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자로부터 도움을 경험할 때, 타자에게 자발적으로 나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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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신대 신학연구소 학술 포럼, 이정재 홍대청년교회 목사 '타자와 함께 어울려져 사는 것은 약속이다' 발제
©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2019년 한신 신학연구소 학술 심포지엄이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19일 오후 4시 반부터 개최됐다. 첫 발표로 이서영 박사(시카고 루터신학교 신약학 박사, 한신대 겸임교수)는 ‘마가복음 8:11-10:52에 나타난 제자들의 성격 연구’를 발제했다.

그는 “종래 마가복음 서사 비평은 예수와 제자 간 갈등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규정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서 “제자들이 예루살렘과 로마 권력의 피해자로서, 그들이 당했던 트라우마의 관점으로 마가복음을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그는 트라우마를 정의했다. 그는 “압도적 폭력으로 인해 모욕, 곤경, 두려움, 상실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관계의 믿음, 사회 체계, 나아가 신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려, 자기 정체성마저 혼란을 겪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트라우마는 개인뿐만 아닌 하나의 집단적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라우마에 대한 동일한 기억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기억을 발판 삼아, 끈끈한 유대를 형성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지만, 트라우마 경험자들은 치유 받지 못해 결국 사회에 대한 불신이 강화 된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트라우마는 역설적으로 공동체성을 약화 시킨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그는 “기원후 70년, 예루살렘은 로마 티투스 장군에 의해 함락됐다”며 “유대인들은 저항했지만, 무참히 패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들의 나라를 잃어버렸고, 디아스포라 신세가 됐다”며 “총 110만 명이나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마가는 예루살렘 공동체의 트라우마를 십자가 사건에 투영했다”며 “이를 통해 예루살렘의 유대 관계를 좀 더 끈끈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논평 한대희 연세대 신학 박사 과정, 발제 이서영 시카고 루터신학교 박사, 좌장 강성영 한신대 교수©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이 대목에서 그는 트라우마의 치유에 대해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 사건은 그 충격 때문에 구술로 옮길 수 없다”며 “그러나 어떻게든 파편화된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삶에 통합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불안한 기억을 이야기로 발화함으로, 피해자들이 겪었던 깨어진 시간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전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여 그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증언”이라고 말했다.

논의를 확장해, 그는 예수의 제자도를 거부했던 제자들은 단지 믿음 부족이 아닌, 그들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얘기했을 때, 이들의 두려움을 웰빙(Well-Being) 욕구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며 “예수의 죽음 예고는 식민지 피억압자로서 피해의 기억을 가지고 사는 제자들의 삶에 안전을 뒤흔들어 놓았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예수의 죽음을 그들의 삶 안으로 통합하기엔, 제자들 마음에 쌓인 폭력의 두려움이 큰 장애가 됐다”고 진술했다. 더불어 그는 “제자들 특히 베드로는 예수 앞에서 두려움을 표출함으로, 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온 그들의 파괴된 감정을 대변 한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는 “예수와 제자들의 소통을 방해한 두려움은 믿음 부족 때문이 아니”라며 “상시적 폭력과 죽음의 위협 가운데 쌓여온 권력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트라우마 치료법과 접맥시켜, 제자들의 두려움을 폭로해 치유하고자 하는 예수의 십자가 예고임을 강조했다. 그는 “예수는 제자들 안에 내재된 두려움을 폭로하고, 근원을 파헤쳐 냈다”며 “이를 직면해 그것과의 단절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그 비어 있는 자리에서 다시 예수의 가르침으로 채우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이정재 목사(시카고 루터신학교 E.D.Min 기독교교육학, 한신대 초빙교수)는 ‘타자와 함께 어울러져 사는 것은 약속이다 : 하나님 나라 사랑을 중심으로’를 발제했다. 그는 현재 홍대청년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그는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사랑”이라며 “613개의 율법이 온전히 ‘서로 사랑하라’로 통합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수가 만난 타자는 우물가에서 목마름으로 허덕이는 사마리아인 이었다”면서 “이는 유대 전통을 깨는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당시는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인은 목마름에서 절실히 벗어나고 싶었고, 예수는 목마름을 해결할 자신을 보여주셨다”며 “타자를 사랑으로 대하셨던 예수의 모습이 드러난 셈”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논평 황미숙 한신대 기독교 교육학 수료, 발제 이정재 홍대청년교회 목사©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아울러 그는 “이것이 예수의 모습이라면, 하나님 나라의 실재는 어떨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하나님 나라는 가난이 없는 나라”라며 “내 몸같이 이웃을 사랑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차별이 없는 나라”라며 “신분 차별이 없고 평등한 나라”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풍족하게 먹고 마시는 나라”라며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풍족함의 극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현재 이런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모습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미국의 신약학자 할 타우직(Hal Taussig)을 빌려 “초대 교회 성찬식은 먹고 마심이 풍족한 잔치였다”며 “많은 빵, 와인, 그리고 야채, 과일 고기가 주요 메뉴였다”고 전했다. 계속 인용해, 그는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기대고 누워 있는 것을 대단히 중시했던 하나의 예배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함께 먹고 마시며 웃는 그런 경험이 중요했던 예배였다”고 전하며, “서로의 삶을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고 역설 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우리 교회의 성만찬은 예수의 먹고 마심을 단지 기념으로 축소시킨 경향이 짙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예수님은 유대인에게 먹고 마시기를 탐한다고 비판받았다”며 “홍대 청년 교회 또한 예수님을 따라, 풍성한 식사로 성만찬을 진행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도 밥상 차려, 모두가 가난한 사람 없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로에게 밥을 먹여주고, 담소 나누며 웃고 우는 ‘떡 떼는’ 모임. 바로 홍대 청년 교회의 예배다.

뿐만 아니라 그는 “홍대청년교회는 빚의 탕감이 없는 교회를 지향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청년들은 소득의 10의 10을 나눈다며”며 “그리고 필요에 따라 나누어쓴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함께 먹고 마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함께 살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시촌, 서울대 입구, 홍대 등 지하 단칸방에 사는 청년들을 모아, 55평짜리 지상으로 삶을 옮겼다”며 “현재 서울대입구역에 둥지를 틀어 청년들끼리 함께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LG 등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월급을 필요에 따라 나누고, 이를 모아 보증금·월세를 충당 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교인 중 한명이 실직할 때, 교회에 돈을 빌려 달라 청구하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 않으면서’ 돈을 빌려 준다”고 밝혔다.

하여 그는 “타자를 내 몸같이 생각해 아가페 모임을 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것이 네 것이 되는 삶, 그래서 내 것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나님 나라 공동체”라고 역설했다.

한 청중은 “헌금을 10분의 10으로 할 때, 강요되는 부분이 있다면 청년 중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정재 목사는 “결코 강요되는 부분은 없다”며 “요즘 청년들에게 강요해서 되는 건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만일 헌금을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교회 청년들은 총 18명”이라며 “같이 성경공부를 하며, 나누는 삶의 기쁨을 점차 느끼고 깨달아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년들은 성경공부보다 교회 지체 중 한 사람이 실직할 때, 교회로부터 도움 받는 걸 보며 자발적으로 헌신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바꿔 말해 그는 ”내 것을 나눌 때 더 가난해 지기“보다 ”더 풍성한 삶을 경험하면서, 그제야 청년들은 ‘내 것을 나누고 싶다’는 헌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럴 때 그는 “청년들이 자신의 것을 자발적으로 기쁘게 내어줬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청년의 삶이 곧 우리의 삶”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유엔은 청년을 65세까지로 규정했다”며 “청년 주거 문제는 우리 모두의 삶이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하여 그는 “같이 살면서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온전한 타자와의 어우러짐”을 통해 “생명과 사랑으로 완성된 계명의 삶이 하나님 나라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이후 이준연 박사(시카고대 종교윤리학 박사)는 ‘결핍의 실재에서 마주한 사랑, 다시 봄 seeing의 윤리’를 발제했다. 이어 김용성 박사(한신대 실천신학 박사)가 ‘한스 프라이 서사신학과 찰스 켐벨의 서사설교 연구’를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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