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환자 치료에 있어서는 남북이 마음을 합쳐야"

유진벨재단, 17일 프레스센터에서 9월 가을 방북 결과 보고
유진벨재단이 17일 프레스센터에서 2019년 가을 방북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나래 기자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유진벨재단(회장 스티븐 린튼 박사)이 17일 프레스센터에서 2019년 가을 방북 결과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결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사회의 역할에 대해 제안을 던졌다.

유진벨재단은 지난 9월 3일부터 24일까지 북한을 다녀왔다. 스티븐 린튼 박사는 "이번 가을 방북 동안 약 700명의 환자가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결핵 프로그램에 새로 등록했다"고 밝히고, "현재 기준으로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결핵 프로그램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총 1800여명"이라며 "이번 방북 기간동안 8대의 진엑스퍼트를 가져가서 평양, 개성, 남포,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에 총 21대와 카트리지를 한 대당 250개씩 놓고 왔다"고 했다.

지난 9월 13일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글로벌펀드(이하 글로벌펀드) 이사회는 2019년 10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4,170만 달러를 북한의 결핵(3640만 달러)과 말라리아(530만 달러) 퇴치 사업에 지원하기로 승인했다고 한다.

스티븐 린튼 박사는 "유진벨재단은 3년 동안 전체 기금의 30% 해당하는 지원금으로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제공하는 사업 수행자로 참여한다"고 밝히고, "이는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결핵 사업을 국제사회에서 인정해 준 덕분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글로벌펀드와 북한 정부에서 본 사업에 대해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은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했다.

유진벨 대표단이 환자 등록에 앞서 환자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 ©유진벨재단

특히 기자회견을 통해 스티븐 린튼 박사는 한국사회를 향해 2가지 책임을 촉구했다. 먼저 그는 "한국 사회가 내년 6월이면 재고 부족에 대비해서 약제감수성 결핵약을 구매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북한의 다제내성결핵환자가 적절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다제내성결핵의 진단과 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먼저 스티븐 린튼 박사는 약 구매에 대해서, "글로벌펀드가 10월부터 지원을 재개해서 구매할 수 있었지만, 북한 정부와 합의가 되지 않아서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항결핵제의 해상 운송과 통관 검역절차 등을 고려하면 주문에서 배송까지 약 9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때문에 "북쪽의 의료진이 약 재고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결핵 치료에 전념하려면, 조속히 항결핵제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이 여러 사안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결핵 환자 치료에 있어서 만큼은 남북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 사회가 항결핵제 부족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한반도의 결핵 문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어떤 외교적 활동보다, 남북 간의 신뢰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각 치료 센터에서는 유진벨 대표단과 현지 의료진이 함께 환자 등록을 진행한다. ©유진벨재단
의심 환자들이 다제내성결핵 양성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객담을 채취하고 있다. ©유진벨재단

이어 다제내성결핵의 진단과 치료 체계를 강화에 대해서, 스티븐 린튼 박사는 "다제내성결핵의 진단과 치료체계는 의료진 역량 강화, 진단 능력 강화, 환자 관리 능력 강화를 통해서 이루어 진다"며 ▶매 방북 때마다 의료진 교육 ▶2018년부터 평양의 일부 구역에서 시작한 유진벨재단의 조기진단사업 등으로 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조기진단사업을 3단계에 걸쳐 각 도의 시군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 "1단계는 도 내 교통이 좋은 2-3 시/군, 2단계는 도 내 절반 정도의 시/군, 3단계는 도 내 모든 시/군의 다제내성결핵 진단치료센터에 GeneXpert를 보급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더불어 스티븐 린튼 박사는 "다제내성결핵 센터에서 멀거나 교통 상황이 먼 지역에 거주하는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적절한 다제내성결핵 치료의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핵 환자용 교통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작은 봉고차(van) 등도 필요함을 설명했다. 이어 "적극적인 환자 발견을 통한 진단능력 향상과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진벨재단은 결핵환자용 봉고차에 대한 제재면제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결핵 치료사업도 수차례 결핵 치료가 실패한 환자가 찾아오는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를 찾아가는 적극적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 했다.

스티븐 린튼 박사는 "향후에는 다제내성결핵 치료센터에서 입원치료하는 환자의 영양 보충을 통한 안정된 치유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 결핵환자에게 식량을 제공할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결핵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했다. 그는 "매년 13만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16,000명의 환자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다시금 촉구했다.

유진벨 대표단이 북녘의 현지 의료진들에게 안내 책자를 나누어 주고 있다. ©유진벨재단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다제내성결핵 치료 프로그램의 ‘졸업’을 기념하고 있다. ©유진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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