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48차 한국기독교학회는 정동제일교회에서 ‘통일시대를 여는 평화선교와 목회’란 주제로 최근 개최됐다. 이번 주제 강연자는 전 통일부 장관 한완상 박사가 나섰다. 그는 '평화시대를 여는 평화선교'를 주제로 발제했다.
우선 그는 “한반도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냉전 시대를 관통하기까지 험한 질고를 겪었다”며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남북은 70년 이상을 냉전 체제 하에 고통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남북 간 적대적 공생관계가 형성되면서, 불신은 더욱 강화됐다”면서 “비민주적 정치 세력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적대적 공생을 강화시켜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값싼 번영신학만을 주창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교회를 보면서, 평화신학은 우리 민족의 특수한 트라우마에 대해 고민하고 또 기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평화에 대한 성경의 거대담론을 주창하며, 논지를 전개했다. 먼저 그는 “창세기의 에덴은 착취와 강탈이 없는 평화와 평등의 세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사자 같은 육식동물이 등장하며, 생명체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먹잇감으로 보면서 생명체들 간의 다툼이 생겼다”며 “이미 샬롬의 균형이 깨진 세계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하여 그는 “하나님은 분노하셨고, 이사야는 그 분노의 목소리를 대언한 선지자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사야는 약한 생명체를 음식으로 격하시켜 죽이는 일을 ‘악’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이사야 11장 6-7절을 통해 이사야는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 새 질서를 꿈꿨다”고 역설했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이사야 11장 6-7절)
그러면서 한 박사는 "이사야가 꿈꾼 세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한 하나님 나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야 61장 1-2절을 빌려 “예수 운동의 핵심은 바로 주의 은혜”라고 말했다. 이는 “가난한자, 눈먼 자, 눌린 자, 포로들이 기쁨과 자유를 누리는 일”이라며 “해방과 광복의 기쁨은 추상이 아닌, 현실적인 평화 만들기”라고 그는 밝혔다. 때문에 그는 “샬롬은 불평등, 억압, 차별 등이 극복돼 부당한 고통과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여호와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포하여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되"(이사야 61장 1-2절)
뿐만 아니라 한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와 이사야가 바라본 '샬롬의 결'이 다른데, 이는 ‘원수 갚기' 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수께서 이사야 61장 2절을 빌리면서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며 “결국 예수의 샬롬은 보복적 정의(retributive justice)를 뛰어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예수의 샬롬은 선제적 원수사랑(preemptive love)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예수운동은 이웃 사랑에 머물지 않고, 현실적으로 원수들까지 사랑하는데 까지 이르렀다”며 “이럴 때 평화의 새 질서가 동터 올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악이 힘을 과시하는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선제적 원수사랑에 있다”며 로마서 12장 20-21절을 빌렸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장 20-21절)
이 대목에서 한 박사는 원수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Kenosis)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리 제일주의·법률 지상주의로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 권력 앞에서, 하나님이신 예수는 나약하게 처형당했다”고 밝히며, “나약한 예수의 죽음 앞에서 역설적으로 로마는 무릎을 꿇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으며 모멸적 언사로 조롱했던 원수들”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는 ‘저들을 용서해 달라’는 기도”로써 “로마 장교는 십자가 앞에서 마침내 항복 한다”고 전했다.
즉 “진실로 이 분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요, 이 분은 죄인이 아니라 죄 없는 의로운 분”이라는 로마 장교의 고백을 덧붙이며, 한완상 박사는 “선제적 원수 사랑이야말로 거대한 로마 패권 구조를 극복할 길”임을 역설했다.
논의를 확장해, 그는 ‘죽음으로 악을 이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하나님 나라의 샬롬에 어떻게 접맥될 수 있을지를 전했다. 그는 “부활의 예수와 역사적 예수 간에 넘을 수 없는 신학적 간극”을 두고, “단지 부활의 예수를 영적인 실재로만 국한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부활의 예수야말로,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갔다”고 강조했다.
즉 그는 요한복음 20-21장을 빌려 “예수님은 부활 이후, 제자들에게 찾아가 떡과 물고기를 손수 구워주셨다”고 했다. 또 그는 “의심을 거듭하던 도마에게 예수님은 ‘배신’의 창에 찔린 자신의 상처를 손수 ‘만져보라’고 배려하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부활 예수는 자신을 보고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평안을 선포하셨다”며 “동시에 성령을 불어넣으면서, 죄 사함의 능력을 주셨다”고 밝혔다. 하여 그는 “죄 사람의 능력이야말로 예수 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예수님은 '실제적 원수 사랑만이 악의 구조를 멸하고, 참 평화가 올 수 있음'을 선포한 것”이라며 “악의 구조를 이길 방법은 악의 방식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오직 예수의 십자가 사랑 밖에 없음을 환기시켜주셨다”고 한 박사는 역설했다.
끝으로 한완상 박사는 신학자 톰 라이트(N.T.Wright)를 빌려 “십자가의 처형이 메시아의 대관식”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무기력이 원수의 죄악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사랑의 힘”이라며 “부활 예수의 용서와 사랑의 힘이 진정한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우리 민족 교회는 이 고통을 극복해내신 그리스도의 능력을 받아야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예수의 제자 된 우리들은 분단 강화를 통해 민족상잔을 부추긴 악의 세력을 증오와 복수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바꿔 말해 그는 “바울이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처럼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을 실천할 때”만이 “한반도에 해방, 희년, 광복, 부활의 기쁨이 찾아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논찬자로는 감신대 왕대일 교수가 수고했다. 이 외에도 주제강연자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가 '통일을 여는 평화목회'를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