고 평가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투표를 1주일 앞두고, 홍콩 정부가 투표를 취소시키지 못하도록 강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공영방송국인 RTHK는 “홍콩 정부 대변인인 마이클 티안(Michael Tien)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고 전했다. RTHK도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친중파인 홍콩 행정부가 참패했고, 범민주 진영이 승리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간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한 여고생의 실명(失明), 홍콩 이공대 대학생 수 명이 사망하는 등 많은 사상자를 내자, 홍콩 행정부는 ‘최악의 공권력 사용’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투표의 결과는 ‘무력이 시민적 자유를 꺾을 수 없다’는 명제를 입증한 셈이다.
민간 인권 전선(CHRF·Civil Human Rights Fronts) 대표인 지미 샴(Jimmy Sham)도 그의 지역구인 Sha Tin에서 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민간 인권 전선은 6개월 간 홍콩 민주화 시위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는 “오늘의 투표 결과는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민들 덕분”이라며 “홍콩 정부는 홍콩 시민들의 5가지 요구를 즉각 이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범 민주 진영이 요구한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이번 민주화 시위를 촉발 시킨 홍콩 범죄인 인도 조례의 완전 철회 ▲홍콩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한 직권 조사권 확보 ▲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정부 발표 철회 ▲ 홍콩 민주화 시위대 구속자 석방 ▲ 홍콩 행정 장관의 재선거 등이 그것이다.
한편 CNN은 범민주 진영이 구 의원 선거에 압승했지만, 홍콩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엔 아직 섣부르단 예측을 내놓았다. 범민주 진영이 구 의회에서 다수 석을 확보했을지라도, 홍콩 정부가 예산을 분배하는데 범민주 진영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만큼, 구 의회의 정치적 파워는 미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CNN은 이번 투표 결과로 답보상태였던 홍콩의 민주화 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4일 선거를 앞두고 18개 지역구가 친중파(親中) 정부의 관할 하에 있어 ‘선거 취소’, ‘부정 개표’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범 민주진영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란 예감이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 지배적이었다.
친 정부 진영에게 큰 패배를 안겨다 준 이번 투표는 홍콩 시민들의 여론을 여실히 반영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홍콩 행정장관인 캐리 람(Carrie Lam)이 앞으로 남은 선거에서 시위대의 5가지 요구 중 최소 몇 가지라도 이행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큰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